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말, 자기 신체 안에 대응할 것이 없는 개념이나 감정을 접하는 것, 그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훌륭한 의의라고 생각합니다. 물을 뒤집어쓰듯 '다른 말'의 세례를 받는 동안 어느새 모어의 어휘에는 없고 외국어에만 존재하는 말에 자기 신체가 동화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발 딛고 선 곳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입니다.
-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내 말을 듣고 있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입술을 움직여 뭐라고 발음을 할 때마다 레고 블록으로 된 벽을 입속에서 깨물어 부숴가며 바닥에다 하나씩 뱉어내는 퉤, 퉤 맛과 모서리를 거북하게 느낀다.
입 다물고 옆에 앉은 중국인 아저씨가 책상 위에 벗어놓은 모자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Goorin, 구린? 상표명을 발견해, 저기, 제가 당신의 모자 사진을 찍어도 되겠습니까? 그래, 자. 사진을 다 찍고 그에게 모자 상표명 카지노 가입 쿠폰이 한국말로 무슨 뜻인지를 말해준다. 당신 모자 구려. 깔깔깔. 여기다 써 줘 봐, 한국말. ㄱ ㅜ ㄹㅣㄴ, 구린.
물을 뒤집어쓰는 줄도 모르고 홀딱 내 온 생애 뒤집어써버린 나의 한국어, 그 위로 불편하게 조금씩 스며드는 영어. 아니, 제발 어서 좀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