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
깎새 버킷 리스트는 현재로선 네 개다.
하나, 쉐보레 익스플로러 밴 아니면 최고 사양 7인승 카니발 리무진 몰기
둘, 쓰레기나 다름없는 첫 번째 책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써서 다시 책 내기
셋, 카지노 게임 다찌집 도장 깨기
넷, 77번 국도에 흩어진 섬들 일주하기
무게를 어디에 더 두느냐에 따라 버킷 리스트 세부 사항도 변한다. 이를테면 카지노 게임을 근거지로 삼아 77번 국도에 흩어진 섬들을 일주하는 데 방점을 둔다면 굳이 돈이 꽤 드는 차량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수륙양용이 아니면 넓직하고 안락하다고 해서 밴이 섬 일주에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카지노 게임 다찌집 도장을 깬다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소문난 먹거리를 먹으러 한반도 서남해 도서를 헤집고 다니는 데 술이 빠질 수야 없다. 하여 배라면 모를까 차 몰 일이 별로 없으니 때깔 좋고 성능 좋은 차라 한들 별무소용이라.
아무튼 남들 다 한대서 줏대 없이 따라한 버킷 리스트는 손바닥 뒤집듯 시시로 바뀌지만 여지껏 유일하게 안 바뀐 게 딱 하나 있다면 통영이다. 거기에서 살 수만 있다면 통영 다찌집 도장 깨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고 77번 국도 일대 섬 일주도 집 앞마당 산책하듯 수월하다. 깎새한테 통영은 지금보다 행복하면서 알찬 여생을 즐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일종의 교두보이자 카지노 게임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카지노 게임(workation)은일(work)과휴가(vacation)의합성어다.집이나사무실이아닌곳에머물면서일을병행하는'지역체류형'근무 제도다.호텔에 머물며 업무를 보면서 그 지방 명소 등을 유람하는 언텍트 관광을 즐긴다거나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섬택근무'가 좋은 예다. 카지노 게임은업무효율은물론이고삶의활력까지올리는일거양득의효과를거둔다는특징이있다.한관광학박사는"노동의가치가여가의가치를압도하던시대는끝났다.노동과여가가모두중요하다는개념을넘어노동과여가,일상과업무가적절하게섞이는워라블(Work-LifeBlend)시대가오면서카지노 게임과같은새로운형태의삶의방식이부상하고있다"고말했는데그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카지노 게임중입니다,한겨레신문,2021.11.10 인용)
노트북과 인터넷 대신 깎새는 가위와 바리캉을 들고 한반도 서남해 섬들을 골골샅샅이 돌아다니며 그 곳 사람들 머리를 깎아 주면서 카지노 게임을 즐기고 싶다. 공중위생관리법은 영업소 외 장소에서 이용업을 행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을 터. 법령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꼭 지정된 영업소가 아니라 해도 이용 업무가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예를 들어 질병, 고령, 장애나 그 밖의 사유로 영업소에 나올 수 없는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사회봉사활동 차원에서 이용을 하는 경우 따위는 제외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섬 저 섬을 오가며 한 끼 식사나 하룻밤 질 신세를 요금으로 퉁치겠다는데 마다할 주민은 없을 게다. 그렇게 마음 맞으면 그 섬에서 오롯이 하루를 즐길 수 있을 거이다.
그렇다고 깎새가 가족 생계는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혼자서만 칠렐레팔렐레하는 무책임한 종자는 아니니 이런저런 심산을 당연히 해본다. 부친 은퇴해 부친 점방과 합치면 규모는 커지고 부친 밑에 있던 김군이 파트너로 함께할 거이다. 그래서 장사가 탄탄해지고 가족같은 김군이 점방을 너끈하게 꾸릴 줄 알면 그에게 부산 점방을 맡길 작정이다. 김군과 반반 나눈 수익을 가족들에게 넘겨 먹고 살 걱정을 지우고 나면 깎새는 미련없이 통영으로 떠난다.
통영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네 자그마한 점방을 물색해 이발소를 차린다. 사흘만 일하고 나흘은 통영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한반도 서남해 섬들을 일주하는 데 할애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통영은 일종의 전초기지인 셈이다. 점방을 지키는 사흘은 나흘을 보다 알차게 즐기기 위한 계획 세우기로 어영부영할 게다. 손님이 찾아주면 고맙지만 아니 온다고 조바심 날 까닭이 없다. 그렇게 카지노 게임이 조화로우면 깎새 말년도 가멸차면서 윤택해질 게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