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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수 Apr 22. 2025

카지노 게임의 이면

카지노 게임 노고를 ‘모른 척’하는 불성실함에 대하여

서점에 들어가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눈을 사로잡는 책을 집어든다. 잠깐 훑어보니 더욱 흥미가 생긴다. 책은 얇았고 내가 가진 시간은 충분했다. 몇 장을 넘기다가 '아차!' 이내 책을 덮고 휴대폰에 제목만 메모해 둔다. 책 한 권에 들어간 노력이 내가 가늠하는 것 이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까까머리 중학생이 도서대여점에 들어간다. 돈이 없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여 책을 고른다는 명목 하에 두어 권의 만화책을 후루룩 읽어 버린다. 대충 봐야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약간의 눈치와 적절한 스텝. 꽤 괜찮은 거래다.다음 권 하나를 집어서 300원을 내고 나온다.학생은 뿌듯했다.


# 우연히 마주친 야크(yak). 배낭여행자는 이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 여러 차례 셔터를 누른다. 사진을 십여 장 찍은 후에야야크의 주인이 앉아 있음을 알아챈다. 그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사실도.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지운다. 그리고 당당히 그 앞을 지나간다. ‘나는 역시 쿨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어리고 어렵던 시절일지라도 후회되지 않는 건 아니다. 누군가 언질을 해 주었다면 달리 행동했을 거라 변명을 한들 부끄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그 결과물들을 얼마나 가볍게 다루었는가. 그들의 노력 앞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사과의 제스처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내가 경험한 그것은 그들의 몇 개월, 몇 년 혹은 몇십 년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세상 어느 하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것을 만들기 위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실제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크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내게는 별 것 아닐지라도 그들에게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 그들의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들과 그들의 것을 존중해야만 했다.


앞으로도 카지노 게임 것이 내 것만큼 소중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카지노 게임이 무엇이든,

무심할지언정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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