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고시 작문
상경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건 '촌티'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경남 사천의 시골 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낮에는 친구들과 풀벌레를 잡으려 돌아다니며 자유로움을 배웠고, 밤에는 쏟아질 듯한 별들을 보며 저 멀리 우주 공간을 상상해볼 수 있는 엉뚱함을 배웠다. 시골식 세상 살이도 배웠다. 시험을 망쳐 엉엉 울고 있으면 "나가서 자전거나 타자"라며 꽤나 쿨한 위로를 던지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세상의 비극(그래봤자 시험 망친 거였다)을 겪으며 혼자 힘들어하다가도, 시골의 공간을 마주하면 문제가 단순해졌다. 친구들과 몸을 부닺히며 웃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인 자리에서 몰래 과자 몇 개 주어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비극을 희극으로 극복해나가는 거대한 인생의 진리를 그때 깨달은 듯 하다. '좋은 것만 생각하자'는 그 흔한 문장 말이다. 단순하고 투박한 '촌티'나는 세상 살이 방식일지는 몰라도 행복했다.
고등학교는 사천보다 더 한 시골인 남해군에 내려가서 보냈다. 낮에는 학교 옆 바다에서 불어오는 비린내로 가득했고, 밤에는 산에서 온 모기가 윙윙대 잠을 지새우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좋은 공기와 깨끗한 풍광에 위로받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는 촌살이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독한 끈기와 오기를 갖고 있었고, 엉덩이 힘으로 버틴 덕에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시골이 늘 그렇듯이, 촌에서 인물 났다고 난리가 났고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서울에 발을 디뎠다. 어깨에는 부모님의 기대를 한 더미 안은 채 그렇게 서울 아이가 되었다.
촌에서 상경한 아이는 포부도 컸다. 이 세상에 족적 한 번 남겨보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좋게, 분홍빛으로만 바라봤던 나의 촌사람 기질 덕분이었을 지 모르지만, 내가 노력하면 이 세상의 희극이 가득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뭐든 해보자는 무대뽀식 마인드로 창업을 시작했다. 학교의 교수님들이 "창업은 세상의 숨겨진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일"이라고 설파하실 때마다, 더욱 창업이 나의 소명이라고 굳게 믿었는 지도 모른다. 창업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내가 그 주체가 될 것이라는 낭만은 내 대학생활의 원동력이었다.
불행히도, 세상 살이는 내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좋은 카지노 게임 추천 만들고 싶어 시작한 창업이 계속 엇나갔다.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의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상품을 기획하겠다는 다짐은 곧 잘 팔릴만한 상품 기획으로 변질되고 있었고, 어느새 사람들의 어떤 심리를 건드려야 잘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돈을 많이 벌 수록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것만 같다는 감정은 점점 커졌다. 그렇게 창업을 접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음도 깨달았다.
족적은 커녕 결국엔 실패로 돌아간 대학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 여전히 내 '촌티'성향은 숨이 죽지 않았다. 아직 세상에는 낭만과 행복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대학생활 내내 뻔질나게 드나들던 녹두 거리가 점점 쇠락하자, 거리의 상인들을 찾아가 무작정 이야기를 나눠봤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상인들은 여전히 녹두의 거리에서 삶의 터를 쌓아나가고 있었고, 녹두 거리는 상인들로 인해 숨통이 트여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을 조명한 잡지를 편찬했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다뤄진 잡지를 받아든 상인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나로 인해 내 주변의 삶이 긍정을 찾아가는 걸 보는 건 짜릿했다. 녹두 거리의 상인들을 주연삼았던 것처럼, 아직 세상에 발화되지 않은 것들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창업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 바꾸는 데에는 실패했을 지언정,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하는 건 나에게 유효한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다시 하나의 포부를 갖게 됐다. PD가 되어 카지노 게임 추천 이야기하겠다고 다짐했다. 거리의 만찬 '아주 보통의 학교'편과 인간극장 '그렇게 부모가 된다'를 보며 꿈을 더욱 확신했다. PD가 조명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그들의 삶을 알게 되는 건 엄청난 경험이었다.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TV를 켜기만 해도 세상 건너편의 인간 군상을 배울 수 있었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TV 속 출연진들은 다행히 세상에는 아직 따뜻함과 인간미가 남아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촌티나는 세상 살이 방식으로 무작정 도전해보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아직 사천 시골마을 출신 아이의 티없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걸까 걱정되기도 했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라는 주변의 목소리도 나를 주저시켰다. 하지만, 아직 세상의 휴머니즘과 긍정이 남아있다는 세상의 시그널은 나를 꿈을 꾸게 했다. 이 세상의 좋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유년기에 내가 풀숲의 풀벌레와 밤하늘의 별에서 배웠던 여유와 행복을 다시 세상에 전달하고 싶다. 낭만적인 상상일지는 몰라도, 지금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목소리임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