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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Apr 05. 2025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 혁명

2025년 3월, 그리고 탄핵선고일의 가계부


"가래의 바다에서 홀로 떠다니는 것 같아."


친구의 표현 그대로 3월을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2월 말 단순 감기로 알았던 증상이 매일 매 순간 시시각각 변하며 찾아왔고, 폐에서 끌어올려져 토해내야 뱉어지는 가래의 파도에 휩쓸린 뒤로는 일상이고 뭐고 불가능카지노 게임 사이트. 코로나겠지. 같은 날 함께 전시를 관람한 뒤 비슷한 시기에 증상이 시작된 친구의 동네 의사는 약이 같으니 코로나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지만 코로나인지 아닌지도 모른 채로 마냥 아픈 건 좀, 선명하지 않은 느낌인데. 선명하지 않은 건 내 뇌와 기관지, 폐뿐만이 아니었다. 탄핵선고일이야말로 선명하지 않았다. 2월까지는 광장에 나가도 별 증상 없이 멀쩡해서 작년 한 해 운동을 일상의 우선순위로 삼은 덕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슈레딩거의 코로나 기간 이후로는 기력이 바닥을 쳤다. 탄핵을 해야 해. 휴지 더미에 둘러싸여 침대에 누운 채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탄핵선고만이 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가래의 바다에서 기어 나와 감기약을 먹고, 비타민C를 긴급대량투여한 뒤 여성의 날 행사와 이어지는 비상행동 집회에 나갔던 3월 8일 토요일은 어땠던가. 민구페퀴 포스트잇에 "빨갱이페미(=나)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라고 적어 넣고, 노회찬재단에서 나눠주는 장미를 들고 '댄싱 퀸'에 맞춰 춤추며 함께 있던 친구에게 이런 농담을 하면서 그제야 나은 것 같았었는데.


"활짝 웃으며 춤출 수 있었던 건,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이 농담을 하고 두 시간 뒤쯤, 내란수괴가 석방되었다. 이미 내줄 수 있는 모든 토요일을, 남태령과 한강진에서의 날들을 반납한 나에게 우리에게, 도대체 왜. 정말 마지막이면 어떡하지? 감기인지 코로나인지가 악화되었다. 혼란스러워하며 사흘 정도 더 가래의 바다를 떠다녔고, 멍하니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데 카드결제내역 문자가 왔다. -120,000원. 카드를 또 잃어버린 거야? 이미 두 번 잃어버린 은행의 카드잖아! 정신을 차리고 확인해 보니 2월에 소설 시놉시스를 쓴다고 지른 코워킹스페이스가 한 달 연장 자동결제된 것이었다. 카드가 있는데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믿음이라곤 가지 않는 과거의 건강한 윤이나 씨가 훔쳐가 써버린 기분.


그래서 평일에도 비상행동 집회에 나가기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멤버십으로 이용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프랜차이즈의 가장 가까운 지점은 효자동. 정확한 위치는 경복궁 옆이다. 건물을 나서서 횡단보도를 건너 3분 정도 걸으면 경복궁의 서십자각 코너로 좌회전할 수 있다. 거기부터 천막이 시작된다. 비상행동 의장단, 양대노총, 야당 의원들의 단식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3보 1기침이 멎고 나니 일어나 걸을만카지노 게임 사이트. 코워킹 스페이스로 출근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6시 반쯤 김밥을 하나 사들고 동십자각 쪽으로 가서 집회에 앉아있기가 하루 일정이었다. 이 문장의 앞 쪽이 어렵지, 뒤 쪽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깃발도 안 들고 나왔는데, 뭐. 대신 최애 피켓을 재활용해서 들었다. [윤석열 없고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앞 쪽이 이렇게 어려우리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뒤 쪽은 쉽기를 바랐다.


중순을 넘기고는 여러 번 본가에 갔다. 4년 사이에 한국전쟁을 두고 태어난 아빠와 엄마 생신이 3월에 2주 차이로 있었고, 역시 두 번 있는 아빠 병원 외래 중 보호자 동반이 필요한 날에는 드디어 운전을 해서 쓸모가 있어진 프리랜서 딸이 가야만 했다. 뚝 떨어진 기력이 회복되지 않은 채로 장거리 운전을 해서 힘이 하나도 없었던 엄마 생신날 밤, 아빠가 시비를 걸었다.


"니가 봐도 탄핵 안 되겠지? 될 수가 없어. 앞으로 봐라."


'탄핵 기각돼서 어디 한 번 딸이 감옥 가는 꼬락서니 보시든가'라는 말에 '너(딸)가 빨갱이면 너도 감옥 가야지'라고 답하는 극우 서울 토박이 40년대 생 남자의 도발이었다. 설날에 이미 딸과 전쟁을 치르고도 지치지도 않는다. 문제는 딸도 지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없는 기력도 싸우려면 짜낼 수 있었다.


"그럼 10만 원? 탄핵되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나한테 주고, 안되면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테 주는 거야."

"그래!"

"콜."


극우와 극좌 부녀가 내기를 하거나 말거나 헌법재판소는 정하라는 대통령 선고기일은 정하지 않고 총리 탄핵 선고일만 던져주었다. 달력을 보았다. 아침 7시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병원 외래에 가야 하는 날이었다. 선고 시간은 11시. 서울시 강동구의 대형종합병원은 늘 그렇듯이 한도 끝도 없는 기다림을, 헌법재판소는 세 시간 자고 병원에서 네 시간 머문 나에게 총리탄핵기각을 선사했다.


"기각 그거 당연한 걸. 너 10만 원이나 준비해라."


아침 내내 피를 뽑고 온갖 검사에 불려 다녀놓고도, 지치지도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노인네답달까. 1월의 장기 입원 후 당뇨 판정을 받고 고생을 했는데 수치가 떨어져서 잘 나왔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두 달 넘게 먹고 싶어 하던 짜장면집으로 차를 몰았다. [드디어 그에게 주어진 오형제 손짜장] 짜장을 먹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진에 캡션을 달아 보내자 오빠에게 [곱빼기로 드시라고해ㅋ]라는 답장이 왔다. 곱빼기는 안되지. 언제나 아들보다 단호하고 독한 딸은 보통을 시켰다.


밤늦게 서울의 집에 돌아와서 씽크홀 사고 기사를 봤다. 강동구 고덕동. 사진을 보니 커다란 도로의 구멍 뒤로 익숙한 주유소가 보였다. 지도 앱을 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병원 근처, 아침에 지나간 도로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곧 바닥이 무너질 도로를 함께 지났다. 평생 그래왔듯이. 이번에는 내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는 것만 달랐다.


산불이 꺼지지 않고 탄핵선고일이 지정되지 않는 날들의 일력이 몇 장 더 찢어졌다. 몇 번 더 평일 집회가 있었다. 남태령에 다녀온 친구들과 바통터치를 해 서촌에서 트랙터를 지켰고, 겨울보다 몇 배는 춥던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집회가 있었다. 케이블타이 묶음을 집안에서 잃어버렸는데 사는 걸 까먹은 데다 며칠 전부터 어깨도 아파 깃발을 들고나갈 수 없었다. 강풍에 저절로 펼쳐진 깃발들을 보니 기수들이 너무 힘들 것 같아 미안카지노 게임 사이트. 깃발은 토요일만 가지고 나가서 많이 들지도 않았는데, 지도 기수라고. 스스로 좀 웃겼다.


"리모컨이 고장 났다."


탄핵선고일이 지정된 날 저녁이었다. 마감을 하기 위해 코워킹 스페이스에 나가지 않은 날이기도 했다. 이것도 미친 소리 같지만 이유가 있다. 집회 장소와 5분 거리에 있는 이상 나는 집회에 나가고야 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4월이다. 더는 미룰 수 없었다. 헌재의 탄핵선고, 나의 마감. 그러니 집에 나를 가둬두고 일을 해야 한다. 평일 집회는 되는 동지들에게 맡기고, 집중해서. 나는 마감을 할 테니, 헌재는 탄핵선고를 해라. 내 다짐이 전달이 됐을 리 없는데 선고일이 지정됐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라? 이러면 나도 진짜 일을 해야 되는데? 집에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물컵에 빠져 TV 리모컨이 고장 났다고.


TV를 하루 20시간 정도 틀어놓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탄핵 선고를 못 볼 수도 있겠는데?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불효녀 났다. 하지만 이게 좋은 신호라면? 하는 생각으로 또 다시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계시 같은 것일 수도 있지 않아? 극우에게 허락되지 않는 탄핵선고 라이브. 어때? 어차피 본가의 TV 인터넷 요금도 내가 내는데. 이건 빨갱이 딸의 돈이 연결해준 인터넷으로 너무 많은 극우 유튜버 콘텐츠와 TV 조선 기타 등등을 봐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내려진 자그마한 징벌 같은 건 아닐까?


다음날 IPTV 고객센터에 연락하자 보는 ARS 서비스를 연결해 주었다. 차근차근 이런저런 선택을 하다 갑자기 화가 났다. 70대도 직접 할 수 있게 좀 뭘 만들어라, 인간들아. 나에게만 편리한 세상에서 사는 건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 리모컨은 2일에서 5일 사이 택배로 배달된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격은 만 오천 원. 날짜를 가늠카지노 게임 사이트. 빠르면 금요일에 리모컨이 도착하겠군. 탄핵선고일은 4월 4일 금요일,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선고일 전날, 결국 마감을 미루는 메일을 보내고 거의 밤을 새웠다. 세 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니 한 단톡방에 친구가 안국역에 도착했고 사람이 많다는 메시지를 보내놨다. 광화문 쪽으로 갔다는 지인도 안전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손에 잡히는 대로 입고 가장 작은 가방을 멨다. 집회마다 들고 다니던 가볍고 작은 의자와 피켓은 집어 들었다가 내려놨다. 대신 'Deadline Artist'라는 자수가 놓아진 아끼는 모자를 썼다. 내 정체성은 이 모자 하나로 충분하겠지.


광화문에서 더 걸어 안국역으로. 불안과 걱정이 무색하게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친구를 만나려고 무지개 깃발을 찾아다니다 찾지 못하고 결국 시간이 임박카지노 게임 사이트. 겨우 인파 사이에 끼어 앉았다. 앉고 보니 메인 스크린이 정면으로 보이는 명당이었다. 거기 앉아 선고문을, 주문을 들었다. 화면 속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 한 순간부터 성미가 급한 사람들이 일어섰다. 뭐든 조급한 걸로는 뒤지지 않는 나도 엉거주춤 스쾃 자세로 섰던 거 같다. 파면한다, 파면한다, 파면한다, 투쟁!


줄줄 울며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1절을 불렀다. 간주 부분에서 거짓말처럼 친구들의 뒤통수가 보였다. 아무래도 너무 무지개였던 거지. 사람들을 뚫고 가서 친구들을 안고, 울고, 웃고, 페미니스트 퀴어 동지들 틈새에 살짝 끼어있었다. 모든 것이 좋았다. 일정이 있어 이동해야 하는 친구를 따라 인파 바깥 길목으로 나왔다. 서낭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로수에 묶어둔 리본을 찍는데 폰 화면이 바뀌었다. 두 남자아이를 양팔에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였다.


"내가 너 십만 원 줘야 하지? 계좌 보내라."


아직 전 대통령도 승복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빨리 승복 선언리라니. 우리 집 극우 노인네는 쿨해도 너무 쿨카지노 게임 사이트. 알았다고. 지금 사람 많은 데 있으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다, 다급히 물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리모컨은?"

"아침에 왔어. 근데, 소리가 안 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소리가 안 나는 화면을 바라보면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입이 뻥긋 댈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막을 보다가 언제쯤 이거 오늘 10만 원 나가겠구나, 눈치챘을까. 권한대행이 '그러나'라고 할 때마다 술렁이던 인파 속에서, 길어도 너무 길었던 겨울을 드디어 떠나보내는구나 하고 딸이 생각했을 때, 나라는 인간이 너무 살아있다는 걸 보고 듣고 느끼고, 심지어 안고, 춤추며 생생한 봄을 가득한 소리를 들으며 끌어당겨왔을 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세계는 먹통이었겠다. 그런데도 제일 먼저 딸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이겼다' 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친구들의 일정이 본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핑계 삼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8년을 타고 물려줬는데 실은 오빠 차였던 하얀 액센트를 몰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내가 온다는 말에 5만 원짜리 두 장을 은행에서 뽑아두었다. 딸은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던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끌어안고 "빨갱이 딸 왔어!"하고 외친 뒤, 당당히 10만 원을 받는다. 인증해야 한다고 사진도 찍는다. 맞다, 하곤 리모컨을 요리조리 만져 화면을 다시 세팅한다. 리모컨 앞면에 커다란 음량버튼을 아무리 만져도 소리가 켜지지 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리모컨 옆 면에, 작아도 너무 작게 TV 자체 음량용 버튼이 따로 있다. 이 정도면 거의 숨겨놓은 거 아니야? 이걸 카지노 게임 사이트랑 엄마가 어떻게 찾아.


나는 젊고 배운 인간들에게만 편리한 세상이 싫다. 돈과 권력이 소수에게 주어지는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바꾸고 싶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한 번도 힘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 종종 세상이 먹통이었던 사람들이 다른 세상을 만드는 걸 보고 싶다. 다른 세상에 살고싶다. 그러니까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은 사람이. 연탄장수 시절에 폐가 고장 나서 엑스레이만 찍으면 폐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당신이, 평생 작은 동네에서 장사를 하며 두 자식을 키우다 우울증에 걸려 죽다 살아난 당신의 아내-내 엄마가, 당신들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잘 살면 좋겠다고. 함께, 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가장 많이 배워놓고 똑똑한 척은 다 하면서도 돈을 제일로 못 버는 딸이 첫 책을 냈을 때 한겨레 신문을 샀다. 평소에는 찢어버려야 한다고 했으면서도, 돈 주고 샀다. 딸 인터뷰를 한 면 가득 실어줬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잘 살면 좋겠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러니까 오늘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부녀는 이긴 거야. 또 한 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길을 같이 지나간 거야.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레슬링을 보다가 잠들고, 나는 돈을 어디에 쓸까 궁리한다. 처음에는 열흘에 한 번씩 고터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살 때 쓰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 돈은 카뱅심규협님에게 갈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상상조차 하지 못할 세계를 만들어온 곳으로.


이제 운전대는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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