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꽃 나온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주려 집을 나섰다.
"엄마, 잠바 안 입어도 돼?"
"응. 한 번 나가봐. 얼마나 따듯한지"
아이는 대문을 열자 집안 가득 들어오는햇빛을 마주하고는 집에 급히 들어갔다. 선글라스를 챙겼다. 유로샵에서 1유로를 주고 산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평소대로 우리는 카지노 게임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좋은 날이다. 길가에 노란 수선화들이 올라온다. 코트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날씨다.
중간쯤에서 한 젊은 여성이 탔다. 안경을 쓴 채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는 카지노 게임 기사 앞에서 멈춰 섰다. 주머니를 뒤적이다 프린트된 종이와 핸드폰을 꺼냈다. 기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며 말했다.
"신분증을 깜빡하고 안 가지고 왔는데, 좀 태워다 주실 수 있나요? 이 것 보세요. 이게 티켓 영수증이고, 제 이름이 적힌 서류예요."
기사는 단호했다.
"신분증 없으면 못 타요. 내리세요."
여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좀 봐주세요."
"그럼 돈을 내세요. 아니면 내리세요."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요."
"안 됩니다."
여자는 체념한 듯 뒤돌아섰다. 문턱을 넘으려던 순간, 닫히는 문에 여자의 몸이 걸렸다. 카지노 게임가 가볍게 흔들렸다. 기사는 짧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그럼 빨리 타세요."
여자는 황급히 카지노 게임 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진짜 독일스러운 사람들을 보네. 융통성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요즘 독일에서는 전국에서 사용가능한 대중교통 정액 요금제인 도이칠란트 티켓을 가지고 다닌다. 원칙은 내가 티켓 주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버스 티켓 스캔하는 기계가 반응 시간이 느리거나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그냥 티켓을 버스 기사한테 쓱 보여주기만 한다. 게다가 버스에서 신분증과 티켓이 있는지 확인하는 불시검문을 하는 경우는 1년에 몇 번 안 된다.
카지노 게임는 다시 출발했다. 우리가 내려야 하는 정거장 하나 전이다. 카지노 게임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섰다. 기사는 거울을 보며 운전대를 두드렸다. 갑자기 카지노 게임의 시동이 꺼졌다. 아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레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겹다는 표정이었다. 운전석 옆 문을 열고 승객석 쪽까지 걸어왔다.
"이제 여기가 세 번째 정거장입니다. 내리세요."
여자는 읍소했다.
"아저씨, 제발요. 오늘 아침 운이 너무 안 좋아요."
"내려요. 아까는 정거장 두 개라고 했어요. 거짓말 정말 지겨우니 나가요."
실랑이가 시작됐다. 여자는 다시 한번 사정을 설명했지만, 기사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해요? 빨리 나가세요! 당장! 빨리!"
카지노 게임 기사는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더 쾅쾅 소리를 냈다. 뒤에서 여자가 항의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라도 내가 여자를 위해 돈을 내준다고 할까나.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카지노 게임 뒷문이 열렸다. 순간, 카지노 게임 밖에서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다 있는데 신분증만 없는 거잖아요! 좀 도와주면 안 돼요?"
"안돼! NEIN! 나가! 당장!"
아이가 내 옆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엄마, 아저씨 왜 화났어?"
나는 잠시 망설였다.
"우리 내려서 얘기해 줄게."
창문 밖으로 여자가 뭔가 프린트된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카지노 게임 문이 닫히고, 여자는 신호등에 걸려 거리에서 멈췄다.
내리려고 주위를 보니 카지노 게임 안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걸어가고 텅 빈 카지노 게임는 코너를 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날, 무당벌레가 풀밭 위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