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틈 Dec 23. 2024

“망”

잊힐 망(忘), 바랄 망(望)

忘年會


송년회, 망년회 이런 표현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어서 국립국어원에서는 '송년 모임'으로 순화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망년회'라는 표현은 자주 쓰입니다. 기성세대들에겐 더 익숙하기도 하죠. 어릴 땐 그 어감이 특이해서 '막년회(한해의 마지막의 모임?)'인가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자로 '잊다'를 뜻하는 '망'을 쓰는망년회는 나쁜 일은 잊고 털고 가자는 뜻이라는 걸 알았죠. 물론 좋은 게 좋은 거지~하던 시절의 문화도 더해져서 그랬을 겁니다.


요즘 송년 모임이 취소됐다는분들이 많습니다. 사상 초유의 불법 비상계엄에 이어서 속속 드러나는 내란 혐의들을 보면서 지지 정당이나 지도자를 떠나서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 않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거기에 뒤따르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맘 놓고 송년회도 못하는 거겠죠. 특히 '망년회'는 더더욱 못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요? 내가 뽑은 우리 지역 대표들을 체포하거나 방해하기 위해서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로 들어가던 걸 보던 그날 밤... 다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고 느꼈던 12월 3일의 밤은 너무나도 뚜렷하고 무서운 현실이었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특수부대원들(출처 : 나무위키)


무섭고, 두려운 이유는 단 하납니다. 태어나서 처음 날카로운 칼을 본 어린아이는 칼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험하죠. 하지만 그 칼에 한 번 베이거나 다친 경험이 있거나 그걸 본 아이들은 칼을 무서워합니다 보기만 해도 울고 말죠. 칼에 찔려본 어린아이처럼 두려웠던 12월 3일 그날 밤이 그랬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시절을 엿본 젊은 세대나, 출근길과 등굣길을 가로막고 선 거대한 탱크를 직접 본 세대들은 앞으로 펼쳐질 어두운 날들에 대한 기시감을 느꼈을 겁니다. 광주에선 피의 학살이 벌어졌고, 권력을 비판한 카지노 가입 쿠폰들은 이유 없이 끌려갔고, 죽음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 잔혹한 독재와 탄압을 일삼던 늙은 권력자는 수명을 다 누리고 세상을 떠났죠. 1997년 대법원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로부터 우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카지노 가입 쿠폰들처럼 다 잊어버린 듯 시간을 지나온 건 아닌가 걱정하게 됩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12.12 군사반란 가담자들의 사진(출처 : 나무위키)


그래서 '잊자'라는 건 선별적으로 나쁜 것만 잊힐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꼭 기억해야 할 교훈마저도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만 합니다. 망년회든 송년회든 한 해를 돌아보는 반성이 없다면 또다시 실수는 반복되고, 나태함은 계속되고, 한숨은 늘어갈지도 모릅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 아니라. 희망과 열망


같은 '망'이라는 한글, 발음이지만 잊힐 '망'이라는 글자보다 더 밝고 좋은 뜻도 있습니다. 바로 '바랄 망(望)'이라는 글자입니다. 희망, 열망, 갈망이라는 단어에 쓰이는 한자죠. 그런데 이 글자의 원형에 가까운 갑골문자에는 사람 인(人)과 달 월(月) 두 개의 글자만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갑골문자의 '바랄 망'

글자의 뜻 그대로 '기대하다, 원하다'의 의미도 있지만 사전적으로 첫 번째의 의미는 '기다리다'입니다. 어쩌면 희망은 명백한 증거를 갖고 나타나기보다는 오랜 기다림과 인내 끝에 나타난다는 것을 이미 저 글자는 품고 있는 게 아닐까요? 캄캄한 군사독재와 개개인의 자유와 사상과 삶을 억압하던 시대도 기다리고 인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었던 사람들 덕분에 물리쳤으니까요.


이제 다시 望年會


그렇다고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아이에게 엄혹한 세상만을 설명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참혹한 전쟁의 한가운데에서도 캐럴은 울려 퍼졌고, 총부리를 겨누던 병사들은 휴전을 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의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짧은 기적 끝에 다시 피 흘리는 죽임의 전쟁터로 돌아갔지만... 우리는 희망을 기다리고, 새로운 해의 뜨거움을 기다리면서, 인내하면서 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역사를 식지 않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바람과 뜻을 모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새롭게 바라는 해를 기다리는 모임'의 의미로 '망년회'를 하면 어떨까요? 취소했던 예약도다시 살려서자영업자들 걱정도 좀 펴게 해 주고요.


그렇게 모여서 '잊을 망'이 아니라 '바랄 망'의 망년회를 한다면 좋겠습니다. 제대로 편하게 잊으려면 제대로 똑바로 기억하고 정리해야 하니까요. 쿠데타는 진압되었지만 국민의 불안은 여전합니다. 희망은 여전히 뜨겁지만 절망도 못지않게 냉기를 뿜고 있습니다. 연말에 모여 좋은 뜻을 나누며 기회가 되면 다 같이 '다시 만난 세계'를 배워서 불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망년회에 노래가 빠질 수 없으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