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건 맛이 아니라 시선
"혹시... 장사하세요?"
접수를 받던 우체국 직원이 내게 물었다. 지인들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4일째 우체국에 도장을 찍는 중이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택배를 보내니 충분히 ’ 업자‘로 오해할만하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 약과‘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약과 공장이 전국구 스타가 됐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맛을 본 후 SNS 상에서 입소문이 나서 소위 ‘대박’을 쳤다. 동네 사람들에게나 팔던 정품을 만들다가 생긴 부스러기 약과가 'SNS 대란템'이 됐다. 박스째 전국 각지로 팔려 나갔다. 소문을 들은 지인들이 너희 동네 ‘특산물‘ 맛이나 보자며 하나 둘 부탁하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선뜻 부탁에 응했고, 종종 ’ 약과 요정‘으로 변신했다.
문제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였다. 전에는 언제든 물량만 남았다면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었다. 늘 한적했던 공장 앞에 어느샌가 공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긴 줄을 선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생겨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수 제한이라는 초강수까지 등장했다. 멀리서 그 부스러기 약과를 사겠다고 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허탕을 치고 격하게 항의하기 시작하자 생긴 룰이다. 그러니 나도 한 번이면 끝났을 약과 요정 변신을 거듭하게 됐고, 우체국에 출석 도장을 찍다가 약과를 떼다 파는 ’ 소매업자’로 오해까지 받게 됐다.
약과 대란. 정성 들여 만든 수제 약과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 자다가도 웃음이 날 거라 생각했다. 로또에 준하는 대박이 인생에 굴러온 기분일까? 아니 돈은 둘째 치고, 묵묵히 걸어온 내 선택을 인정받는 거 같아 기쁘지 않을까? 여러 궁금증이 몽글몽글 피어났다. 그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어 갈 때마다 사장님의 얼굴을 천천히 살폈다. 그런데 사장님의 표정은 의외였다. 몇 해 전 처음 갔을 때 생글생글 까지는 아니지만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던 약과 공장 사장님의 얼굴을 기억한다. 하지만 갈 때마다 피곤과 짜증의 농도가 서서히 진해지는 걸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인기가 치솟는다는 건 동시에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도 함께 몰려온다는 뜻이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돌+I 질량 불변의 법칙. 좋은 손님들이 많아지면 이상한 손님들도 그만큼 늘어난다. 옛날에는 안 그러더니 인기 좀 있다고 유세 떠냐부터 시작해 맛이 변했다는 지적. 일대 주차나 소음으로 인한 동네 주민들의 항의와 다툼. 결코 예상치 못한 일이었을 거다. 약과 공장 사장님은 평생 그래 온 것처럼 그저 약과를 만들고, 거래처에 정해진 물량을 납품했을 뿐이다. 바뀐 건 약과의 맛도, 사장님도 아니라 허름한 공장 출신 약과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었다.
시끄러운 속세와 달리 약과는 변함없이 맛있다. 수년째 그곳의 약과를 먹어 온 내 입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흔한 약과와 달리 오래된 기름 쩐내 없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탄수화물을 뭉쳐 기름에 튀겨 물엿을 입힌 당 덩어리의 끝판왕!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거리를 둬야 하지만 한 팩을 뜯는 순간, 멈출 수가 없다. 요즘 같은 계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곁들여 먹으면 천국행 급행열차를 태워준다. 부스러기 약과 몇 팩을 사면 정품 약과 한두 개 끼워주던 덤은 사라졌다. 하루 판매 수량이 정해져 있어 늦게 가면 돈 주고도 못 사는 약과계의 명품으로 신분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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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운이 좋아 우주의 기운이 몰려든 덕에 내가 지금은 상상도 못 하는 대단한 자리에 오른다면 그때 나는 어떨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난 악착같이 약과 사장님의 얼굴을 떠올릴 거다. 세상이 뒤집어져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좀 피곤해도 변함없는 맛의 약과를 만드는 그 사장님. 그의 얼굴을 생각하며 흔들림 없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내 갈 길을 갈 거다. 변한 건 약과 맛이 아니라 약과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던 것처럼, 변한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