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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에부는바람 Apr 08. 2025

이응준 《무정한 카지노 쿠폰 연애》

산만한 시를 닮은 그의 소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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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 동물의 음악」.

“나는 서른 살 생일에 귀를 뚫었다. 계속 이대로 시시껄렁하게 나이를 먹다가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 모두와 똑같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찝찝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남자가 귀고리를 하고 다니는 것쯤은 흔하디흔한 일이겠으나, 비교적 튀지 않게(못하고) 살아온 나로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문득 서른 살 크리스마스때 귀룰 뚤었던 기억... “나는 가끔 막혀버린 귀고리 구멍의 오돌토돌한 흔적을 만지작댄다. 과거에 내가 내렸던 어떤 결정과 그에 따른 후회가, 타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손끝으로 다가올 적마다, 나는 매우 아찔하고도 섹시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메워져버린 귀고리 구멍 자국이, 아문 그 상처가, 정작 내 귀고리였던 것이다.” 하아, 그런 거였구나... “어느 날 불현듯 스스로가 연약한 초식 동물로 느껴진다면. 일단 씹으면 모두 제 것이라며 가책 없이 삼켜버리는 육식 동물이 아니라, 금방 목구멍으로 넘어간 한 줌의 기억조차도 믿지 못해 자꾸자꾸 되새김질하는 소심한 초식동물로 여겨진다면...” 그리고 또다른 잠언... “...비행기가 구름층을 지나는 그 1, 2분 동안, 창밖은 하얗게 바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생 역시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발이 땅에 닿으려면, 여러 겹의 모호한 시절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이다. 너무 순결하고 밝아 시야를 가리는 것도, 결국에는, 어둠처럼 어둠이다.” 전재산을 처분해 떠나는 친구(펜팔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서로의 영혼에 깊숙이 침투한) 해수, 나의 이혼과 지구의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사랑, 지구의 떨림, 사막, 번제(燔祭), 오스트레일리아가 버무려진 카지노 쿠폰 식의 서늘한 여행기...


「그 침대」.

어느 락 뮤지션의 자서전에 나온다는 문구, “카지노 쿠폰 너무나 예민해서 가끔 나 자신과 함께 살기 힘들 때도 있다. 영원한 삶이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어떻게 나 자신과 영원히 산단 말인가?’” 문영과 운영, 죽음 타클라마칸 사막, 파미르 고원, 돈황과 누란.. 침대와 섹스 그리고 낙타... 불분명한 외로움을 대상으로 하니 불분명해진 탐구...


「해시계를 상속받다」.

서정주의 진본 <화사집을 소장하고 있는 아버지, 한국 현대사를 부정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강골의 몸으로 스무살 아래 어미를 획득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묵고 있는 수도원... 사회성이 거세된 듯한 사람들의 사회를 향한 태도는 언제나 의외적이다.


「그녀는 죽지 않았어」.

‘세계의 외관’ 그 ‘치명적인 급소’이기도 한 빨간 풍선, 그런 빨간 풍선을 무서워하는 그녀, 바둑이의 죽음과 함께 만나게 된 수의사 마리아인 그녀, 그리고 개기일식... “내가 카지노 쿠폰이라는 것을 잊을 바엔, 차라리 나를 창조했다는 신을 잊겠다.” 거리낌없는 불경도 아니고, 선문답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어느 날 난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서른두 살이었고, 하얀 두 유방 사이에는 커피를 엎질러 생긴 얼룩 같은 점이 있었던” 그녀의 죽음 이후에야 빨간 풍선과 조우한다...


「무정한 카지노 쿠폰 연애」.

여기 두 젊은이가 있다. 나와 Y. 둘은 신학교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의 인간들이고 또한 그곳에서 뛰쳐나온 자들이다. “나는 고통의 모임이며, 고통은 나의 흩어짐이다... 나는 이렇게 무정한 카지노 쿠폰으로 남긴 싫었다. 내겐 과거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 무정한 카지노 쿠폰으로서의 기량과 소질 말이다. 나는 세계를 버리지 않았다. 세계가 나를 무시하고 있는 거다.” 그들은 다르면서도 같은 고통 속에서 방황했고, 사랑도 했다. “나는 J의 진지함이 싫었다. 나는 한 번도 J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J 외에도 사랑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 따라서 결국엔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딴 여자라면 벌써 정리해버렸을 것을 그처럼 오래 끌었던 이유는, 오로지 내가 J의 몸을 너무너무 즐긴 까닭이었다. 살다 보면 그런 타인의 몸이 있다. 신이 나만을 위해 주문생산한 것 같은 몸...” 정말 그런 몸들이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소설은 무정한 카지노 쿠폰 같았던 젊은 몸의 연애 이야기인가?


「길과 구름과 바람의 적」.

“...카지노 쿠폰 사바의 유전자 지도를 알고 있다. 카지노 쿠폰 세계를 퓨전할 것이다. 카지노 쿠폰 이 신의 성기를 가져다 저 신의 음부에게로 수정(受精)하여 광활한 나를 출산할 테다. 카지노 쿠폰 살아 꿈틀대는 모든 것들의 피를 휘저어 손주박으로 퍼 마신다. 카지노 쿠폰 길과 구름과 바람의 적,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나로부터 분열된 두 존재인 법현과 법인... 광폭한 법인과 사라진 법현... 법현을 좇는 법인과 법현이 사랑한 여인 영선... 자칫 우스꽝스럽게 진지하고 종교적일 수 있는, 그리고 우스꽝스러워지고 만 것 같은, 가짜 박상륭의 몸짓, 이라고 하면 실례겠지...


「오로라를 보라」.

느닷없는 범신론자 호시노 오사무의 충고... “소설은 전기 기타와 같지. 전기 기타는 위험한 악기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홀연, 밤무대에 서 있기가 십상이거든. 오케스트라에만 들어가도 예술가로 취급받는 바이올린이라든가 첼로와는 차원이 다르다구. 전기 기타로 예술은 한다는 건, 산돼지 등에 올라타고 태평양을 헤엄쳐 건너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야. 근데 소설이 꼭 그래. 아무나 지미 핸드릭스가 되는 게 아니라구. 조심해, 소설은 위험한 장르야.” 그러나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카지노 쿠폰 아무것도 원치 않는다, 카지노 쿠폰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카지노 쿠폰 자유.” 그리하여 다시 오사무의 음성 녹음... “어쨌든, 소설가는 괜찮은 직업이야. 예술가가 못 되면 또 어떤가, 소년처럼 살면 그만이지. 세상이 혼란하니, 유머를 잃지 말아라.”


「카지노 쿠폰 편지」.

“나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내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에너지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네 번째 아버지인 곤충학자와 살고 있는 어머니... 개들은 죽어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다는데 카지노 쿠폰인 인간은 죽어서 무얼 건너게 될는지...


「뚱뚱하고 날씬한 물고기 잔치」.

“형과 형수는 결혼한지 11년 만에 경주로 신혼여행을 떠났더랬다... 그들은 왕과 왕비는 없고 왕과 왕비의 유골과 부장품만 숨쉬는 저 황량한 도시에서 이틀을 보냈고, 거기서 함께 죽었다. 여관에 불이 난 것이다. 그날 사고를 당한 이들의 시신 모두는 전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한곳에 쓰레기마냥 쓸어담겨져 동해에 물고기 간식으로 뿌려졌다.” 죽은 형과 형수, 생리 도벽이 있는 장희, 그리고 형과 형수가 남긴 은남... 수족관 물고기처럼 세상을 떠도는 군상들을 확인하는 어린 은남의 시선, 그리고 은남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들...



이응준 / 무정한 카지노 쿠폰 연애 / 문학과지성사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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