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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Feb 22. 2025

서울은 시골이다

고덕동의 한 카지노 게임 이야기


강동구 고덕동으로 이사 온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강동은 많은 곳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곳곳에 오래된 단독주택 단지들이 있고, 골목마다 1층에 가게가 있는 주거형 건물들이 있다.


종종 꽤 맛이 괜찮은 음식점들도 있고, 오래된 이발관도 있다. 머리를 깎으러 들어갔더니, 이발사는 동네 아재들과 끝없는 토크쇼를 한다. 머리를 깎으면서도 쉬지 않는 그의 말이 귓전에 울리는데, 난데없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발사의 넋두리는 아마 하루에 몇 차례 반복될 레퍼토리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왜 오래된 카지노 게임를 찾느냐는 이유인지 변명인지를 늘어놓는다. 이발사는 이제 거의 이발에 관한 한 현대사를 읊는다.


오늘 들은 이야기로, 박정희 유신 시절에 아마도 1975년, 천호동 일대 등에 퍼져 있는 매춘을 하던 여성들을 모두 모아다가, 미용 교육을 했다고 한다. 미용, 이발, 면도 등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미용과 이발을 배운 사람들은 미장원을 많이 차려서 벌이를 했던 반면, 면도를 배운 사람들 중에 이발소에 가서 퇴폐영업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뉴스에서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카지노 게임들은 카지노 게임 앞 회전등이 다르게 생겼다는 둥, 아마 그런 것도 들었던 것 같다. 그전에는 아버지들이 아들 데리고 함께 다니던 카지노 게임가 이후 아버지들만 다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아마도 그것이 오늘 그 이발사에게는 카지노 게임가 쇠퇴한 중요한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카지노 게임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수가 되어버린 시절, '스타일'이라는 단어에 여성 중심의 미장원이 훨씬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설명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많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이 이발소를 소개하는 이유는, 옆머리를 기계로 밀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레나룻을 전부 칼로 조심스럽게 다듬고 심지어 귀털까지 정성스럽게 다듬어 주었기 때문이다. 손으로 일일이 머리를 감아주고 말려 주었기 때문이다.


옆의 아저씨가 또 한창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미장원에 갔더니 머리를 안 감아주더라. 이발기로 미는 것에 대하여 불쾌한 이유를 서너 가지 나열했던 것 같다. 결국 그 사람의 손길과 정성이 그리워 모이는 아재들의 공간이 이발소인 셈이다.


전에도 이 이발관을 지나갔던 것 같은데, 한참을 영업을 하지 않아서, 이발관들이 쇄락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아마도 나이보다 훨씬 활발하고 열심히 사시는 이발사께서 갈빗대가 아홉 개인가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해 병원에 한 달 이상 입원하는 바람에 영업을 안 했던 것이었다.


오늘 그러고 보니 아재들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건강 이야기, 산 타는 이야기, 군대에서 이발사로 차출된 이야기, 이발병과 보일러병이 한 방에 있었다는 이야기 등등, 머리 하나 깎는 동안, 예리한 이발소 칼날 아래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서울은 시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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