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서 멀어지는 시
-모형의 외부-
버스정류장 앞
고물상은 헐값에 철거되었다
녹슨 드럼통들 사이
전선은 녹아 흘렀고
부러진 리어카 프레임은
고래의 갈비뼈처럼 남았다
형광등은 오래전 꺼졌지만
센서등은 사람 없는 방에 자주 켜졌고
세면대엔
치약 자국도, 물기도 없었다
이 집은 깨끗해서 이상했다
창문은
연봉에 맞춘 투시도처럼 배치되었고
VR 풍경은
정지된 화면으로 멈췄다
터치되지 않는 산맥
재생되지 않는 연못
꽃다발에 걸린 QR코드는
더는 링크를 열지 않았고
축전은 흐릿하게 번졌다
픽셀 깨진 엎드림체의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시든 순서대로 서 있었다
현관 앞 자갈들은
카지노 게임 추천을 기억했다
밟힐 때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속삭였다
모형은,
안쪽보다 바깥이 먼저 눕는다
이 집엔 아직 아무도 로그인하지 않았다
미개봉 침대, 무결점 벽지
그럼에도
욕망은 오래, 접속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