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8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지노 쿠폰 허접자

카지노 쿠폰 능력 시험 JLPT N4 수험기

by 라파 Apr 06. 2025

작년 이맘때 3월의어느 휴일 아침. 가족들은 모두 외부 일정이 있어홀로 남은 나. 우유에 적신 아몬드가 들어간 달달한 시리얼을 잘근잘근 씹으며 종일 집에서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미 휴일이 된 상태에서 중년 남자 친구들은 유부남이든 싱글이든 돌싱이든 불러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렇다고 밀려 있는 보고 싶은 드라마나 하고 싶은 게임도 없고 바쁘게 회사 일하다 집에 와서는 가정에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갑자기 생긴 제법 긴 개인 시간이 당황스러웠다. 평소 틈이 나면 기타 연주 연습을 하거나 작곡작업을 했는데, 기타는 손가락 피지컬의 한계에 부딪혔고 작곡은 창의적 정신력의 한계에 부딪혀 쉰 지 제법 된 상태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모처럼 휴가인데 아주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당근 마켓과 쿠팡을 둘러보았으나 딱히 살 것도 없고넷플릭스 추천 콘텐츠도 둘러보았지만 볼 것도 없다. 이제 뭐가 남았냐. 유튜브가 남았다. 그나마 선택한 일이 유튜브라니 '한심한 나'를 탓하다억지로디지털 세상을 탓해본다.


작곡 작업하다 막히는 보컬 작업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연습했던 가수 성시경의 태진노래방 영상과우연히 TV를 켰다 목격해 버린 최애 걸그룹 NJZ의 공연연상, 춤을 안춘지 오래되었음에도 징하게 올라오는 비보이 영상이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되어 내 눈앞에 리스트업 되었다. 스크롤을 내려보다 가수 성시경이 일본어 공부한 내용에 대한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열심히 공부해서 일본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내용. JLPT자격증 1급을 땄다는 내용이었다.JLPT1급 일본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일본과 거래하는 반도체회사의 임원이다. 나도 일본어에 대해 친숙하고 일본어를 잘하고 싶어 대학교 1학년때 교양 수업으로 신청해서 듣기도 했었다. (하지만, 히라가나도 다 못 외우고 나중에 수강 포기를 했었다ㅜ) 어학연수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오타쿠데스카?(오덕입니까?)'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일본어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지만 늘 히라가나 가타카나 하다가 관두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 종일 일본어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유튜브를 끄고 일본 문자인 히라가나표, 가타카나표를 찾아 출력했다. 그리고 종이에 한 번씩 써보았다. 어릴 적에 일본어로 된 게임을 한 적이 있어서 히라가나 보다는 가타카나가 더 익숙했다. 히라가나의 경우 획 순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획순을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를 켰다. 획순뿐만 아니라 히라가나, 가타카나 외우는 방법. 절반쯤 일본어 발음이 섞인 훌륭한 선생님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다 풀어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공통적인 결론은안 보고 순서대로 빠짐없이 다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반복하라는 것.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외우고 싶은 사람은 아래 문장을 검색해 보길

아가 사탕 줄게 나 하마야 나와 응?

오랜만에 종이에 문자를 쓰고 있으니 학창 시절 생각도 나고 집중되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저도 20분, 30분 지나니 좀이 쑤셨다. 좀이 쑤실 때마다 일어나 집안일을 하나씩 했다. 설거지하고 와서 다시 써보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또 한번 써보고. 그런 식으로 한 결과 점심 먹고 테스트를 해보니 90% 이상 다 써졌다. (갑자기 대학교 1학년때 수강 포기 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어느 정도 일본어 문자가 익숙해졌으니 내친김에 다음으로 넘어가 볼까? 일본어 교육 유튜브도 많고 앱도 많았다. 앱을 3개 정도 다운로드하여서 하나씩 해보았다. "영어로 일본어 배우기"인 경우가 많고 "한국어로 일본어 배우기" 모드가 제공되는 앱은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요즘 앱은 게임처럼 되어 있어서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곧 지루해졌고 저녁식사 시간즈음이 되어서 가족들이 돌아와 자연스럽게 일본어 공부를 멈추었다.


다음 날, 고객사에 CTO와 함께 프로젝트 방문 미팅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제 일본어 공부를 한 만큼 모둠초밥 점심특선을 준다고 써져 있는 식당을 가자고 제안했고 CTO도 OK 했다. 들어가서 앉아서 모둠초밥 점심특선을 주문한 후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일본어가 여기저기 있었는데 벽에 가장 크게 씌어 있는 글씨가 읽어졌다.

いらっしゃいませ! (이랏샤이마세! - 어서 오세요!)

미국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손님 입장 시간이 되면 다 함께 외치던 멘트가 아닌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연결되며 잠깐이지만 그때 생각도 나고 좋았다. 흥미가 생긴 것일까? 퇴근길에 지하철에서게임, 넷플릭스, 유튜브를 제치고 일본어 공부 앱을 켜서 퀴즈 맞추기를 했다


LingoDeer 카지노 쿠폰 공부앱LingoDeer 카지노 쿠폰 공부앱


퇴근 후 잠시 짬이 나면 넷플릭스에서의도적으로 카지노 쿠폰로 된 콘텐츠를 선택했다. 더 나아가 아들이 숙제하는 시간에는 맞은 편에 앉아서기초 일본어 교재를 읽고 연습문제를 풀어보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는유튜브 일본어 강의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재미로 공부를 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즐겁게 했다. 일본어 대사 중에 오늘 앱에서 본 표현이나 단어가 나오면 반가웠다. 일본어 공부하기 좋은 일본 콘텐츠를 추천받아서 보기도 했다. '테라스하우스'는 평소 '나는 솔로'같은 낯선 사람들이 같이 지내면서 짝을 찾기도 하는 일반인이 나오는 리얼리티 예능인데 처음 만나 자기소개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흐름이다 보니 일본어 공부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 대거 출현해서 더 흥미가 있었다.


일본어 예능을 보다 보니 일본 연예인들도 조금씩 알게 되고 일본 가수들도 알게 되고 일본 여행 유튜버들도 알게 되었다. 일본 음식과 일본 관광지, 그리고 일본에 밴드 문화가 발달해서 비싼 악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나름 어학연수에서 만났던 일본 국적 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해보았고,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많이 봤고, 일본 여행도 몇 번이나 가보았지만 내가 몰랐던 새로운 콘텐츠가 생기면서 더욱 흥미가 생겼다.새로운 콘텐츠는 나에게 활력을 주었다. 마치 한글을 깨친 유치원생처럼 늘 다니던 서울시내 길거리에 일본어란 일본어는 다 읽어보고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다.흥미가 생기니 '힘든 공부'가 아니라 '지적 즐거움' 같은 느낌이었다.


입문이라는 허니문 상태가 지나가고 '일본어 한자'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등장했다. 일본은 한국처럼 한자어가 많이 사용된다. 한국은 신문이나 책에 한자를 쓰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일본은 여전히 한자를 쓴다. 한자를 모르면 신문이나 책, 심지어 광고에 나오는 카피도 읽지 못한다.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 '하면 되지! Just Do It!' 하면서 덤벼들었지만 일본어 상용한자 책을 사서 3페이지를 보다가 멘털 붕괴의 위기가 왔다. 한자의 음과 뜻을 한국어로 공부하고, 일본어로도 음과 뜻을 공부해야 했다. 음독과 훈독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한자로 써놓고 한자어처럼 읽을 수도 있고 순수 카지노 쿠폰 표현으로 쓸 수도 있었다. 朝食(조식)을 '조식(ちょうしょく초우쇼쿠)'라고 읽을 수도있고 '아침식사(あさごはん아사고한)'이라고 읽을 수 있다. 앞뒤로 오는 단어나 글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기도 하고, 뜻이 달라지기도 했다. 마치 거대한 후지산 앞에 아무 준비 없이 등산로 입구에 서있는 느낌이랄까.


"익숙해지면 그냥 되는 건데 익숙해지기 까지가 좀 어렵긴 해. 근데 재밌다고 생각하면 재밌어. 인류의 대표적인 문자인 한자잖아? 한자공부 자체도 알면 알 수록 재밌다."
"한자표를 보면서 음독, 훈독 외우려고 하지 말고 예문이나 독해 지문에서 한자를 만날 때마다 이럴 땐 훈독으로 읽는구나, 음독으로 읽는구나... 하면서 익히는 게 덜 힘들고 실용적이다."
"한자는 쓰면서 공부하는 게 좋다. 쓰려면 한자를 관찰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는 기다."
"스마트폰에 일본어 자판을 설치를 해서 konnitiha 이렇게 입력하면 こんにちは 이런 식으로 자동 완성이 된다. 한자도 발음을 입력하면 자동완성돼서 몇 개 나온다. 그중에 고르는 거라서 정확히 몰라도 이게 이 한자다 정도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일본어 고수 친구들의 꿀팁을 확인한 후에야 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하면 되지! Just Do It!'으로 차분하게 한자들과 스파링을 했다.


한자공부도 조금씩 익숙해지자 일본어 공부가 더 재미있었다. 나중엔 살짝 집착이나 중독 같은 상태가 되어서가족들이 걱정하기까지 했다. 왜 그렇게 까지 일본어 공부에 매달리냐고 말이다. 일본에 사업기회가 있는 거냐. 일본으로 이민 가냐. 일본 여행할 정도는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 맞다. 재미 삼아 시작한 공부가 유일한 재미가 되었달까? 일본어 공부 외에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이왕 하는 거 아예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게 어떠냐고 지나가는 듯이 말한 아내의 말에 난 가수 성시경 씨가 이야기했던 자격증을 떠올렸다.


그래 JLPT시험을 한번 봐볼까? 공부하고 있던 기초 일본어 맨 뒤에 부록으로 있는 JLPT N5 시험을 풀어보았다. 그럭저럭 풀만했다.듣기 평가 문제도 풀어 보았는데 100점은 아니었지만. 아주 아주 천천히 슬로 모션으로 말해서 너무 쉽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한국인이라면 N3정도해야 좀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JLPT는 유럽과 같이 어순, 어휘, 문법이 너무나 다른 전 세계인을 상대로 제공되는 자격시험이라서 라틴어 계열의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이라면 N5, N4가 도전이겠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인에게는 쉽다고 했다.한국어와 일본어는 어순도 같고, 어휘도 한자어를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 상당수 있고, 조사 등이 활용되는 문법에도 유사성이 높다.성시경 씨가 딴 N1은 고등학교 졸업생 수준으로 일본에 사무직 취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하니 나는 N3 레벨 정도를 최종 목표로 삼고 N4정도로 시험을 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N5는 지금까지 공부한 상태로 그냥 보면 통과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하여 시험을 온라인으로 신청했고 12월 1일 시험날이 정해졌다.


JLPT N4 자격증 수험서를 한 권 사서 1페이지부터 공부 시작한 첫날 살짝 좌절감이 들었다. 일본어 기초 입문서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어휘가 나왔고 문형도 다양했다. 시험을 9월에 신청하고 12월까지는 약 3~4개월 정도 시간이 있으니 D-100일가량 있는데 하루에 암기해야 할 단어의 양이 꽤 있었다. 시험 신청을 하고 내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 수준과 기한이 정해지면서 더 이상 취미가 아닌 새로운 일이 되었다.



가을엔 IT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의 마감이 겹치기 일 수다. 그런데 11월에는 다음 해사업 발굴과 제안 작업도 겹치면서 야근에 주말출근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험 치기 전날.야근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11시 30분 정도. 씻고 잠에 12시 정도에 들었을까? 시험당일 4시 15분에 눈이 떠졌다. 이렇게 준비 안된 상태로 시험 치는 것은 수능 이후에 처음이랄까... 23년 만에 있는 일이었다. 양치질을 하고 4시 30분부터 간단히 모의고사도 보고 안 외워지는 단어들을 쭉 표시했다. 문형은 제법 익숙해져서 해볼 만 한데어휘가 걱정이 되었다.듣기 평가는 하나도 연습을 못한 상태로 시험장을 향했다. 불안했다. 시험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시험 보지 말까 하는 생각이스멀스멀 올라오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자며 엉덩이로 꾹꾹 뭉개며 버텼다. 시험장에조금 일찍 도착해서 보니 초등학생도 있고 고등학생도 있었다. 대체로 젊은 사람이 많았다. 나 같은 아저씨는 거의 없었지만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여성분들은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3분의 1 정도의 수험자가 시험장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못 온 사람도 있겠지만 압박감을 못 이기고 포기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생각이 들었다. 나도 집을 나서기 전까지 시험 보지 말까 고민을 했으니 공감이 되었다.


시험이 시작되었다. 문제를 풀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수험서가 난이도를 조금 높게 잡아서 반드시 합격하게 디자인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문제는 수험서보다 쉬웠다. 몇 가지 아리송한 게 있었지만 필기는 합격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청해(듣기 평가)가 문제였다. N4에서의 청해는 N5에서 천천히 말해주는 것과 다르게 일반인들의 보통 빠르기의 말로 나왔다. 남자화장실이 몇 층이냐는 문제는 몇 층은 공사 중이고 몇 층에는 여자화장실 밖에 없다는 식으로 뱅뱅 돌려서 나오기도 했다. 몇 문제 풀어보니 반타작 정도가 예상되었다. 어떤 문제는 거의 못 알아 들었다. 단어 몇 개 들은 걸로 셜록홈스 딥러닝 추론머신을 돌려서 답을 찍었다.청해시간이 끝나고 아...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상당히 지쳤다. 모르는데 답을 적어야 하는 뭐라도 해야 하는 그 졸리는 상황. 그 힘든 순간들을 넘어 시험이 모두 끝났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스스로를 칭찬하며 수험장을 빠져나왔다.


OMR카드에 붙어있던 띠OMR카드에 붙어있던 띠


12월 1일 시험에 대한 발표 예정일은 1월 21일이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1월 17일에 성적조회 일정이 연기되었다고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헉.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올라온 공지에 1월 31부터 조회할 수 있다고 나왔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합격 여부를 조회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결과는 합격. 성적은 편지로발송된다고 하였다. 재밌는 영화 한 편, 멋진 음악 감상, 좋은 경치 구경과는 다른 오랜만에 느끼는 성장의 기분이었다.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들을 가까스로 넘겨가던 내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



또 1개월이 지나

3월 중순이 되어 등기가 하나 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예상대로 듣기는 반타작이었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80점 정도.

가족을 은 돈 내라고 하는 고지서나 사세요 하는 광고가 아닌 '합격성적표'라는 우편물을 신기해하며 축해해 주었다. 진심으로 기뻐하며 아들이 말했다.


"아빠! 합격했는데 기분이 어떤지 일본말로 해줘~!"

".... 시야와세데스네..."

"ㅋㅋㅋ 일본어 능력자 치고 너무 짧은 소감이네? ㅋㅋㅋㅋ"

"....스미마센...."


힘들게 카지노 쿠폰 능력자 자격증을 땄으나

내 일본어는허접했다. 카지노 쿠폰 허접자.


그러고 보니 아예 안 하는 사람한테 허접하다고 하지 않는다. 하긴 하는데 별로일 때 허접하다고 한다. 난 9개월간 달려 카지노 쿠폰 허접자가 된 것이다. 여전히 일본어 후지산 등산로 초입에서 산을 올려다보고 있다. 올라온 길이 짧아 브런치 글 하나 정도로 요약이 되는 수준이다.


지금은 일본어 공부를 작년 처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관심이 있고 조금씩 늘고 있다. 길거리의 일본어 간판, 일본어로 된 콘텐츠를 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읽을 수 있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 생겼다. 일본에 사업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으로 이민 가는 것도 아니다. 일본 여행은 일본어 없이 가능하다. 간단한 영어로도 되고 요즘은 AI번역도 있으니 말이다. 만약 일본어를 공부한다면 그것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일본어 공부가 다른 것 보다 재미있어서. 그리고 '카지노 쿠폰 허접자'보다는 '일본어 가능자' 나아가서 '일본어 능력자'가 되는 것이다.


일본어 공부를 하다가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마다 떠올린 상상이 있다.창경궁 후원이나 경복궁에서 일본어 가이드를 하는 한복 입고 갓을 쓴 멋쟁이 '일본어 능력자'할아버지.그는 다양한 나이대의 일본 관광객들에게 일본 역사, 미디어와 엮어서 관광지에 대해 일본어로 재미있게 잘 설명해 준다. 관광 투어의 후반부에는 서대문 형무소 등의 어두운 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고 한국에 와서 반드시 먹어봐야 할 맛집도 3개 추천해 준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이웃나라 사람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하면서 멋진 미소로 작별 인사를 한다. 미래 시점에서 나를 보면 난 이미 '카지노 쿠폰 허접자'가 아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 자장가 같은 스타크래프트 이야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