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닐 때는 억울한 게 많았다. 열악한 근무환경이나 융통성 없는 상사 뭐 그런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데 내가 나를 위해서 이거 하나도 못 누려? 늘 그런 분노를 (혼자) 품고 있었다. 그래서 밤늦게 치킨도 시켜먹고, 별로 쓸모없을 물건도 오래 고민하지 않고 사들였다. 작은 원룸에서 사부작 거리다 보면 답답했기 때문에 종종 별다른 목적 없이 카지노 게임에도 갔다. 1박에 십만 원에서 십오만 원 사이, 조식까지 먹는다면 맥시멈 이십만 원 정도 가격대의 카지노 게임을 골고루 찾았다. 돈을 벌고 있었지만 한 번에 십만 원 이상의 지출을 무계획으로 할 수 있는 배포는 없었기 때문에 거의 언제나 무이자 할부의 도움을 받았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카지노 게임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때 마음속으로 삶의 기조 같은 걸 정했다. 어차피 큰돈을 벌면서 살 수 없다면, 저축을 한다 해도 그 돈으로 미래에 대단한 무언가를 할 생각이 없다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적당히 폭신하면서도 단단해서 머리와 목과 어깨를 편안하게 받쳐주는 베개, 푹 가라앉은 데가 없는 매트리스, 욕조를 갖춘 넓은 욕실, 샤워하고 나와서 바로 걸칠 수 있는 가운,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서울의 야경, 밤에 하는 수영, 커다란 창으로 바깥을 구경하며 천천히 먹는 조식. 이런 것들이 사람에게 고양감을 준다는 사실,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건 보다 구체적인 요소들이라는 걸 서울의 이런저런 카지노 게임에 오가며 배웠다.
원룸에서 투룸으로 이사를 하고, 회사에 다니던 때에 비해 스케줄이 덜 빡빡한 프리랜서가 되면서 한 달에 한번 카지노 게임에 가겠다는 다짐은 지키지 않고(못하고) 있다. 지켜야 할 건 다짐보다는 태도고, 그건 더 어려운 일이니까. 삶의 ‘진짜’ 완성본은 훗날에 있다고 믿으며 지금 원하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지는 않겠다는 태도. 비용의 효율과 나의 효율을 같이 저울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태도. 단지 카지노 게임에 가는가 가지 않는가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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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견디게 카지노 게임 좋은 것들에 관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