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과 실행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것들
연구 기간을 통해 이런 저런 자료도 살펴보고, 내가 참여자로 참여했던 교육 프로그램들의 활동도 다시금 떠올리며 시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나는 그동안 내가 좋다고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예를 들어, 참여자들에게 '기술'을 위한 워크숍이 아니며 필요한 것은 오직 '편한 몸과 마음'이라는 내용을 여러차례 안내함으로써 그들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올 수 있게끔 했다. 또한, 알러지/비건/기호 등의 이유로 선호하지 않는 음식이 있는지 미리 파악하여 간식을 준비했고, 이름표를 미리 준비하여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당신'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냥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당신'이 있어야 한다는, '당신'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환대는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나의 음식 기호에 대해서, 나의 신념에 대해서, 나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나의 장애 등 '내가 가진 무언가'에 대해서 먼저 손 들고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자리들이 여전히 꽤 많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들을 보냈다. 이러한 시간들을 보내며 내가 굳이 '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어쩌면 환대의 기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단계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일이 있었는데, 우리는 워크숍 리더, 진행자라는 표현 대신 '워크숍 디자이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개인적으로 노르웨이에서 이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기때문이었다. (물론 섬세한 느낌을 주는 것도 좋았다.) 허나... 의도와 다르게 참여자분들은 우리에게 '디자이너님'이라며 '님'을 꼬박꼬박 붙였고... 의도치 않았던 위계가 만들어진듯하여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한국식 환대, 한국식 호칭 등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연극놀이를 할 때 우리가 그냥 닉네임을 부르는 이유가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닉네임을 부르는 것이 이에 대한 최선의 해결방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에... 이와 관련하여 조금 더 알아보고 싶다.
워크숍은 총 2회차로 진행되었다. 1회차는 커뮤니티 만들기에 집중했고, 2회차는 장단을 배우고 창작을 하는 시간으로 채웠다. 관련 내용을 모두 적을 수는 없으나 과정 중에 인상깊었던 순간을 이야기 하자면
#1. 쉬는시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2. 프로그램이 끝났음에도 연습실 출입문 근처에서 맴돌며 말을 걸던 사람들
#3. 한번 이야기가 시작되자,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이런저런 속 깊은 이야기를 쏟아내던 사람들
#4. 다음에 꼭 또 참여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하던 사람들
#5. 실력과 무관하게 정말 온 마음으로 함께 응원을 하던 사람들
등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1회차 프로그램이 끝나자, 나 역시 갑자기 자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1회차 활동 중 서로 다른 색의실을 가지고 자신의 이동의 역사를 그려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실과 비슷한 색으로 물고기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을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참여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충동이었다.
이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을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차올랐다. 사실, 교육 프로그램에서 기념품을 제공하거나, 선물을 주는 것에 있어 매우 반감이 심한 편이다. 그게 프로그램의 의미를 옅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례품도 선물도 아니었다. 그저, 오랜만에 내 안에 차오른 예술적 충동이었기에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였으나... 지금 다시 고민해보아도 역시 좋은 방향은 아닌 듯 하여 앞으로는 지양해야할 것 같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물론, 모순된 말이다. "사람을 만나야만 프로그램이 완성이 된다면서 기획 단계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참여자를 만나야만 완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허나,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기획 단계에서 예술교육에 임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우리의 '경험'에 대해 고민한다면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자와 함께 flow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이런 것이다.
참여자들이 함께 작창을 하는 시간 이후, 어느정도 마무리는 확 모아주는 분위기로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현주 언니에게 위와 같은 카톡을 보냈다. "그래도 이왕 살 거면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면서 조금 반전되어서 즐겁고 흥겹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를 반영하여 우리는 작창 가이드로 아래와 같은 것들을 순차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상황 : 본가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1. 카지노 게임 추천로 왜 돌아가는가
2. 본가에서 무엇을 챙기는가
3. 무얼 타고 가는가
4. 카지노 게임 추천 가는 길에 무엇이 보이는가
5. 카지노 게임 추천 도착 + 더질더질
허나, 실제 활동 중에는 시간이 부족해 1번의 질문만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참여자들의 발표를 보며 정말 깜짝 놀랐다.
시간 관계상 1번의 질문만 했음에도, 참여자들의 발표에는 2~5번의 내용이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카지노 게임 추천로 향하는 길에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본가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로 갈 때 챙기는 것들, 어차피 카지노 게임 추천에 살아야 하니 이왕 살 거 즐겁게 살아보자는 내용 등...
워크숍 디자이너들과 참여자들이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이 위에 언급한 내용이었다. 기획 단계부터 참여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정말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
더욱 자세한 내용은 기입할 수 없으나 <커뮤니티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통해 교육을 섬세하게 기획하는 것의 중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맛 볼 수 있었고, 더불어 예술교육의 힘에 대해서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소 웃긴 결말이지만정말 놀랍게도 파트너 송현주를 더 더 더 더 사랑하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이런 글을 작성해두었다.
최근에 다시 한번 예술가와 사랑에 빠졌다.
바로 현주언니.
워크숍을 진행하는 그를 보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떨린다면서 아주 멋지게 카지노 게임 추천를 하는 모습을 보며,
웃으며 친절하게 카지노 게임 추천와 창작의 세계로 이끄는 그를 보며
나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워크숍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며 딱 세 글자가 맴돌았다.
'망 했 다'
사실 언니와 함께 이번 커뮤니티 판카지노 게임 추천 워크숍을 준비하며 마냥 수월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둘 다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이다보니 많이 헤맸고, 기껏 준비한 프로그램을 뒤엎기 일쑤였다. (주로 내가 그랬다.)워크숍을 준비하며 "우리가 다음 프로젝트도 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솔직히 했었는데 워크숍 시작과 동시에 그 질문이 싹 사라졌다.할 수 있을까는 해야 한다로 바뀌었고 "저 멋진 예술가가 돋보이는 작업을 더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언니가 속해있는 세계,
언니가 그토록 사랑하는 세계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졌다.
그저 친한 언니였던 사람이었는데, 그가 너무나 멋진 예술가로 보이기 시작했다.
판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해서도 더욱 깊게 알고 싶어졌다. 이게, 현역 예술가가 진행하는 예술교육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던 것 같다.
<커뮤니티 판카지노 게임 추천는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호평을 받았다. 우선, '서울살이 타령'이라는 기획이 너무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이게 너무나 기뻤다. 물론 내 작업이 칭찬을 받으면 그게 뭐든 기분이 좋겠지만 특히 기분이 좋았던 까닭은, '나'로부터 출발한 첫 기획이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대의나 예술가의 욕구가 아닌, 정말 기획자인 나로부터 출발한 '나'의 기획.
프로그램을 더 이어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현주언니는 오히려 '판카지노 게임 추천'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나 역시 이를 더 깊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고민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쉽지만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을 다른 사람과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송현주가 아닌 다른 소리꾼과는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프로그램 이후 판카지노 게임 추천에 더욱 집중을 해야겠다는 현주 언니의 결심이 내심 반갑기도 했다. 언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좋아한다는 것으로부터 이미 큰 힘과 동력을 얻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창작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하거나, 판카지노 게임 추천 예술교육을 위해선 본인의 소리와 입지가 더욱 깊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너무나 멋진 예술가의 태도와 결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욱 멋진 카지노 게임 추천꾼이 되어 돌아온 송현주와 이 프로그램을 언젠가 다시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소 외람되지만, 이 글을 쓰며 계속해서 떠오른 예술가가 한 명 있다.
바로,스웨덴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저글러 Erik Åberg!
작년 여름에 카지노 게임 추천에서 서커스 포럼이 진행되었고, 그때 알게 된 예술가였다.
한 명의 저글러로서 역사를 탐구하고,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그의 작업 방식이 참 좋았다.
저글링과 관련한 역사를 공부하고, 그로부터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오브제를 만들고 무려 특허까지 낸 예술가!
Creation of object / Juggler's Practice 그리고 feedback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이 매우 흥미로웠다.
많이들 오브제를 다 만든 후에 연습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오브제를 만들고 연습을 하다가 그 과정에서 알게된 것들을 반영하여 다시 오브제를 다듬고 연습을 하는 식으로 계속 두 단계를 왔다갔다 하며 작업을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우리가 가장 쉽게 간과하는 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보며, 예술교육 역시 기획과 실행을 계속해서 오가며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사이를 오갈 때에만! 오가야만!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저글러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참 매력있었다.
왜 나는 이 글을 쓰며ErikÅberg를 떠올렸을까?
나는 포럼 당시에 이런 질문을 했었다.
"저는 스톡홀롬 대학에서 어떤 분들과 함께 공부를 하시는지,그리고 학교에서의 시간이 본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가 궁금합니다.'학문'으로써의 서커스와 그 공부 환경이 궁금해요 !"
그러자 그는 '박사' 과정에 대해 엄청난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그걸 들으며 나는 '박사님 모먼트'라고 적어두었다. 하하.
유효했던 이야기는, 박사 과정에서의 역할은 전공을 공부하고, 그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있다는 내용 그리고 예전 지식들을 톺아보며 지금의 내가 연구자로서 더할 것은 (더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내가 한 연구를 미래에 '나 없이도' 할 수 있게끔, 알 수 있게끔 정리해야 한다는 것.
이 답변이 너무나 좋았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움직이고, 다시 돌아가 수정하고, 다시 움직여 보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기꺼이 후배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커뮤니티 판카지노 게임 추천를 하며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며 나아가는 기획자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할 동료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될테니까.
<커뮤니티 판카지노 게임 추천의 경험을 대체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싶어 미루고 미뤘는데... 그래도 이렇게 정리가 되었다니...! 너무나 기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