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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량 Mar 03. 2025

<진격의 거인과 식민주의적 관점

최근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심각하게 시청했다. 이야기가 얼마나 참담한지 온몸을 부여잡고 본 듯하다. 전쟁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 것조차 어렵고, 이념의 차이가 얼마나 잔인한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보면서 그저 참담할 뿐이었다.


그 와중에 내가 계속 붙들고 있는 질문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무슨 생각으로 반전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혹한 전쟁의 이야기는 자국의 전쟁 범죄를 직시하고 속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쉬이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진격의 거인을 보면 볼수록 다소 불편해졌다. 과거에 전 세계인들을 짓밟았던 과거를 망각하고, 현재의 고통(거인의 침략)을 겪자 왜 과거 조상의 죄를 현재의 자신들이 겪어야 하는지 질문하는데... 제국주의 국가들이 반복해온 책임 회피의 논리가 아니었던가?


마레와 파라디 섬의 아이들 모두에게 정을 붙여버린 독자/시청자는 그저 둘이 모두 안타깝고 이해가 될 뿐이지만,이 이야기를 뜯어볼수록 파라디 섬이 일본의 은유적인 지역으로 나타나는데, 그럴수록 두 진영이 모두 안타까울 뿐이라는 감상은 일본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 가해와 피해가 분명했던 지점에서 그 두 관계를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마지막 결말을 고려하면,전범국가인 일본에서 당시의 전쟁범죄를 반성은커녕 회피에서 나아가전 세계의 80%를 학살한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위험한가...?


이 작품에 담긴 은유는 아래 팟캐스트에서 요목조목 뜯어보고 있다. 파라디 섬과 일본의 유사성, 조사병단에서 나타나는 내셔널리즘의 구체적인 면면들, 과거와의 분리를 통한 책임 회피 등을 자세히 풀고 있다.


이 서사가 우리나라에서 좀 더 문제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물론 작가가 극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많은 공방이 오간 듯하지만, 어차피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를 정확히 파악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중요한 것은 가해국의 국민으로서 서사가주변국들에게 과거의역사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의식했냐는 것이다.


문제의식은 "문화적 전유" 개념을 배울 발견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다. 뉴욕주립 패션공과대학교(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의 교수유니야 카와무라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제국주의적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지배국가가 피지배국가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차용/도용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문화적 전유의 유형을 구분했다.유형에는 인종적인 맥락도 있고, 계급적인 맥락도 있었는데, 여기서 <진격의 거인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유형은 "reinforcement of historical oppressions(역사적 억압의 재강화)"다.대표적으로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이 입었던 세로줄무늬 옷을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으로 활용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 나이키가 운동화에 욱일기를 연상카지노 게임 사이트 무늬를 활용해 비난 받았던 것이 있다.


이러한 디자인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정한 집단에게 모욕을 줄 수 있거나 끔찍한 과거를 연상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모티프의 단순한 활용이 될 수 없고 무심코 한 행동이 배려 없고 비도덕적이기까지 한 행동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사에도 같은 관점을 적용해볼 수 있다. 어떤 서사가 특정한 집단에게 과거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연상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역사 위에 서 있고, 당시의 지배적 위치에서 그 유산을 이어받아 오고 있는 집단은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그들은 과거와 쉽게 분리될 수 있는가? 일본은 과거 전쟁의 이야기를 서사화하고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얼마나 조심스럽게 접근했는가?


무서운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기에 몰두해서 감상했지만, 대한민국 역사에 연루된 자로서 불편한 시선과 질문은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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