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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여름 Nov 07. 2020

완벽한 카지노 게임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다시 오랜만에 브런치를 찾았다. 장장 5개월 만.


이제는 오랜만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민망할 수준의 빈도지만,

그럼에도 해마다 몇 번은 브런치를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늘 그런 때였다.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허할 때,

마음에 쌓인 말들은 한 가득인데 정작 풀어낼 단어를 찾지 못했을 때,

혹은 꽤 지쳤을 때.

또 혹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문턱.


그래서인지 문득 생각이 나길래,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무거운 기타까지 들고 나온 건 덤)

최근 쌀쌀했던 여러 날과는 달리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는데,이상하게 생각이 더 많아졌다.


버스 안에서 간만의 좋은 날씨에 신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왜인지

"완벽한 카지노 게임는 없다지만, 그런 카지노 게임를 갖고 싶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건 어쩌면 온전히내 마음의 소리였던 것도 같다.


삶을 살아오며 헤온 경험들을 토대로 나에게 생긴 여러 신념들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구체적인 어떤 단어로 강하게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대다수의 경우는그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예를 들자면"카지노 게임주의자" 같은 단어가 그렇겠다.

아무튼 나는 스스로를 꽤나 카지노 게임 맺기에 수동적이고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남들에게 강하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나 자신을 그런 사람이라 굳게 믿어왔다.

그런데 내 신념을 떠올려보며 나를 되돌아보니,

어쩌면난 카지노 게임에 목매고, 몰두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 것.


늘 사람과의 카지노 게임란 가변적이며, 일시적인, 것이리라 믿었는데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게임를 믿고 싶은 마음, 완벽한 카지노 게임라는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에 완벽한 카지노 게임란 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아무리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라도, 모든 걸 나누는 사이라 하더라도 각 개인으로 존재하는 이상 (혹은 뇌와 사고 체계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완벽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어렵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고 있는

철없는 마음이 저 마음속 한 구석에 숨어 있는 건인지.

내가 A를 얘기하면 B를 이야기해서 Z까지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더라도 간혹지칠 때면 그 마음을 알아주고,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정도는 알아줄 수 있는 그런 카지노 게임.


어쩌면나 좋을 대로의 완벽한 카지노 게임를 꿈꾸는, 여전히 너무 어린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문득깨달은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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