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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은 Feb 19. 2025

카지노 게임 피었습니다, 미소라멘

드라마 <더 글로리

우울한 시기의 저는 이렇습니다.


약속 없는 주말에는 아침에 떠진 눈이 서러워 눈물을 훔치며 한참을 누워 있어요. 평일에는 그럴 여유가 없지요. 허겁지겁 집을 나서다 명찰이나 휴대폰을 두고 나가기 일쑤입니다.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거나 휴대폰을 잊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아침에 참았던 눈물이 말랑해진 가면을 뚫고 상념이 침투하는 오후에 제멋대로 흘러내립니다. 밤에 비가 내리거나 거센 바람이라도 불면, 걱정과 허무, 자기혐오 등이 마구 뒤엉켜 머리를 사정없이 때려요. 그럴 때면 나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모으는 사람의 마음이 되었다가, 다음날 아침 소금빵을 먹기 위해 접기로 합니다.


어느 주말, 요코스카의 자그마한 미술관에서 ‘어딘가의 오리지널’이라는 커피와 놀랍도록 달콤한 치즈케이크를 먹으며 지인과 함께 나의 불안과 무기력을 분석해 보았어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가 큰 것 같아요. 카지노 게임에 내 집이 있다면, 영주권이 있다면, 혹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있다면 밤이 덜 불안하고 낮이 덜 슬플까요. 아, 이것도 핑계겠지요. 그런 이야기를 하다 그의 눈이 걱정으로 가득 찬 것을 보고는 ‘이거 PMS예요. 지나가요.’라고 안심시켰습니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거짓이에요. 지나가고서, 또 돌아오니까요.


점심시간에 식사를 거르고 엎드린 채 숨죽여 울던 날이 있었습니다. 마침 전 국민이 알레르기를 앓는 시기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삶이 불안하다 못해 공포스럽게 느껴져도 멀쩡히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자는 저의 성실함도요.


이런 시기일수록 햇볕을 쬐고, 사람을 만나야 함을 경험으로 익혔습니다. 다행히 약속이 많은 한 달이었어요. 솔직히 카지노 게임기 싫을 때도 (죄송하게도) 있었지만, 2월에는 ’약속 취소하지 않기‘와 ’병가 쓰지 않기‘를 목표 삼았답니다.


신오쿠보에서 교회 동생과 네네치킨도 먹고, 한국에서 놀러 온 손님 덕분에 긴자에서 값비싼 덴푸라와 스시 오마카세도 (얻어) 먹고, 가장 친하게 지내는 언니 집에서 주말 내내 뒹굴거리기도 했습니다. 잠시 카지노 게임에 체류 중인 작가님과 방문한 유시마텐만궁에는 어느새 카지노 게임가 피었더군요. 이제 꽃샘추위만 무사히 넘기고 나면, 완연한 봄이 오겠지요.


한 동안은, 나카메구로의 벚꽃을 보기 위해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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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너무 차다. 그치?
어휴 춥다.
우리 봄에 죽자, 응?

그리고
봄에 죽자는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던 걸요.

드라마 <더 글로리 중에서



아직 요리할 기운을 차리지 못해 외식 일기로 대체합니다. 유시마텐만궁에서 카지노 게임를 구경한 후 점심으로 먹은 카지노 게임이에요. 나란히 앉은 사람이 있었으니 혼밥은 아니지만요. 칼국수처럼 식감이 투박한 면에 달라붙는 기름지고 짭짜름한 육수가 퍽 맛깔스러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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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본포 아키하바라총본점 RAMEN
百年本舗 秋葉原総本店 R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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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버거운 생을 연장하게 만드는 것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가령 꿈이라던가, 타지 못한 적금이라던가, 혹은 아직 당신과 영원히 이별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름 모를 누군가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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