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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리밥 Jan 31. 2025

정신과 치료가 필요치 않았던 카지노 게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기껏해야 누룽지밖에 더 있겠냐

전혀 예상치 못한 치료 경험이 두 번 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다. 화장대에 앉아있는데 화장대 거울로 주방 쪽에 검은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화들짝 놀라 뒤를 보니벽시계였다.당시 벽시계가 검은색이었다. 며칠 뒤에는 거울을 보는데 뒤에 누군가 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휙 돌아보니 수건을 걸어둔 거였다. 이와 같은 증상이 2주 넘게 지속돼 카지노 게임이 재발했을 거라 짐작했다. 그도 아니면 무시무시하게도 영안이 틔인 건 아닌가 생각도 했다. 물론 영안 쪽이 훨씬 무섭다.


집 근처에 카지노 게임 병원이 있었다. 매번 그렇지만 처음 방문하는 카지노 게임의 문을 열 때는 긴장이 서린다. 접수하고 잠시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에게 내 증상을 설명했다. 의사는 이것저것 질문을 하고 검사를 받자고 했다. 오랜만에 뇌파 검사를 하고 질문지도 풀었다. 잠시 기다리자 결과가 나와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이쪽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잘못 봤다는 것도 망상이나 환각의 형태와도 다르고요.”

“그럼 왜 그런 게 보이는 걸까요?”

내과에 가보세요. 이런 경우 빈혈이나 심혈관 쪽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전혀 생각지 못한 심혈관 문제가 툭 튀어나왔다. 귀신처럼 보이던 그 무언가가 심혈관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인과가 기이하게 다가왔다. 일단 의사 말을 믿고 내과에 방문했다. 조금 큰 병원을 찾았고 이런저런 검사 결과 저혈압과 빈혈이 증상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당시 나는 심각한 저체중이었는데 체중을 조금씩 늘렸고, 지금까지 철분제를 복용하며 저혈압과 빈혈을 물리치는 중이다. 당연히 카지노 게임질환일 거라 생각했던 증상이 전혀 다른 질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꽤나 신기했는데, 우리는 모두 전문가가 아니라서 충분히 벌어질 만한 일이다.


또 한 번의 해프닝은 코로나 시절에 발생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첫해에 계약했던 프로젝트들이 무기한 연기되고 취소됐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반백수처럼 지내게 됐는데 성인이 되면서 일을 쉬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게 몹시 불안했다. 그 좋아하는 여행도 무기한 연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와보니거실에 하얗게 안개 비슷한 게 끼어있었다.

‘오늘 안개가 많이 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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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 보면 바깥에 안개가 많이 꼈다고 그 안개가 집으로 밀려 들어올 일은 없지 않은가?다시 봐도 안개가 있었다. 안개는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천천히 사라졌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침이면 거실에 안개가 있었다. 하얗고 뿌연 안개는 촉각이나 후각으로 느껴지진 않았지만 오로지 시각에 반영됐다. 나는 백내장을 의심했다. 30대에 백내장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안과에 방문했다.


안과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했고 정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백내장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안과에서는 내게 카지노 게임 방문을 권유했다.

“뇌나 심리적으로 영향이 있을 때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어요. 확인 차원에서 카지노 게임에 방문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마음에 병이 걸리면 시각으로 연결이 된다니 인간의 몸이란 도대체 얼마나 신기할 작정인가! 그리고 의사의 말을 잘 듣는 모범생답게 카지노 게임를 찾아 방문했다. 또다시 검사를 진행했고 카지노 게임 판정을 받았다.

“경미한 카지노 게임이에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무력해지니까 카지노 게임이 온 것 같네요.”

“카지노 게임이 왔는데 안개 같은 게 보일 수도 있나요?”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어요. 그렇다고 카지노 게임이 약을 복용할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에요. 매일 산책을 하고, 온라인으로 사람들하고 교류하면서 지금 외출이나 일이 어려워진 상황을 받아들이세요.”


카지노 게임 때문에 집에 안개가 끼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니 기가 찼다. 그런데 의사의 판정을 받아서인지 다음날부터 그 안개는 서서히 옅어져 갔다. 약 복용은 안 하지만 무기력해진 마음을 치유할 필요는 있었다. 나는 비대면 심리상담을 알아봤다. 마침 전화나 채팅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었다. 여러 심리상담사가 등록돼 있었고, 그들의 경력을 보고 직접 상담을 신청할 수 있었다.그렇게 심리상담을 몇 차례 받았고 그동안 안개는 깨끗이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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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담사는 환경변화로 인한 카지노 게임에 대처하기 위해 내게 SNS를 제안했다. 당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은 있었지만 사생활을 노출하길 꺼려하는 편이라 거의 방치 상태였다. 상담사는 귀찮아도 매일 SNS에 일상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소통하라고 알려줬다.

“지금은 외출이 불편하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운 시기잖아요.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살아있고 어떻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내가 여기에 이렇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만으로도 외출하고 만나지 못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어요.”


상담사의 말대로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를 늘렸다. 반려견 모카의 계정을 만들어 모카의 사진을 올리고 산책풍경도 올렸다. 매일 하나씩 꼭 올리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팔로워가 늘고 살갑고 따뜻한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이 생겼다.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직접 모카의 간식을 만들어주는 취미도 생겼다. 강제로 집에 있어야 했던 시절에 딱 맞는 취미였다. 그러니 질병의 시대에 카지노 게임했던 나를 치유한 건 모카와의 산책과 반려인들과의 소통이 한몫했다.


한 번은 카지노 게임질환인 줄 알았는데 내과질환이었고, 또 한 번은 안과질환인 줄 알았는데 카지노 게임질환이었다. 두 경험의 공통점이 있다면 병원에 가기 전엔 괜히 심각하고 걱정스러웠던 증상이 막상 알고 나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원인을 알기 전엔 두렵고 심각했던 일들엔 모두 해결방법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어떤 증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게 카지노 게임질환일까 봐, 혹은 큰 문제일까 봐 망설이고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다. 커다란 솥에 무언가 숨어있는 듯해 무서워서 뚜껑을 못 열고 있다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기껏해야 누룽지밖에 더 있겠냐고. 질환도 마찬가지다. 병원에 가기 전엔 혼자만의 상상과 걱정으로 부풀어 오르지만 일단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면 아주 작고 간단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처럼 카지노 게임이라도 약을 안 먹는 경우가 있고, 카지노 게임질환인 줄 알았는데 다른 쪽의 문제를 찾아내기도 한다. 건강하게 살아가려는 우리를 방해하는 적은 상상으로 쌓아 올린 세계에 살고 있는 내 안의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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