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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혁신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차고 다니는 흔한 장치가 되었다. 길을 걷다 보면 산악회 모임을 다니시는 부모님뻘 되는 분들부터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까지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건강프로그램을 즐겨 보시며 건강관련 유튜브 링크를 공유하는 걸 좋아하는 건강 염려증 때문일까? 스마트 워치는 이제 건강이 가장 큰 자산인 분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고프코어룩가 아닌 동묘의 등산복 패션처럼 말이다.
이렇게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면서 나만의 특별함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느낌이 점점 사라졌다.
사실 나도 한때 스마트워치를 찼던 사람이다. 내가 처음 애플워치를 샀을 때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사람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애플워치도 3세대 모델로, 이제는 운동할 때만 찾는 오래된 기기일 뿐이다. 그 당시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물어보기도 했고(그중에 갤럭시 유저들도 많았다), 그게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흥미롭게도 내가 손목시계를 차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스마트워치였다. 원래는 손목에 무언가를 걸치는 것이 불편해서 시계를 전혀 차지 않았었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를 계속 사용하면서 어느 순간 손목이 허전하다는 감각이 생겼다. 스마트워치가 익숙해지면서 손목이 무언가로 채워져야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든 것이다. 이 아이러니한 변화 덕분에 나는 손목시계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손목시계를 고를 때 나름의 고민도 있었다. 내 손목 둘레는 가는 편이라(난민손목이라 칭함) 크고 화려한 시계보다는 작고 섬세한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빈티지 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클래식하고 작은 디자인의 시계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빈티지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를 넘어, 나만의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게다가 스마트워치가 가진 디지털 특유의 차가움과는 달리 빈티지 시계는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담고 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나는 손목에 작은 것들을 차고 다니면서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마다 일종의 만족감을 느낀다.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수많은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내가 선택한 시계 하나 하나가 전하는 개성과 스토리텔링이 있다. 결국, 스마트워치에서 시작된 여정이 나를 손목시계라는 새로운 취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참 재미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를 차지 않는 나의 이유는 단순히 더 이상 힙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그것이 나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는 스마트워치는 애플과 갤럭시 진영 또는 그 외 샤오미 등의 제3세계 진영으로 나뉜 '클론'이다.
사람들은 먹고 살만해지면 패션에서 기능보다는 '아비투스'라는 일종의 개인 취향을 표현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손목시계는 이제 단순히 시간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나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내가 요즘 그림을 수집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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