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따로 태어나서 홀로 자신을 길러낸 사람들'의 이야기인듯...
「우리 철봉 하자」
“안산 자락에 올라서 내가 먼저 제안했다. 철봉 하자. 맹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내가 갑자기 왜 눈에 물파스를 발랐는지 모르겠어. 그냥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들었어. 그런 기분 알아? 온 세상이 나를 은근히 따돌리는 느낌 같은 거...” (p.31) 석주씨와 맹지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기분’을 알 것도 같다. 어떻게든 애를 써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지만 바로 그 순간 나를 향하여 들이닥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위의 문장 뒤에 “글쎄다. 근데 우리 조금 세진 것 같지 않아?“라는 대답이 따라 붙는데, 뭐, 그렇다.
「아주 사소한 계절」
미정은 내게 말했다. ”내가 죽기를 기도하는 사람은 전부 죽어.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 내게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확신해.“ 미정은 나와 청설모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청설모의 이름은 루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 미정의 집에서 자기도 하였다. 미정의 엄마는 내게 잘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무료 카지노 게임 미정이 아빠의 죽음을 목격하였다. 그러니까 죽는 순간은 아니고 아파트에서 떨어진 그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여하튼 나와 미정은 다른 아이들에게 당하면서 초등학생 시절을 보낸다는 면에서 비슷하였다. 미정은 아빠의 죽음 이후 이사를 했고 내 옆에는 영성이와 진아가 있었지만... ”... 무료 카지노 게임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을 모두 미워했지만, 그중에서도 영성이와 진아를 제일 미워했다.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나처럼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아이들보다 나처럼 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더 미웠다...“ (p.71)
「우리는 계절마다」
‘중학교 2학년의 무더운 여름, 미정이 돌아왔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계절〉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미정은 과거와 달라졌다. ”미정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라디에이터에 걸터앉아 고데기를 하는 여자애들과 어울렸으며 손가락에서 은은한 담배 냄새가 무료 카지노 게임 남자애들과 시시덕거렸다...“ (p.79) 무료 카지노 게임 어렵게 미정에게 다가섰지만 내가 미정이 아버지를 위한 봉분을, 청설모를 기다리던 그곳에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린 이후, 둘 사이의 관계는 크게 틀어진다. 무료 카지노 게임 미정의 패거리에 살짝 발을 걸쳤다가 다시 뜯어져 나왔다가 하면서 미정의 옆을 떠돈다. 그리고 나의 엄마가 동생을 임신하였다.
「그 얼굴을 마주하고」
”하지만 그건 미정의 잘못이 아니다. 나도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최악의 길을 걸어온 나머지 최악이 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이혁주의 미니홈피에서 미정이 단 댓글을 찾아 미정의 홈피에 파도를 타고 들어갔다...“ (p.115) 미정이 없는 나, 희조의 이야기이다. 나는 아마도 토킹 바쯤에서 일하고 있다. 그 사이에 할머니가 죽었다. 나는 갈 데가 없어 함께 일하는 현수 언니네서 묵기로 한다. 그리고 미정 대신 미정의 패거리였던 이혁주를 만난다. 그리고 미정의 엄마가 죽고, 그 장례식에는 미정의 새아버지가 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데, 미정은 어쩌면 그 너머에 있을 것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 결함」
나와 나의 고모 순정과 나의 전 남자 친구 수가 등장한다. 아버지와 나이차가 많이 무료 카지노 게임 순정은 아버지를 키우다시피 하였고 늦은 나이에 결혼하였다가 일 년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리고 나의 집에서 함께 살았고, 나의 엄마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순정의 세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의 엄마와 민애와 나의 고모 순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팜」
해무료 카지노 게임 살기 위하여 여기저기 공모전에 응모를 하였다가 운수 좋게도 친환경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인 주거단지 이름 공모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천만원 가량의 상금을 받게 되는데 그걸로 땅을 살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하여 시골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 말을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대진은 담배를 물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들어왔다. 그 와중에, 대진은 부엌으로 가더니 가스레인지를 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이번엔 정말로 나갔다...“ (p.206) 소설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런 장면에서 불거지는 어이없을 정도의 디테일이 무료 카지노 게임 좋았다.
「그 개와 혁명」
85학번 운동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켰던 딸이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보여주는 당돌한 모습이 재미있다. 소설 속 나의 아버지와 비슷한 세대인 독자가 보기에도 그렇다. NL과 PD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우리끼리 우물 안의) 거대 담론이 삽시간에 스러진 다음, 쏜살같이 세상은 변했지만 그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무 담론이 없지는 않을 터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뜻, 의지’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언제나 있었고 나중에도 그럴 것이다. 그럴 것, 이라고 믿고 싶다.
「분재」
차연은 가끔 들르는 윤재를 부러 내친다. 그리고 식물을 돌보며 혼자 살아간다. 차연이 죽고 손자인 윤재는 차연의 죽음 이후를 정리하러 아파트에 들른다. 그리고 남겨진 식물을 본다. 소설은 두 사람 그러니까 떠난 자의 살아생전의 일과와 남은 자의 살아감의 일과가 번갈아 등장하며 나아간다.
「도블」
무료 카지노 게임 펜션에서 함께 하기로 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만 오지 않는다. 대신 펜션의 주인 그리고 그곳에 묵고 있던 델마와 함께 시간을 갖는다. 조그마한 목욕탕 의자를 가지고 왔다갔다 하는 펜션의 남자가 있고, 델마는 며느리가 찾아와 데리고 떠난다.
「내가 머물던 자리」
공유주택에서 함께 사는 나와 미리내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함께 아는 사람인 정선을 찾아가는 여행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찾아간 곳에는 정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할머니가 있고 어린 남자 아이가 있다. ”나는 불행 포르노를 즐겨 보았고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잘못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실제로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이 잘못되는 광경을 보고 싶어하진 않았다. 왜냐고? 그건 나의 마음에 해가 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남의 불행을 소비하는 건 상대방을 멸시하는 것만큼이나 내 마음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p.331) 억울한 심정을 가지고 정선을 찾아간 길이었으나 나는 그저 사무친다. 정선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외따로 태어나서 홀로 자신을 길러낸 사람들이고 지금은 함께 살고 있어.’ 소설집 전체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예소연 / 무료 카지노 게임 결함 / 문학동네 / 361쪽 /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