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박봉담
수원은 이제 예전의 수원이 아니다. 인구 120만의 특례도시가 되었다. 사람만 늘었을 리가 없다. 논밭은 없어지고, 외곽까지 도로가 뚫리고 사방으로 건물이 지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동수원에서 오래 살아온 나는 여간해서 서수원 쪽으로 갈 일이 드물다. 같은 수원임에도 매번 낯설기만 한 서수원으로 향한 건 ‘박(park)봉담’이라는 다소 요상한 이름의 카페를 찾아서였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있는, 익히 잘 알려진 ‘국순당’의 화성양조장 부지를 리모델링해서 카페, 테이스팅공간, 양조장 등 술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내비게이션을 들여다보며 ‘박봉담’을 찾아가는 길, 그곳이 국순당의 공장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문득, 오래전의 카지노 게임이 떠올랐다. 그 때문이었을까. 주변을 둘러보니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는데 내가 그곳을 카지노 게임해서인지, 아니면 떠오른 그때의 추억 때문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내가 국순당 근처에 갔던 건 어둠이 채 걷히지도 않은 새벽이었으니 주변을 카지노 게임할 리가 없다.
카지노 게임의 회사는 국순당 바로 근처에 있었다. 아침 출근길이나, 잔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늦은 밤에도 늘 술 냄새가 난다고 카지노 게임는 말했다. 미칠 것 같아. 출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술집에서 술이나 한잔하고 싶어진다고.
어느날은, 진짜로 땡땡이치는 기분을 내며 떠나보자고 하는 말에 새벽 5시에 카지노 게임의 회사 앞에서 기다렸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카지노 게임를 태우고 계획도 없이 그저 ‘영월이나 가자’며 고속도로 위에서 일출을 맞았다. 양지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터널 입구를 지나쳐가던 새 한 마리가 차 앞유리창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갔다.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그게 뭐라고 다들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영월, 이라는 것 외엔 목적지도 없었으므로 운전하는 나 대신 카지노 게임는 그제야 목적지를 검색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그날, 선돌과 청령포를 봤다. 그리고 동강이 흘러가는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놀다 돌아왔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제 그날은 아득하다. 영월에 함께 갔던 카지노 게임를 본지는 오래되었다. 여러 해 전 그 카지노 게임의 딸이 결혼할 때 잠깐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오랜만에 연락해 온 카지노 게임를 만났을 때, 망설이다가 처음 출간한 내 책을 한 권 가져가서 내밀었다. 카지노 게임는 내 책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요즘은 책을 거의 읽지 않아서….
그리고는 뿌듯한 얼굴로 딸의 청첩장을 내게 내밀었다. 그 카지노 게임가 혼자서 딸아이를 열심히 키운 것을 안다. 그러니 그 뿌듯한 얼굴을 이해했다.
결혼식에서 혼주로 선 카지노 게임를 잠깐 본 이후 일 년 가까이 흐른 어느날 술에 취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잘 지내냐. 나도 잘 지낸다. 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한번 봐야지. 이야기는 빙빙 돌다가 끝났다.
그 이후 또다시 여러 해가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마지막 통화에서 카지노 게임는 취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우리가 어디 경조사에서나 볼 사이니.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카지노 게임도, 맞다고 맞장구를 쳤던 나도 또 다른 어느 경조사에서 만나, 또다시 같을 말을 나누게 될지 모른다. 잘 지내냐, 나도 잘 지낸다. 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한번 봐야지.
카페 ‘박봉담’은 당연하게도 나만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요즘 신상 카페로 유명세를 제대로 탔는지 사람이 많아서 하마터면 앉지도 못할뻔했다. 국순당 공장이었던 곳을 개조한 카페답게 술빵이 다양하고 술도, 술을 이용한 음료도 다양했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고 나니 2층에서 백세주 시음 행사를 하고 있다며 쿠폰 석 장을 주었다. 쿠폰을 만지작거리며 거기에 그려진 백세주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시음대에 서니 직원이 새로 나온 백세주라며 잔에 따라주었다.
“드시기 전에 먼저 천천히 향을 음미해 주세요. 완전히 새로워졌어요.”
그의 말대로 기존 백세주와는 달리 한약 냄새가 없고 깔끔했다. 쿠폰을 모두 건네주고 백세주 석 잔을 천천히 나눠마셨다.
그간은 특유의 한약 냄새를 좋아하지 않아 백세주를 거의 마시지 않았었다. 이제 새로워진 백세주에선 한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오래전, 매일 출퇴근하며 술 냄새를 맡는다던 카지노 게임의 말을 문득 떠올린다. 거기서 만드는 거, 분명 백세주야. 독특한 한약 냄새가 섞여 있거든.
영월 동강 변에서 하루를 보냈던 그날은 어느새 아득하다. 이제 나는 인연에도 카지노 게임 있다는 말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