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새해는 읽은 책을 꼭 독후감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새해에 첫 번째로 읽은 책은 외젠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라는 희곡이다.
이 책의 주된 서사는 "코뿔소 병에 걸린 사회"다. 코뿔소가 시름시름 병을 앓는 게 아니라,사람이 코뿔소로 변하게 되는 병이다.
이 책은 총 3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주말 대낮, 베랑제가 전날 숙취에 절어 있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베랑제는 어딘가 무기력해 보이고, 삶에도 그다지 큰 의지가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이와 달리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장은 세련되고, 인텔리에, 교양 넘치는 친구다. 베랑제를 한심해한다. 장은 베랑제에게 "이제는 그만 좀 방황하고, 나랑 같이 어디 멋진 미술관이나, 연극도 보러 다니면서 교양을 쌓아보자"라는 종류의 훈계를 무료 카지노 게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 평화롭던 골목에서 갑자기 코뿔소 한 마리가 뛰어다니는걸 목격하면서막이 넘어간다.
1막이 코뿔소의 등장이었다면 2막은 코뿔소의 확산이다. 영문도 모른 채 점점 더 코뿔소로 변하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진다. 심지어 베랑제에게 훈계하던 그 절친 장도 결국엔 코뿔소로 변무료 카지노 게임. 그가 변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서 읽는 동안 그 풍경이 그려진다.
3막은 최후의 인간 베랑제로 요약할 수 있다. 베랑제가 짝사랑한 데이지란 여인이 중요하게 등장무료 카지노 게임. 그녀는 베랑제와 함께 인류의 최후의 2인으로 남았다가, 그녀 역시 마지막엔 코뿔소로 변하길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베랑제는 모두가 코뿔소를 선택한다고 할지라도 자신은 끝까지 인간으로 남겠다는 최후 인간 선언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 비유와 은유와 상징이 풍부한 이야기는 다 읽고 나면 여러 질문을 불러낸다.
첫 번째는 코뿔소가 된다는 건 무엇인가?이다. 이건 작품 해설과 작가의 배경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작가인 이오네스코는 나치즘, 전쟁을 목격하면서 평범하던 사람들이 인간성을 상실하는 모습에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코뿔소가 되는 건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순간, 본성만을 쫓고, 여러 종류의 폭력에 무뎌지는 순간이 코뿔소로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특별히 베랑제는 왜 코뿔소가 되지 않는가? 란 질문이 잇따른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나는 베랑제가 유일하게 소설 속에서 변화한 인물이라서 그런 거 같다. 그 변화는, 삶에 무기력한 1막에서, 인간으로 남고 싶다는 3막의 최후의 모습까지.
작가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단순히 동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다움"을 갖추기 위해선 베랑제처럼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얘기무료 카지노 게임.
이 소설에서 오로지 베랑제만이변무료 카지노 게임.삶에서 가장 무기력한 1막에서, 최후까지 코뿔소로 변하는 것을 저항하는 3막으로.
변화는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그렇기에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비용이 든다. 그렇지만 우주의 원칙은 신비로워서 어딘가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엔 그것이후지게 된다. 청결에서 더러움으로 바뀌고, 질서에서 무질서로 바뀌고, 이타적인 것에서 이기적인 것으로 변무료 카지노 게임. 본성을 따르고, 깊게 고민하지 않고, 직관을 맹신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치즘, 전쟁의 시대가 쉽게 퍼질 수 있다. 코뿔소로 쉽게 변하는 사람들은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지 않을까.
이런 질문 외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다른 동물 (가령 코끼리)가 아니고 코뿔소였을까?, "논리가 사라지고 감정이 우위를 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다수는 대체로 소수보다 옳고, 정의로운가?"와 같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읽는 희극이었다. 소설과는 또 다르게 재밌는 형식이었다. 실제로 작년에는 연극도 있었다고 한다. 올해에도 있다면 한 번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