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에 관한 재미난 경험을 글로 써봐요
“처음부터 유머나 농담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웃음이 작위적이지 않은 데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것처럼 유머도 저절로 흘러나와야 진짜다. 가만히 살피면 당신의 삶에도 웃음 매설되어 있다."
-편성준,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아내가 서랍장 하나 사도 되겠냐고 묻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어요. 뭔갈 사고 싶으면 바로 구매하는 사람이 왜 제게 물어보는 걸까요? 잠시 과거 기억을 되살려보았습니다. 딱 답이 나오더라고요. 이건 제게 뭔가 부탁하려는 신호였어요. 사실 며칠 전부터 조짐은 있었습니다. 멀쩡히 잘 쓰던 서랍장이 말썽이라고 하질 않나, 옷이 많아져서 정리할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거든요. 이게 바로 ‘떡밥’이란 걸까요? 룰루랄라 태평양을 뛰놀던 남편 참치는 일단 싸한 기분이 들어 못 들은 척합니다. 그러자 아내 낚시꾼이 조금 더 강하게 나오네요. 조금 있으면 생일이라고요. 저는 무시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생일이 지나고 닥쳐올 아포칼립스가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슬그머니 인심 쓰는 척하면서 떡밥을 물어버렸죠.
세상을 다 가진 듯, 스마트폰으로 신나게 뭔가를 주문하는 아내 표정. 예사롭지 않습니다.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물어봤어요. 가구 하나 주문하는데 왜 이리 시간이 걸리냐고요. 저는 속으로 생각했죠. ‘설마 이케아는 아니겠지?’ 하지만 운명이라는 놈은 이번에도 절 배신하더군요. 아내가 조심스레 말합니다.
“이번에 이케아에 마음에 드는 서랍장이 나와서 그거 사려고. 무료 카지노 게임해 줄 거지?”
순간, 신혼집 꾸밀 때 이케아 거울 장을 무료 카지노 게임했던 암담한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 커다란 것을 혼자 무료 카지노 게임하다가 쓰러뜨려 옷장 뒤 판자에 금이 갔더랬죠. 아무튼, 꾸역꾸역 다시 일으켜 세워서 다 만들긴 했습니다. 느낌상 온종일 걸린 것 같아요. 지금도 그 옷장을 쓰고 있습니다만, 볼 때마다 그때의 흑역사가 떠올라 기분이 뒤숭숭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렇게 좋아하는 표정을 보니 ‘아니, 무료 카지노 게임 안 해줄 건데?’란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사실 선택권이 없습니다. 우리 집은 가모장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니까요. 그냥 시원하게 해 주고 생색을 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왜 대답이 없어, 안 해줄 거야?”
아차,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느라 시간을 낭비했네요. 타이밍을 놓쳐버렸습니다. 잠시 정신줄 놓은 죄로 약 오 분간 용비어천가를 늘어놓습니다. 아내의 말이니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옳고, 집을 가득 채울 정도의 가구가 와도 모조리 무료 카지노 게임하겠노라고 감언이설을 펼쳤죠. 진땀 뺀 끝에 어찌어찌 수습은 했습니다만, 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주문한 서랍장이 왔습니다. 배송 기사님이 수레를 끌고 와서 운송장을 주시는데, 실수로 거기에 적힌 무게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서랍장은 제 몸무게보다 육중한 80kg이더라고요. 뭐, 가구란 무겁고 짱짱한 게 오래가는 법이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하는 처지에서 이 무게는 짜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종이상자는 왜 이리 안 뜯어지는지. 손으로 억지로 열다가 손톱이 살짝 들렸고요, 울화가 치밀려는 순간 아내가 말합니다.
“짜파게티 끓여놨어, 먹고 해!”
이게 웬일일까요. 아내가 치트키를 쓰네요. 저는 원래 짜파게티를 좋아하는 데다가 마침 허기졌던 터라, 쪼르르 식탁으로 달려갑니다. 이미 울화는 잊어버렸고요, 얼른 먹고 힘내서 무료 카지노 게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갑자기 아내가 묘한 미소를 짓네요. 저, 이번에도 당한 걸까요? 아무튼, 짜파게티로 조련당한 저는 다시금 서랍장 무료 카지노 게임에 돌입합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도 왕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모든 부품을 늘어놓고, 설명서를 쭉 읽어본 다음 시작하는 건데요. 아뿔싸. 이 서랍장은 부품도 많고 설명서도 여러 장이라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뜯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면 오늘 다 하자’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처럼 제 손가락도 이리저리 흔들리더군요. 필연적으로 드라이버는 헛돌고, 인과법칙에 따라 나사골이 마모됐습니다. 저는 망연자실 그 광경을 보며 정신승리 했어요. ‘어차피 다시 분해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 안 하면 됨! 이렇게 말이죠.
한참 무료 카지노 게임하고 있는데 허리와 허벅지가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부품을 모조리 진열해 두고, 설명서에 필요한 부품이 있을 때마다 옮겨와서 무료 카지노 게임했기 때문인데요. 이는 마치 군대에서 얼차려를 받는 기분과 같았습니다. ‘앉았다 일어나기!’, ‘쪼그려 뛰기!’ 이런 것들 말이죠. 또다시 망상이 떠오르더군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지만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네 시간이 지나 서랍장 하나가 완성됐어요.
서랍장의 웅장한 자태가 멋집니다. 아내와 딸이 최고라며 엄지 척을 해주더군요. 늙고 지친 남편은 마치 터미네이터가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듯, 아내에게 육퇴를 고하고 침실로 직행했습니다. 잠결에 아내와 딸이 소리 높여 다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못 들은 척하고 자야겠어요. 서랍장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서 제 활력을 분해해 버렸거든요. 내일 또 뭔갈 무료 카지노 게임할지도 모르니, 밤새 좋은 꿈 꾸면서 다시 활력을 무료 카지노 게임해 두어야죠.
그런데 살짝 걱정되네요.
설마 꿈속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 포장 직원이 되는 건 아니겠죠?
그럼 오늘도 힘차게 우리의 글을 써봐요!
짧아도 괜찮고요, 투박해도 좋습니다.
제가 반드시 당신의 보석을 발견해 드릴게요.
*‘25.4.24(목) 백일장 글감: ‘가구’
*‘25.4.24(목) 자정이 지나기 전까지, 글감과 관련된 산문(일기, 수필, 에세이) 1편(공백 포함 300글자 이상 2,000글자 이내)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미라글모닝에 공유하시면, 피드백을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