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도, 시골에서도 미움받는 이 새는 무엇일까요? 바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입니다. 전에 20년 간 살던 단독주택에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관심사가 아니었어요. 아침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구 구구’(특유의 음정과 리듬이 있음) 울 뿐이니까요. 그때는 처마에 집을 짓는 제비나 새벽부터 울어재껴 단잠을 깨우는 이웃의 수탉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연립 주택으로 이사 왔더니, 난간과 에어컨 실외기 위를 장악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문제더군요. 조용히나 있으면 그냥 넘어갈 텐데, 참 수다쟁이들입니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그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는지? 듣다 지쳐 창문을 손바닥으로 탕 치기라도 하면 놀래서 푸다닥 도망간답니다. 날아가는 소리는 또 얼마나 소름 끼칩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뇌에 GPS 같은 기능이 있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능력이 있다던데, 이 녀석들의 집은 우리 집으로 설정이 된 모양이에요. 어느새 집으로 기어들어와 구구 수다를 떨고 있으니까요.
에어컨 실외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그 위층에도, 또 위층에도 실외기가 있는데, 실외기 위에 앉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아래를 향해 거침없이 똥을 싸질렀습니다. 결국 이웃들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실외기 위에 앉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했어요. 처음에는 안 쓰는 물건들을 올려놓더니, 나중에는 버드스파이크를 올려놓은 집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창문을 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향해 ‘이 놈들아!’라고 소리를 칠 뿐이던 엄마도 결국 버드스파이크를 설치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엄마는 인터넷으로 버드스파이크를 주문하는 대신 동네 마트에 가서 두 가지를 사 오셨어요. 바로 고기구이용 그릴과 케이블 타이였습니다.
그 후 저녁마다 엄마가 티브이를 보며 그릴에 케이블 타이를 끼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몇 번 해봤는데, 초등학생 때 했었던 스킬 자수가 떠오르더군요. 마침내 엄마는 홈메이드 버드스파이크를 완성했고, 실외기 위에 올려둔 뒤 가족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습니다(엄마: 이거 봐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낯선 물체에 놀랐는지 며칠은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새로운 안식처를 찾고 말았어요. 바로 실외기 옆 난간이었죠. 제가 검은 비닐봉지를 난간에 묶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쫓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부모님이 검은 비닐봉지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인 줄 알고 깜짝 놀라는 부작용을 몇 주 견뎌야 했습니다. 이렇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야야! 이 놈들!!”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안방에서 엄마의 외침이 들려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글쎄 용감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 두 마리가 버드스파이크를 피해 실외기 뒤쪽 좁은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게 아니겠어요? 바닥에 나뭇가지가 여럿 있는 걸 보니 집을 짓는 것 같기도 하고요. 엄마는 ‘우리 집에서 알을 낳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며 또 마트에 가서 고기구이용 그릴과 케이블 타이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전에 한 번 만드시더니 이번엔 순식간에 완성하시더군요. 두 번째 버드스파이크를 실외기 옆면에 세워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빈 공간으로 들어올 수 없게끔 막아두었습니다. 아주 완벽해요. 설마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이 좁은 통로로 들어올 수 있겠어요?
네! 들어올 수 있더군요! 새들은 머리만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간다더니 그 좁은 통로로 기어들어왔더라고요. 도대체 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두 마리는 여기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들어오는 것일까요? 아빠는 우리 집 앞에 나무가 있기 때문에 나무에 앉아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우리 집으로 오는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엄마는 우리 집의 뷰가 좋아서 그런 거라는 의견을 내놓았지요(아무리 봐도 MBTI가 NF인 사람). 저는 뭐라고 했냐고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분명 불륜이다! 그래서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눈을 피해 비좁고 음침한 곳으로 들어오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어때요. 그럴듯하지 않습니까?(참고로 저는 NF가 아니라 ST입니다) 뷰가 좋던 불륜이던, 왜 우리 집을 선택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쫓아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엄마가 아까부터 자꾸 갈비뼈가 아프다고 하네요?
며칠 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엄마의 갈비뼈 두 개는 똑하고 부러져 있었습니다. 엄마가 두 번째 버드스파이크를 설치할 때 갈비뼈가 난간에 눌려 부러진 거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잡다가 사람 잡게 생겼네요. 엄마는 이 더위에 복대를 차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제껏 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실외기 안쪽으로 들어와도 ‘그 친구들도 살아야지’라는 온건적 입장이었습니다만, 가족을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없죠. 이렇게 된 이상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싱겁게 끝났습니다. 두 번째 버드스파이크와 난간 사이에 물을 채운 페트병을 끼워 넣었더니 막아두니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더라고요. 어쩐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재개발 현장의 폭력적인 용업 업자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일주일 뒤, 병원을 다시 찾았습니다. 다행히 엄마의 갈비뼈는 원래 모습으로 붙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다행히 8월에 해둔 콜라비 모종 작업 이후로는 겨울까지 큰일이 없어서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래도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어디서 이 밤을 견디고 있을지 생각합니다. 옛 국가 행사 때 수십, 수백 마리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날리느라 개체수가 이만큼 늘어났대요. 어쩌면 우리 집 난간에서 들리던 구구 소리는 ‘너희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고선 왜 책임지려 하지 않느냐’란 외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모로 미안해지는 밤입니다.
덧. 그 이후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또 실외기 안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아예 카지노 게임 사이트 퇴치용 그물로 실외기를 막아버린 상태지만, 또 모르죠.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진화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