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겨서 얻어걸리는 것을 글로 써봐요
“어떤 대상이든 포착하기에 편한 지점을 발견해야 해요. 문고리 놔두고 아무 데나 당기면 문이 열리겠어요.”
-이성복, 『무한화서』
글을 쓸 때 소재와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오래 고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절반 정도의 확률로 쓸거리가 떠오르는 마법을 경험한다. 아, 절반 이하려나. 많은 경우 잘 떠오르지 않아서 바로 쓰기에 돌입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관심을 두는 건 도입부다. 시작을 어떻게 할까. 첫 문장을 뭘 쓸까. 뭐든 내 감정을 건드린 것들을 곱씹어본다.
기뻤거나 슬펐던 일.
구체적으로는 딸이 아침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괴롭힌 일.
더 구체적으로는 딸이 아침 6시에 일어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끌고 놀이방에 가서 인형 놀이를 강요한 일.
더 구체적으로는 딸이 침대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몸을 흔들며 깨울 때, 곤히 자는 엄마를 깨울 거라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협박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등에 업힌 채 머리를 찰싹찰싹 때리며 “이랴!” 소리와 함께 놀이방으로 떠나는 여정. 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거리지만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발을 뗄 때마다 밟히는 각종 장난감 보석류. 동화책 모서리. 그 각진 부분에 연약한 발바닥 피부가 닿아서 빨간 자국이 남는다. 한 걸음을 천릿길 가듯 애쓰다 다다른 놀이방 문지방. 발바닥은 물컹한 무언가를 뭉개버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시각은 그것이 어제 딸이 먹다 흘린 밥풀의 흔적임을 깨닫는다. 내 목 위에 올라탄 딸에게 눈을 흘겨보지만, 슬프게도 눈이 정수리에 달린 게 아니라서, 괜히 껌껌한 안구 내부만 관찰할 뿐이다.
불현듯 소름이 돋는다. 아내에게 혼날 걸 걱정해서일까? 그런 차원이 아니다. 나는 지금 놀아주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자각해서다. 이래서는 이야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어쨌든 대부분 나의 글쓰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소재와 주제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일단 책상에 앉아 잡생각을 하고. 좀 우스운 생각에 머무르고. 그것을 현미경으로 확대하고. 들여다보고. 조몰락거리고. 잡아서 늘리고. 꽉 쥐어서 구기고. 감정의 미세한 결을 포착하여 변형시킨다. 현미경만 보면 지루해지기에 망원경도 본다. 그러면 재밌는 일이 생긴다. 세포 단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거다. 인간으로, 코끼리로, 핑크퐁으로, 티라노사우루스로. 형체와 세포가 인식되면 새로운 마법이 탄생한다. 놀랍게도 ‘주제’가 자연 발생하는 것이다.
소재는 부지불식간에 넘치도록 만들어졌다. 주제는 고를 수 있다. 아빠의 고단한 아침으로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말한다거나, 곤히 자는 아내를 향한 사랑을 말한다거나, 아침부터 떼쓰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방법에 관해 말한다거나. 더 나아가 어질러진 장난감을 통해 엉망이 되어버린 내 삶을 이야기해 본다거나.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밥풀을 밟으며 느낀 물컹한 감각을 통해, 의식하지 못한 채 내가 상처 줬던 수많은 사람을 생각해 본다거나. 발바닥에 붙은 밥풀의 죽음을 통해 밥풀의 생로병사를 되짚어보며, 그것의 탄생에 이바지한 모든 노력을 생각해 본다거나. 이런 식으로 어처구니없이 글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작법서가 쓸 거리를 먼저 생각하라고 말한다. 주제와 소재를 고민하고, 기승전결이나 문단 배치와 같은 구성을 생각하라는 식으로.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보니 이 말은 절반만 옳다. 나머지 절반은 거꾸로다. 그냥 멍하니 노트북 앞에 앉고.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내던지다 보면 우연히 얻어걸리는 공상. 그것이 낚싯바늘이 되어 문고리를 열어젖힌다. 소재와 주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따라 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주관식 서술형 문제는 선택형 문제로 바뀐다.
그럼 오늘도 힘차게 우리의 글을 써봐요!
짧아도 괜찮고요, 투박해도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당신의 보석을 발견해 드릴게요.
*‘25.4.25(금) 백일장 글감: ‘글쓰기’
*‘25.4.25(금)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글감과 관련된 산문(일기, 수필, 에세이) 1편(공백 포함 300글자 이상 2,000글자 이내)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미라글모닝에 공유하시면, 피드백을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