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고 계속 감사하기
아마 그즈음으로 기억한다. 잠시 붙어있던 베스트셀러 딱지가 사라진 뒤. 끝없이 떨어지던 판매 순위가 아예 없어진 뒤. 여전히 알 수 없는 원리의 판매지수가 0으로 수렴한 뒤. 처음엔 허망하다가 나중엔 오히려 후련해졌다. 희미하게 가졌던 기대의 불빛도 아주 꺼졌다. 희망이 사라진 곳엔 절망도 없었다. 같은 원고가 같은 인쇄소를 다시 찾는 일은 없었다. 2쇄를 찍으면 넣으려던 기발한 에피소드가 적힌 종이 쪼가리는 구석에 처박혀 고개 들지 못했다. 증쇄를 그리던 마음은 시원하게 증발했다.
별일이다있었다. 존재하지않던새로운생명체인책은어린 아기가세상에나와겪듯온갖일을경험했다. 책을만든자는부모처럼아이가통과하는사건에감정이입하며여러감정을겪어야만했다. 마치만들어내놓은자의무거운책임처럼. 제일처럼알려준곳이있었다. 한국서다니던교회와호주에서다니는교회가먼저나섰다. 처음으로책에사인해서나눠주기도했고, 꼭사서보겠다는약속을바다건너전해듣기도했다. 마음놓고육아휴직할수있게만들어준회사노동조합에도책을선물했다. 넌지시퍼지길바라는기대도몰래담아서. 소망이읽혔는지선뜻구성원에게자연스레소개해주었다. 덕분에얼굴도모르는동료가책을사서읽고후기를올렸다. 놀란마음으로찾아가인사를건넸다. 나중에돌아오면사인받고싶다는응답에덥석차도사고밥도사겠노라전했다. 투고하며만났던출판사중도움이되었던곳에출간소식을전했다. 비록거절했지만피가되고살이되는조언이고마웠다고말하고싶었기때문에. 책만드는마음을아는이가돌려준답장은포근했다.
초보작가의서평사랑은대단했다. 하나도빠짐없이찾아가서읽고감사의흔적을남겼다. 따끔하게혼나기전까지쭉. 읽어줘고맙고앞으로도열심히쓰겠다는내용이비슷비슷해서그때마다새로쓰는게의미가없어보였다. 결국복사해서붙여넣는지경까지가고말았다. 어느부지런한분께들켜서작가님평판에좋지않을거라는참된충고를듣고는멈췄다. 단한줄이되더라도느낀바를직접적으며소통하지않는건내게독이맞았다. 초심을잃고어이없게했던복에겨운짓때문인지그이후로는후기가뚝끊겼다. 내탓이라며한탄할뿐이었다. 한참 후에야 도서관에서빌려읽은독자의감상을목격했다. 출간직후에는대여보단구매만을멋모르는애처럼마냥바랐었다. 시간이흘러기대가사라져서그런지기분이나쁘지않았다. 누구라도어떤식으로든마주해서읽고느껴주면좋았다.
책은살아있는게확실무료 카지노 게임. 단순히글자와종이로만머물지않았다. 여러형태로변하며퍼져나갔다. 전하고자하는본질은같았지만다양한모습으로날아다녔다. 처음엔독자의글자로변무료 카지노 게임. 읽고난후의생각과느낌이각기다른글로남았다. 중간중간내가쓴글이인용되는순간을발견할때마다전율이흘렀다. 육아매거진에서새롭게태어나기도무료 카지노 게임. 관심있게봐주고열심히담아주어마음이닳도록고마울뿐이었다. 얼굴을내보이며밤늦게한시간도넘게혼자떠들었다. 오래알고지낸블로그이웃이마련해준인스타라이브방송에서하고싶은이야길원없이무료 카지노 게임. 내가뭐라고귀담아들어주는지참민망하고감사무료 카지노 게임. 나와거리가멀게만느껴지는공공기관에서인터뷰도요청받았다. 변화로요동치는시대에걸맞은내생각이필요하다고무료 카지노 게임. 세상의행동을위해목소리를보탰다. 인터뷰와책을보고강의요청을종종받았다. 몸이멀리있는탓에진행할수없어아쉬워무료 카지노 게임. 기어이시대에맞는온라인강연을제안받았고열심히준비중이다. 나몰라아빠에서전업아빠로변해살아가는흥미진진업데이트스토리를담아서. 쓴건글이었고엮은건책이었지만, 세상에돌아다니는모습은각양각색이었다. 마치우리가태어나다채로운모습으로색다른체험을하듯이.
써낸 책의 다양한 변신 덕택에 실천하고자 했던 다짐을 꾸준히 지킬 수 있었다. 처음 쓰면서 했던 나만의 약속은 하나였다. 쓴 글이 읽히고 사랑받아 대가를 남긴다면 모두 나누겠다고. 내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고 믿었다. 단순하지만 순수한 욕심의 결여는 쓰는 데 도움이 됐다. 글을 많이 팔아 숫자로 보상받겠다는 생각을 빼버리니 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기고 글로 받은 원고료, 출간 계약으로 들어온 선인세, 유튜브에 올라간 인터뷰 출연료, 여러분과 만나게 될 강연료까지. 예상치 않은 수익으로 결심했던 나눔을 풍성하게 행할 수 있었다. 따뜻한 발걸음이 쌓일수록 세상에 필요한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단단해졌다.
아내는요즘심각한얼굴로내게짠하다고한다. 틈만나면책을알리려는몸부림을보느라. 그렇게까지해야하나싶어서옆에서보는게민망했는데지금은 계속혼자낑낑대는모습이안쓰러워보인다나. 그때마다대답한다. 아무렇지않다고. 회사다닐때처럼마음에들지도않는남의걸가지고하는것도아니고, 내가고스란히다들어있는나만의것을알리고파는건신나는일이라고. 도대체내가안하면누가해줄까싶은마음도있다. 부끄럼없이당당하다. 심지어지금은주변을신경쓰느라그나마줄인거라고하면아내는못볼것을본것처럼허탈하게웃는다. 나는정말괜찮다. 계속된자체발광덕분에그나마이만큼이라도팔리고알려졌다고믿는다. 원하고바라는일은하고만다. 행동엔후회가없다.
나만바라보는지독한뚝심은꼭남에게도이롭게작용하진않았다. 지겹고지나치다며떨어져나간인연이생겼다. 다행인건애매하게돌려말하지않고홍보가싫다고해서개운무료 카지노 게임. 빙빙돌려가며싫은티를내길래단도직입으로물어본건나였지만. 돌아서고나니찜찜했던옛날이야기가퍼즐처럼맞아떨어졌다. 먼저취업한내가이유없이불편무료 카지노 게임는소문을뒤에서들은적이있다. 대수롭지않게취업이안되니된사람이미워보일수도있겠다며넘겼다. 무례한질문도주기적으로던졌다. "너희회사는뭐한다고그렇게돈을많이주냐?"라고거침없이말하곤무료 카지노 게임. 내게꼬인시선을가진자에게책냈다고알리는꼴이얼마나보기싫었을까.
고만고만하던옆사람이새로운시도를하면반응이극명하게갈린다. 신기해하며응원도하지만낯설어하면서오버하지말라고도한다. 도토리키재던시절엔비슷비슷하니잘지냈는데갑자기튀는모습이눈뜨고봐주기어려운지도모르겠다. 나쁘고힘든일이아닌데도싫은티를팍팍내고눈치를주니어려운일이라도생기면바로도망갈테다. 무심한사람도힘들지만못마땅한반응은더괴롭다. 밝은기운을주고받는관계만챙기기도시간이부족하다. 발목잡으려고삐딱하게보는자에게까지감정을낭비할틈은 없다. 내삶은소중하니까.
혹시너무심하게굴어서멀쩡한사람도학을뗀게아닐까하는의심도해봤다. 남보단나를신경쓰는탓에나도모르게선을넘었을수도있으니까. 해도바뀌었고해서문득생각나는친구에게안부인사를전무료 카지노 게임. 그가 책많이팔리냐며먼저물었다. 잘되면자기한테감사해야한다고주변에많이팔아줬다는생색도잊지않으며. 관심에고마워하며근황을알렸다. 덕분에인터뷰도했고이번엔강연도한다고. 네놈이뭔강의냐며세상이미쳐돌아가는이유가있었다는직언을서슴지않았다. 하릴없이인정하며부끄럽지않게준비하고있다고고백무료 카지노 게임. 친구는오랜만의안부좋았다는인사와함께마지막한방을때렸다. 보내준강의사이트를가리키며"저거결제해서들으면되는거지?"라고. 화들짝 놀라며그런거아니라고, 네덕에책많이알려져서이런것도한다며알린것뿐이라고괜찮다고. 뜨거워지는마음으로깨달았다. 내가심한게아니었구나. 날인정하고사랑하는사람이있구나. 큰일을치르면관계가정리된다는말처럼책을낸덕분에관계가깔끔해졌다. 복잡하고너저분한주변을말끔히다듬고싶다면책내는걸추천한다.
온전한 내 것이 팔려나간 숫자를 확인했다. 바로 어제 첫 인세 정산 내역을 받았다. 첫 느낌은 '우와!'였다. 하늘로 날아가 버린 기대와는 다르게 꽤 큰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저 감사했다가 곧 궁금해졌다. 누가 샀을까? 눈앞의 숫자가 진짜라면 모르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일 텐데. 냉정하게 따져서 나와 아내의 결혼식 하객수는 빼야 했다. 근데 축의금 목록의 인원을 다 빼도 남는 사람이 있었다. 굳이 지인이 일부러 여러 권씩 산 게 아니라면. 출간 직후에는 아는 사람 중에 누가 살까 궁금했었다. 강요하는 기대를 접고 나자 시들해졌다. 사 줄 사람은 살 거라며 마음을 닫았다. 이젠 모르는 사람 중에 누가 산 걸까 미치도록 알고 싶다. 날 읽어준 순수한 독자는 누구였을까. 설마 뒤늦게 찾아온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
정신나간마음을붙들어두고감사의자리로돌아왔다. 누구는선인세만큼도못팔아서마이너스로찍히기도한다는데놀라운성과였다. '책판매에따른작가의수익금은도움이필요한아이들에게전액기부합니다'라는책날개의문구가민망해질일은없게되었다. 경건함도아주잠시, 저쪽에쭈그러져있던근자감이고개를들었다. '이거지금겨우3개월치잖아. 그럼아직할만한거아냐?' 이름아는사람만살줄알았는데모르는사람도샀다는걸알게되더니사라진희망이어느새돌아와자리잡고있었다. '베스트셀러가어려우면스테디셀러로가면되잖아?' 들뜬마음은나쁜마음까지낳았다. 함께하는육아가당연해지는날이늦게오면좋겠다고. 그날이오면내책은쓸모없어질테니까.
벌써일년이되어가는첫도전이첫수확을맞으며일단락되었다. 옆에서아내는아직도"누가당신이책을낼거라고생각이나했겠어."라며놀란다. 놀라운사건을특유의분석본능으로파헤쳐보면뻔한결과가나온다. '쓰고싶은마음'과'읽는이에대한감사'. 결국쓰기에서다줄이면이것뿐이다. 쓸데없는욕심이쉴새없이비집고들어오지만, 중심을놓치지않으려애를쓴다. 그러다보면'중쇄를찍자!'는모든작가의희망을이루는날이올지도모르니. 계속쓰며계속감사하고싶다.
모든 첫 경험이 그러하듯 처음은 아찔하고 짜릿하다. 그 맛을 잊지 못하고 근질근질한 몸을 긁적이며 꿈틀대고 있다. 아무래도 다음 도전을 시작해야 할 모양이다.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곧 두 번째 출간 도전기로 돌아오겠다. 출발하며 건넸던 처음의 부탁처럼 때로는 위로를, 어쩌면 축하를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