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창'에 기고한 글
※ 로스쿨협의회에서 발행하는 '로스쿨창' 2025년 3월호(제55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로스쿨에서, 그리고 곳곳에서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썼습니다
한 해는 1월에 카지노 게임되지만, 학기는 3월에 카지노 게임한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1월보다는 캠퍼스에 푸르름이 깃드는 3월이야말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펼쳐지는 때다. 코끝에 남은 겨울을 떨쳐 내고 각자 출발선에 선 지금, '카지노 게임'에 대하여 생각하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작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설레는 말은 드물다. 여기에는 첫걸음을 떼는 자의 흥분과 기대감, 무엇보다 즐거움이 흠뻑 묻어있다. 그래서일까? 시작의 이면에는 언제나 불안과 초조, 약간의 두려움 마저 베어 있다는 사실은 쉽게 간과되고는 한다. 그러나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매우 복합적인 감정을 통과하는 과정이다. 때로는 쉽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생의 관문을 지나치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작의 복잡미묘함을 응시하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아래부터 영화 <원더(2017)와 <레이디 버드(2018)에 관해 (결말을 포함하지 않은) 약한 스포일러가 나오니 유의해 읽어주기를 바란다.
<원더의 주인공 어기(제이콥 트렘블카지노 게임)는 남들과 조금 다른 외모를 지녔다. 안면기형 장애로 27번의 성형 수술을 마친 이 아이는 그동안 홈스쿨링을 받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은 선언한다. 더 이상 집에서만 지낼 수는 없어. 궁금한 동시에 두려운 그것, 여태 뒤로 미뤄두었던 때는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어기는 등교를 결심하며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뗀다.
교장 선생님의 따듯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세상은 만만치가 않다. 어기의 얼굴을 두고 나쁜 말을 내뱉는 또래가 나온다. 헬멧을 쓰고 스스로를 감추는 어기를 보며, 이사벨의 마음은 무너진다. 하지만 어기는 자기 힘으로 아픈 시간을 조금씩 극복한다. 이 영화가 웰메이드 작품인 이유는 여기서 드러난다. 어기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는데, 여기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 그저 보통의 아이들이 그러듯이 자신의 모습을 내보이고, 거기에 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다가올 따름이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어기가 친구를 얻는 과정을 특별한 경험으로 끌어올리며 아무나 이루기 힘든 소원을 이룬 것처럼 부풀리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인간에게 끌리는, 그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관계의 진리를 펼쳐 보인다. 언제까지나 서고 싶지 않았던 길, 상찬과 상처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곳. 다사다난한 자기만의 '인생길'에 오른 어기는 그렇게 내일을 향한 작은 한 발 짝을 내딛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것은 과연 어기만의 이야기일까? 장애에 관한 설정은 이 아이를 타자화하게 만들지만, 실은 <원더는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다. 새로운 곳을 향할 때 우리는 때때로 두렵다. 두려움의 크기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집단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친근하면서도 만만치 않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우리의 가슴을 묵직하게 누른다. 어기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인간관계는 가끔 버겁다. 나는 이곳에서 받아들여질 것인가? 내 안의 유별난 점이 불쑥 튀어나와 '괴물'이라는 꼬리표가 붙지는 않을까. 카지노 게임은 싱그러운 불안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불쑥 생겨날 때 어기를 생각해도 좋겠다. 이 아이는 때로 헬멧 뒤에 숨고, 혼자만의 상상(우주인이 되어 모두에게 환영받는 상상)으로 힘든 시간을 버틴다. 이런 노력은 귀여우면서도 안쓰럽다. 하지만 이런 순간이 그의 일상을 붙들고, 마침내 마음 통하는 이들을 어기의 삶 안으로 초대한다. 걱정뿐인 엄마와 천진한 아빠로 보이지만 실은 그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 어기 때문에 가족 안에서 소외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를 아끼는 누나, 어기의 내면의 따듯함과 총명함을 알아보는 친구들, 시답잖은 농담에도 친절하게 반응하는 누나의 남자 친구까지. 실은 어기는 일상 가득히 사랑받고 있다. 그리고 이토록 투명한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도 통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니 괜찮을 것이다. 떨리고 불안해도. 드디어 막을 올린 치열한 카지노 게임스의 한편에는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여기 또 다른 카지노 게임을 앞둔 소녀가 있다. <레이디 버드의 크리스틴(시얼샤 로넌).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조그마한 동네 새크라멘토(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함)를 떠나 도시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한다. 그녀에게 새크라멘토는 뜨겁게 사랑하지만, 여전히 갑갑한 공간이다. 그리고 크리스틴에게 엄마 메리언(로리 멧칼프)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늘 엄마에게 멋진 딸로서 인정받고 싶은 동시에, 하루 빨리 독립하여 성인의 삶을 카지노 게임하고 싶다.
이 훌륭한 영화는 '시작'의 다른 의미를 우리에게 속삭인다. 새로운 출발은 언제나 무언가와의 이별을 전제한다는 점 말이다. 어른으로서 빛나는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너무 작고 유치해서 떠나고 싶다 소리쳤던, 그러나 실은 언제까지고 머물고 싶었던 아늑하고 따듯한 유년기와 작별해야 한다. 마치 어기가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하며 엄마의 포근한 손을 처음으로 놓은 것처럼.
재밌는 것은 크리스틴이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들어간 이후다. 이 시기는 영화에서 짧게 등장한다. 크리스틴이 염원하던 그곳은 상상했던 것만큼 환상적이지는 않다. 다만 조금 낯설어서, 새크라멘토와 다른 공간이라는 점만은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이곳에서 고향을 닮은 것들을 발견한다.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간호사. 오빠를 닮은 어린 소년. 첫사랑을 상기시키는 밤하늘의 별. 떠나온 그곳은 기억 안에 새겨진 채로, 새로운 세계 위에 부드럽게 포개진다.
<카지노 게임 버드와 <원더는 모두 인생의 새 챕터를 여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크리스틴과 어기는 일생일대의 관문 앞에 섰다. 이 순간을 지독하게 염원했다는 점에서, 크리스틴은 어기와 정반대의 경우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은 소중한 것들을 꼭 끌어안고 새 발걸음을 디딘다는 점에서 닮았다. 어기가 친구의 손을 잡고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한다면, 크리스틴은 자기 안에 새겨진 추억의 힘으로 작별의 순간을 넘어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과정을 성숙이라 불러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들처럼 우리도 때때로 출발선 앞에 선다. 쏟아지는 응원. 꼭 쥔 주먹. 긴장된 얼굴. 입술이 마른다. 목이 탄다. 이제 힘껏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세상은 그리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달음박질이 흥분되는 동시에 가끔 힘겨울 수 있다는 점,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불쑥 튀어나와 우리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는 점은 자주 생략된다. 이 모든 순간을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몫이다. 그러나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실은 이 한마디에 닿기 위해 긴 글을 거쳐 왔다. 옆에는 친구가 함께 뛰고 있고 멀리서는 어른들이 목청 높여 응원하던, 숨이 가쁜 것인지 벅차오르는 것인지 모른 채로 그저 힘껏 앞으로 달려가던, 학창 시절의 그 달리기가 실은 우리 인생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로스쿨창 제55호는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https://akls.kr/reference/reference01.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