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미션
이 브런치 글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천 개의 파랑’ 상견례(배우, 스태프, 창작진 등이 처음으로 만나 인사하는 자리)로 시작한다.
상견례가 끝나고 “다음 연습 때 뵈어요!”라는 말을 하고선 나는 다신 연습실로 갈 수 없었다. 그날부터 이유 없는 소장출혈로 화장실에서 기절해서 응급실, 중환자실에 가는 것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담당 주치의는 앞으로 내 남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이렇게 출혈을 하며 살거나 사망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엄마는 너무 충격을 받아 온 치아가 다 흔들렸고, 나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러다 기적처럼 전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 간 병원에서 소장 출혈의 원인을 찾는 검사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천 개의 파랑’ 공연이 너무 보고 싶었다. 대본을 쓰면서 상상으로만 만났던 캐릭터들을 너무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공연 날 휠체어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그날 아침부터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이 상태로 극장에 가면 민폐를 끼칠 것이 뻔했기에 결국 가지 못했고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쓴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하다니... 게다가 나의 꿈의 무대였던 예술의 전당인데... 갑자기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억울함과 서러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장출혈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3달 만에 알게 된 내 병명은 ’ 림프종 혈액암‘이었다. 그중에서도 희귀 암. 또 그중에서도 고위험군. 죽을 확률이 살 확률보다 높았다. 이 치료의 끝이 새로운 삶이 될지 죽음이 될지 모르는 상태로 치료를 시작했고, 투병하면서 높은 사망확률이나 높은 재발률이 나를 짓누를 때마다 나는 ‘천 개의 파랑’을 생각했다.
소설 ‘천 개의 파랑’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작업하는 의뢰가 들어와서 원작소설을 읽게 됐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내가 잡은 각색의 방향성은 ‘낮은 가능성에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생존확률이 3프로이기에 모두가 포기한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이 ‘보경’을 구해낸다. 나중에 보경이 3퍼센트였는데 왜 자신을 살렸느냐고 묻자 소방관은 “3퍼센트였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희망이 1퍼센트라도 있는 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에너지가 있기에 자기에겐 3퍼센트나 100퍼센트나 똑같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각색 작업할 때도 참 좋아하던 장면이었는데 투병하면서 그 장면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마치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무거운 두려움이 나를 짓누를 때마다 ‘3퍼센트도 살아냈는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고, 언젠가 ‘천 개의 파랑’ 재연이 와서 공연을 보러 가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나는 소장절제수술, 항암치료, 조혈모세포이식까지 마쳤고 ‘천 개의 파랑’ 드레스 리허설(공연 전에 분장, 의상까지 모두 하고 실제 공연처럼 해보는 리허설)에 갈 수 있었다. 아직 감염 때문에 조심해야 하기에 공연은 관객들이 많아 갈 수 없어 공연 직전에 하는 드레스 리허설에 갔다. 나를 보자마자 피디님은 눈물을 흘리셨고, 배우분들이 모여있는 대기실로 데려가셨다. 반가운 배우분들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고, 그저 이 공연이 너무 보고 싶었단 말만 겨우 하고선 대기실을 나왔다.
그렇게 극장에 앉아 드레스 리허설을 봤다. 조명이 켜지고 시작하는 오프닝넘버부터 1막이 끝날 때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보는 것이 행복했고, 살아있어서 참 좋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순간 존재하기 위해 버텨내야만 했던 수많은 슬픔의 밤들이 생각이 났다. 인터미션(1막과 2막 사이 잠시 쉬는 시간)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었고, 2막도 마찬가지로 내내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드레스 리허설이 끝나고 기진맥진해진 나는 엄마의 부축을 받아 택시를 타고 오피스텔에 가서 따뜻한 마음으로 긴 잠을 잤다.
아프기 전에 나는 인생이 고단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힘든 장면만 넘어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하곤 했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에게 찾아온 암투병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도 없게끔 나의 삶을 멈춰버렸다. 그토록 좋아하던 일도 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만나지 못했고, 집에 갈 수 조차도 없었다.
그 긴 고통의 시간들을 나는 ‘인터미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내 인생이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1막이 끝나고, 조금 긴 인터미션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라고. 곧 인터미션이 끝난다는 종이 극장에 울려 퍼지고 2막이 시작될 것이다. 내 인터미션이 언제까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 인터미션은 영원하지 않고, 원래 잘 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2막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