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일흔 번째 주제
지독하게 길었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끝이 났다.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승자는 나일줄 알았는데,
막상 돌아보니 내가 완전히 진 패였다.
나는 너의 허상과 싸웠고,
너는 나의 껍데기와 놀며
시간을 그렇게 어긋나게 보낸 것이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승리는
아무데도 쓸 곳이 없다.
끝날 줄 몰랐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최후의 패는
완전히 도망친 너에게 있었던 것이다.
부딪혀보는 것보다
묵묵히 지켜보는 걸 택했던 너와
불같이 자지러지던 나의
지독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끝났다.
우리는 이제
한줌 재도, 무엇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로 흩어져야만 한다.
날아갈 곳이 필요했던 너와
발 붙이고 설 곳이 필요했던 나의
어긋난 시간들을
고쳐잡을 시간 없이 말이다.
즐거웠을까,
화가 났을까,
원망일까,
여러 감정이 뒤섞여 판을 흔든다.
이 판은 이미 뒤집힌 후인데도
나는 지고 말았다는 사실을
이만큼이나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이기적인 사람,
비겁한 사람.
-Ram
1.
가끔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고 생각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짜증 나고 힘든 순간에 '이건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이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라고 생각한다면 내 마음이 조금 덜 다친다.
2.
같이 무언가를 하다 보면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신나게 노는 것처럼 굉장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청소를 해도 그렇고, 운동을 해도 그렇고, 시장에서 장을 봐도 그렇고, 이사를 해도 그렇다. 앞으로의 인생도지금처럼 신나게 살아보자고.
3.
도무지 그칠 것 같지 않은 거센 비가 내리는 여름, 우리는 발가락으로 제로를 했다. 발가락 제로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즐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때를 잊지 말자며 추억으로 남겨둔 발가락 20개 중 4개의 엄지발가락들을 치켜 올린 사진이 있는데 보면 볼수록 귀엽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온라인 카지노 게임터에서 놀기만 해도 좋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가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에 갔을 때, 너의 취미가 뭐야? 넌 뭘 하는 걸 제일 좋아하니?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을 못했다.
미국 사람들은 그걸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지루한 사람이라 매력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파악했고,
내가 뭘 좋아하고 편안해하는지 안다.
사람들은 편안한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계절에 그곳에 가서 외치는 건 뭘까?
무슨 마음일까?
외신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자신들이 프린트 수리기사를 불러 프린트가 수리되는 시간보다 빠르게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고 한다.
우스우면서 슬프다.
내년 봄에 서울에 놀러 간다면,
지금보다는 편안함에 이르길.
-인이
2024년 12월 8일도란도란 프로젝트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