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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Mar 31. 2025

카지노 게임 본 적 있나요

주변이 고요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더 잘 듣기 위해서는 침묵해야만 했다. "탁탁, 탁탁탁탁“


공원 바로 옆에 차도가 있어 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가 났지만 내가 찾고 싶던 그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2,3초 정도 있다가 소리는 반복되었다.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맞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아직 잎이 무성하지 않아 빈 가지 틈으로 새를 발견하기 쉬운데도 찾기 어려웠다. 주의를 기울여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는 나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배에 빨간색이 보인다. 오색딱따구리다!

카지노 게임샛강생태공원에서 발견한 오색카지노 게임(아마도)

딱따구리가 눈에 들어온 순간에 심장이 콩닥거렸다. 자연 생명체를 발견하는 순간, 나에게 살아있다는 감각, 자연 속에 머물러 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휘감는다. 특히나 도심 한복판에 있는 공원에서 딱따구리를 발견한 거라, 희망 따위 없을 법한 삭막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만 같았다. 비교적 관리가 잘되어 있으면서도 인간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구간이 유지된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이라 가능한 일이겠다.


고개를 한껏 젖혀 올려다보니 얇은 나뭇가지에 딱따구리가 매달려 나무를 쪼았다. 집을 만드는 건 아니었다. 집을 지으려면 굵은 나무 기둥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나뭇가지 위에 있다가 거꾸로 매달렸다가, 그 옆가지로 옮겨 다니는 걸 보니 벌레를 잡아먹는 모양이었다. 동그란 망원경 렌즈 속 딱따구리는 내가 지금 이 생명체와 같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여전히 모르는 세상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다.


카지노 게임는 크게 두 가지 소리를 낸다.

패킹(Pecking)과 드러밍(Drumming)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딱딱 쪼는 소리를 패킹이라 한다. 같은 자리에서 계속 집을 짓거나, 옮겨 다니며 벌레를 잡아먹을 때 나는 소리다. 듣기론 템포가 체감상 4분의 4박자보다 조금 빨랐다. 영어로 카지노 게임는 woodpecker라 할 만큼 이 패킹은 대표적인 소리라 할 수 있다. 드러밍은 연속적으로 "드르르르~"하고 내는 소리다. 자기 영역임을 알리거나 능력을 과시할 때 나온다. 봄이 되어 짝을 찾을 때 본인을 뽐내기 위한 방식인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책 <아무튼, 카지노 게임에 따르면, 템포와 패턴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며, 맛 좋은 벌레의 위치를 알리거나, 천적이 나타났을 때 등 다양한 의사소통을 위해 드럼 소리를 이용한다고 한다.

카지노 게임출처: 딱다구리 보전회



어떻게 그 작은 몸집으로 두꺼운 나무를 뚫어 집을 만들까? 궁금해졌다. 부리에 어떤 강력한 힘이라도 있는 것일까. 딱따구리는 1분에 20번, 하루에 많게는 1만 2천 번 쪼아서 집을 만든다. 평균 3주 정도가 소요된다.

하루에 1만 2천 번 쪼아도 머리가 남아날 수 있던 이유는 카지노 게임의 특화된 충격 흡수 구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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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다큐멘터리에서 엑스레이처럼 뇌의 내부 구조를 보여주며 친절히 설명했다. 나무를 두들길 때 딱따구리 머리가 받는 힘은 중력의 1000배나 된다고 한다. 뇌가 뒤로 밀리면 스펀지 같은 연골 쿠션이 충격을 흡수한다. 동시에 나무에 탁! 하고 부리가 닿을 때 이에 맞춰 눈을 감는다. 슬로모션으로 보니 정말 눈알이 튀어나오지 않게 반쯤 감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재채기할 때 사람이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것처럼 말이다. 스프링 역할을 하는 목 근육, 길이가 미세하게 달라 충격을 분산시키는 부리 뼈 등도 부리로 나무를 쪼기에 최적화되어 진화된 신체의 일부다. 여기에 발가락은 나무에 걸기 좋게 발달되어 있으며, 살짝 긴 꽁지깃은 지지대처럼 균형을 잡아 충격을 분산시킨다. 이미 2억 5천만 년 전부터 완성된 구조로 딱따구리가 살아왔으니 놀랍기만 하다.



쪼면서 나오는 나무껍질이 나무 밑에 수머리를 휙휙 돌리며 나무가루를 애써 멀리 흩뿌리는데, 그 이유는 집 짓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함이란다. 똑똑하기도 하지. '숲 속의 건축가'라 불릴 만큼 딱따구리의 둥지는 견고하다. 몸이 반듯하게 들어갈 정도로 딱 맞게 둥지 구멍을 내서, 몸집이 더 큰 새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단다. 안전하고 아늑한 집인 만큼 다람쥐나 원앙, 동고비 등은 딱따구리가 힘들게 만들어 놓은 집을 호시탐탐 노린다.

가운데 동그랗고 반듯한 카지노 게임 집 구멍

자신이 가진 자원을 100% 이용해 집을 짓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보지만 이건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관점이긴 하다. 그렇게 살라고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고, 그들의 방식에 맞게 자연에서 살아갈 뿐이다. 때론 집값에 허덕이며 전전긍긍하는 인간에 불과한 나로서는, 자기가 원하는 집터를 골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럽기까지 하다. (물론 천적에게 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예의주시 해야 하지만)


"탁탁탁", "드르륵드르륵" 소리가 나면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자. 분명 주변에 딱따구리가 있다는 증거다. 그런 소리가 나면 '아, 딱따구리인가 보네~'하고 지나치는 것과 유심히 그 행적을 쫓아 마침내 존재를 발견하고 몇 분 동안 멈춰 서서 대상을 바라보는 건 차원이 다르다. 관심을 기울인 만큼 보이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인간이 야생동물을 관찰의 객체로만 대하는 게 아닌, '같이 살아간다는 감각'을 통해 공동체적 존재로 여기면 좋겠다. 이들이 살아야 인간도 존속할 수 있으며, 우리도 자연과 결코 멀리 떨어진 존재가 아님을 딱따구리를 통해 또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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