바삭하게
처음 시작한 게 2021년 7월이었으니, 햇수로 5년째 일주일에 한 편씩 내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이렇게 쓰니 굉장히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꾸준한 사람인 듯 싶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쉬고, 출산을 하면서 몇 달쯤 글을 놓기도 했고, 내 이야기가 재미 없다는 이유로 또 몇 달을 쉬기도 했다. 그러다 아무렇지 않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모두가 자야 할 시간, 제 할 일을 끝내고 쉬고 있는 식탁의 등 위에 노트북을 올린다. 화면과 마주 앉는 것이 두렵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 온전히 혼자 글 하나를 지어내야 한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 막막해서 같이 사는 이들을 부른다. 내가 쓰는 날이면 함께 깨어 있는 고양이나, 낮에 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는 남편을.
“내가 대신 써줄까? 근데… 괜찮겠어?”
남편의 말에 정신을 차린다. 그에게 내 카지노 가입 쿠폰 맡길 수는 없다. 내가 해야 한다.
돈을 받고 카지노 가입 쿠폰 써본 적도 있다. 그땐 매 순간이 고민이었다. 이렇게 써놓고 돈을 받아도 되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카지노 가입 쿠폰 보내기 전까지, 글의 등을 떠밀어 보낸 후에도 마음이 내내 무거웠다. 디지털 세상 속 어느 주소에 자리 잡은 글은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돈을 주고 읽는 이들에게 내내 미안한 마음이었다.
지금은 글로 돈을 벌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아 오히려 편한 마음이지만, 돈을 벌든 벌지 않든 이건 내 일이기에 마냥 편치만은 않다. 매주 나를 재료로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있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사실, 나라는 사람이 그렇게 특별하지가 않다. 번듯하게 내보일 일상이랄 것도 없고, 엄청난 통찰이나 깨달음에 이르는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엔 그저 내 이야기를 쓰는 일이 재밌었다. 어렸을 때 나는 이랬고, 학교 다닐 땐 이랬고, 회사 다닐 땐 이런 카지노 가입 쿠폰 했고, 이런 사람들이 특히 힘들었고, 연애는 이렇게 했고… 그때는 내가 툭 건드리면 이야깃거리가 우수수 쏟아지는 나무인 줄 알았다.
이제는 5년차. 이야기 나무는 앙상한 고목이 되어간다. 매주 수요일 새벽, 아무리 머리를 뒤흔들고 털어내도 이야기가 없다. 과거 이야기도 이제 할 만큼 했다. 주위 사람 이야기도 충분히 많이 했다. 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곰곰. 그런 날은 대부분 실패한다.
죄송해요.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 못 썼어요. ㅠㅠㅠㅠ
완성된 글 대신, 참회의 카톡을 보낸다. 글을 쓰기 시작한 날부터 매주 동네책방에서 여는 글쓰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글을 써 내야 한다는 모임의 약속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한 줄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 주 수요일,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생각이 제일 잘 날 때는 아기를 재울 때다. 아기 옆에 누워 자는 척하는 것 빼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60분 정도의 시간. 작은 뒤척임조차 조심하게 되는 그 시간에 모로 누운 나는 눈을 감고 카지노 가입 쿠폰 한다. 뭘 쓰지, 뭘 쓰지, 하면서 뒤져본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 중에 글로 남겨둬야 할 일이 혹시 있는지, 인상적인 말을 듣지는 않았는지 등등.
카지노 가입 쿠폰은 언제나 갑자기 펀치를 날리듯 튀어나온다. 전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못했던 이야깃거리가 술술 풀린다. 머릿속에 워드 파일이 열리고, 글이 적힌다. 그런 순간은 정말로 만족스럽다. 꿈만큼 빨리 휘발된다는 사실을 빼면. 그런 글은 그래서 나만 읽을 수 있다.
아기가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방을 나서면 머릿속은 고요하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 날이 태반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골조라도 남겨두려고 모든 문장을 버리고 몇 개의 단어라도 곱씹는 날이 많다. 노트북을 열어 휘리릭, 기억한 단어를 적어두고 카지노 가입 쿠폰한다. 이게 뭐였더라?
놓치지 않으려고 휴대폰을 들고 아기방에 들어가본 적도 있다. 아기에게 등을 지고 누워 휴대폰 메모장에 카지노 가입 쿠폰 나는 대로 이것저것 문장을 받아 적었다. 역시 바로 적어두니 많은 게 남았다며 안심하고 뒤돌아보는 순간, 느껴졌다. 내 뒤통수로 쏟아지는 시선. 휴대폰 불빛을 발견한 아기의 반짝이는 눈망울. 그날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오랜 시간 아기를 재워야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번뜩였다!’고 생각한 하루도 있었다. 이 문장은 정말 놓칠 수 없다고,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 날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칭얼대며 우는 아기를 데리고 아기방을 나섰다. 바쁘게 노트북을 찾아 켜고, 무릎에 아기를 앉히고는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후련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아기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수족구 감염병의 시작이었다. 그날 밤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날, 평소처럼 카지노 가입 쿠폰 그냥 놓아줬더라면 아기는 더 푹 자지 않았을까. 안 아프거나, 최소한 덜 아프지 않았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그날 이후로 어떤 생각이 나도 방을 박차고 나가는 일은 없다.
정말 가끔, 수요일 밤이 오기 전에 미리 글을 써놓는 때도 있다. 그런 수요일에는 미리 글을 보내두고 고민한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이 자리에 이게 오는 게 맞나, 하면서. 나는 구글드라이브에서 글을 쓴다. 구글드라이브의 특장점은 글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점. 완성된 파일이 아니라 링크로 글을 공유하기에, 언제든지 그 링크로 들어가 글을 수정할 수 있다. 모임을 운영하는 책방 사장님이 글을 확인하고 다른 모임 멤버들의 글과 묶어 PDF 파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래서 이렇게 운 좋은 수요일은 짬짬이 글을 고치면서 보낸다. 이런 수요일이 제일 좋다. 정말 여유롭고, 행복하다.
짬짬이 고친다고 하니 엄청난 퇴고를 하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정말 눈에 띄지도 않을 걸 고친다. ‘하지만’을 빼거나 ‘-의’를 빼고, ‘삐쭉하게’를 ‘삐죽하게’로 바꾼다. 아기를 보는 중간중간에 한 손으로 휴대폰을 열어 카지노 가입 쿠폰 읽는데, 읽을 때마다 걸리는 부분을 다듬는 것이다. 삐죽하게 자란 잔머리를 쪽가위로 다듬는 일과 비슷하다. 잔머리가 유독 눈에 거슬릴 때는 자기 전. 협탁에 휴대폰을 놓아두고 수시로 말을 골라낸다. 사실, 골라내든 골라내지 않든 별 차이 없는 말을 모조리 고르고 나서야 안심한다. 그런 날은 진짜 푹 잔다. 축복받은 수요일. 1년에 몇 없는 수요일이다.
대부분은 좀비처럼 미간을 온통 찌푸리고 빚쟁이처럼 후다닥 쓴다. 말을 골라낼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어떻게든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목요일 저녁, 글쓰기모임에서 내 글을 읽으면서 군데군데 노란 줄을 긋는다. 고쳐야 할부분들이다. 읽다 보면 전혀 말이 안 되는 부분도 꽤 발견된다. 분명 쓸 때는 말이 되었던 것 같은데, 쓴 사람도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읽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겉보기에는 다 같은 문장 같아도 어떤 문장은 너무 듬성하고, 어떤 문장은 너무 빽빽하다. 만든 이의 조급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글. 이런 글이 대부분이다. 참, 부끄럽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갑자기 배가 너무 고프다. 정확히는 단 음식이 엄청나게 당긴다. 싱크대를 열어 단 걸 찾다가 저녁에 만난 친구가 준 쿠키를 발견했다. 말로는 늘 다이어트 중이기에 제일 살이 덜 찔 것 같은 모양의 쿠키를 골라 한 입 베어 물었다. 와, 맛있다. 바삭하게 잘 구워진 쿠키. 이걸 만든 사람도 매일 쿠키를 굽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만든 걸 먹고 있다고.
어떤 건 설익고 어떤 건 너무 익고. 어떤 건 허옇고 어떤 건 까맣고. 분명 똑같이 구웠는데 이상하네? 같은 방법으로 구워도, 심지어 같은 날 같은 오븐에서 구워도 제각각 다른 쿠키를 보며 의아해 할 그를 생각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나도 매주 굽고 있다. 대부분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망하고 아주 가끔 흡족해하는, 생각을 굽는 사람. 그게 나다. 작가로 불리지 않아도 계속 만들 게 있고, 이번 주엔 뭘 구울까 고민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