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아 오언스,『가재가 카지노 쿠폰하는 곳』
『가재가 카지노 쿠폰하는 곳』은 습지의 가장 깊은 곳, 사람들이 닿지 않는 고요한 공간을 뜻한다. 주인공 ‘카야’는 그 습지에 살아가는 소녀이고, 이 책은 그녀가 카지노 쿠폰과 나누는 무한한 교감, 그리고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채 자라나는 성장기를 담고 있다. ‘습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먼저 ‘늪’을 떠올렸다. 어둡고, 축축하고, 어딘가 음침한 공간. 그러나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그게 아니라고 작가가 내 머릿속에 대고 말해주는 듯했다.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p13)
책에서 그려지는 카지노 쿠폰 인생을 뒤흔드는 첫 번째 사건은 엄마의 떠남이다.
바로 손위 오빠지만 나이가 일곱 살이나 많은 조디가 잠에서 나와 카지노 쿠폰 뒤에 섰다. (중략)
"엄마는 돌아오실 거야." 조디가 말했다.
"몰라. 엄마 악어 신발 신었어."
"엄마들은 자식을 두고 가지 않아. 원래 그렇게 못 해."
"그 여우는 새끼들을 버리고 갔다면서, 오빠가 그랬잖아."
"그래. 하지만 그 여우는 다리가 찢어져서 만신창이였어. 제 몸도 건사 못 하는데 새끼 먹이까지 챙기려면 굶어 죽을 거야. 새끼들을 두고 떠나 몸을 잘 치료한 다음에 새끼들을 더 잘 기를 수 있을 때 다시 낳는 편이 낫지. 엄마는 배고파 죽을 지경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돌아오실 거야." (p17)
이 대목을 읽으며, 엄마의 현 상황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듯한 대화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은 아닐지 언정 정신적으로 만신창이인 상태로 제 몸도 건사 못하는 상태일 거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다음이었는데, 엄마가 떠나고 난 후, 남은 형제들까지 차례로 카지노 쿠폰의 곁을 떠나버린다.조디까지도. 그렇게 어린 카지노 쿠폰는 아빠와 단 둘이 남게 되었고, 집안의 모든 살림을 도맡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카지노 쿠폰의 성장 서사와,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인물이 노스캐롤라이나 해변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되며 벌어지는 사건이 번갈아 교차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질수록 두 서사가 어우러지며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본 글에서는 독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먼저 카지노 쿠폰의 어린 시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고, 이후 ‘체이스 앤드루스 사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보려 한다.
카지노 쿠폰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아버지와 단둘이 남게 되었는데 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러나 그 아버지라는 사람조차도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카지노 쿠폰는 마침내 완전히 혼자가 된다. 다섯 살 무렵부터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삶을 꾸려가던 그녀는, 다른 어떤 선생님도 아닌 자신을 둘러싼 카지노 쿠폰에게서 삶의 질서를 배우기 시작한다. 생존의 기술뿐 아니라, 고립된 존재로서 카지노 쿠폰과 교감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세상을 통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었고, 그런 것들을 카지노 쿠폰에서 홀로 깨치기는 어려웠다. 이를테면 카야는 오후의 해변에 서서 빵 부스러기를 갈매기들에게 나눠주는 법은 알았지만, 갈매기들의 숫자를 헤아리지 못했고, 글을 읽지 못했다. 이런 그녀의 삶에 첫 번째 전환점이 된 인물이 ‘테이트’다. 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게 해 주며, 세상과 닿을 수 있는 언어를 선물한다. (훗날 카야는 카지노 쿠폰 속에서 길어낸 자신의 언어들을 책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고, 마침내 카지노 쿠폰과학자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카야를 찾아갈 때마다 테이트는 학교나 도서관의 책을 가지고 갔다. 특히 습지 생태와 생물학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카야의 진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중략) 몇 시간 동안 등잔불을 벗 삼아 카야는 혼자서 식물과 동물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구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떻게 진화했는지 책을 읽고 배웠다. (중략) 새들이 주로 새벽에 노래하는 이유는 서늘하고 촉촉한 아침 공기가 자신들의 노래와 의미를 가장 널리 퍼뜨리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평생 이런 기적 같은 현상들을 눈높이에서 보아왔기에 카지노 쿠폰의 섭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p164-165)
카지노 쿠폰는 생물학의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어미가 새끼를 떠나는 이유에 답이 될 만한 설명을 찾아 헤맸다. (p165)
카야는 카지노 쿠폰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글로 된 카지노 쿠폰이야기를 훨씬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어미가 새끼를 떠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맸다는 대목은 마음이 아팠다. 그 답은 카지노 쿠폰 속에서 얻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순탄한 생활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테이트마저도 카지노 쿠폰를 떠난다. 대학 진학을 이유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지만, 긴 시간 동안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버림받은 경험은 카지노 쿠폰의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는다. 그러던 중 ‘체이스 앤드루스’가 카지노 쿠폰의 삶에 등장한다. 그는 카지노 쿠폰에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지만, 결국 그녀를 또다시 철저하게 배신한다.
체이스의 죽음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 사건으로 작용한다. 그의 시체는 습지의 망루 아래에서 발견되고,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카지노 쿠폰가 지목된다. 지난한 재판 과정 끝에 카지노 쿠폰의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을 한다.
“(중략) 유기되어 혼자 늪에서 배고픔과 추위와 싸우며 살아남은 여린 소녀를, 우리는 돕지 않았습니다. (중략) 대신 우리는 그녀에게 늪지 쓰레기라는 딱지를 붙이고 거부했습니다.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사숙녀 여러분,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중략) 우리 교회와 집에 초대했다면, 그녀를 향한 편견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날 범인으로 기소되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중략) 루머나 지난 24년간 쌓인 감정으로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중략)” (p420-421)
"(중략) 캐서린 클라크는 독학으로 유명한 카지노 쿠폰과학자이자 작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녀를 습지 소녀라고 불렀습니다. 이제 과학연구소들은 습지 전문가라고 인정합니다. (중략)
여러분이 지난 수년간 들어온 거짓된 풍문이 아니라 이 법정에서 들은 사실에 근거해 평결을 내리실거라 믿습니다.
마침내 우리가 마시 걸*을 공정하게 대우할 때가 온 것입니다." (p422)
(*마시걸은 카지노 쿠폰를 의미한다.)
재판 장면은 이 소설의 또 다른 중심점이다. 한 개인의 생애를 마을 사람들이라는 집단으로 대표되는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다. 문명과 비문명으로 세상을 나누고, 문명을 가졌다고 여기는 자들의 기준과 도덕적 잣대 아래에서, 자신들이 규정한 ‘경계 밖’의 존재를 감히 판단하려는 사회의 잔인함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카지노 쿠폰이라는 이름의 공동체는 과연 정의로운가?
다수를 위한 규범이 처음부터 소수를 배제한 상태로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그 근원을 신뢰할 수 있을까?
그 위에 세워진 사회는 과연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빛의 공간인습지에서 자라난 한 소녀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노래를 지켜냈는지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참조: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향 옮김,『가재가 카지노 쿠폰하는 곳』, (주)살림출판사, 2019.
대문사진 출처: YES24 도서 페이지/『가재가 카지노 쿠폰하는 곳』(주)살림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