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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경 Feb 09. 2025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

두려움 너머

* <공동선 제181호 ‘두려움 너머’ 꼭지 게재 글입니다.


제목: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 / 글쓴이: 박현경(화가, 교사)


파리 벨빌의 AAB(Ateliers d’Artistes de Belleville) 갤러리에서 이 글을 씁니다. 여기서 나는 발레리(Valérie), 놀벤(Nolwenn)과 함께 셋이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은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Ce qu’il nous reste des anges).


작년 이맘때에도 나는 이곳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그때는 ‘뛰어넘다(Franchir)’라는 주제로 프랑스 사람 발레리, 레아, 영국 사람 크리스틴, 브라질 사람 하울, 그리고 한국 사람인 저, 이렇게 다섯 명이서 전시를 했습니다. 전시 중에 발레리의 소개로 놀벤을 알게 됐습니다. 놀벤은 프랑스 사람이지만 런던에 삽니다. 친구인 발레리의 전시를 보러 파리에 왔다가 저랑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놀벤, 발레리와 저는 1년 후 셋이서 함께 전시를 해 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테마는 ‘카지노 가입 쿠폰’.

한국에 돌아오자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작년에는 전교조 충북지부 음성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중간에는 우울과 불안이 심해져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라는 테마로 작업을 이어 갔고, 우리 셋은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런던 사는 놀벤, 파리 사는 발레리, 청주 사는 현경이 왓츠앱으로 메시지를 교환하면서 주제를 구체화하고, 작업 상황을 공유하고, 전시 계획을 작성하고, 갤러리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때론 심리적인 이유로, 때론 바쁜 일정 때문에 작업을 이어 가는 게 힘에 부칠 때에도 나는 놀벤, 발레리와의 전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속 크레용을 들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출국 날짜인 1월 29일이 다가왔습니다. 나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나의 잘못으로 주변 사람들을 크게 실망시킨 일이 있었고, 유례없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습니다. 무리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비행기 표를 취소하지 않고 파리에 왔습니다. 지출을 최대한 아껴야 했습니다. 가장 저렴한 슈퍼마켓을 찾아 장을 봐서 식사를 했습니다. 돈이 들어가는 일들은 되도록 삼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펑펑 쓰면서 파리를 여행하는 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파리의 가난한 사람들처럼 검소하게 살면서 파리를 즐기는 건 진짜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 내가 진짜 고수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럭키비키’라 여겼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설치하는 날. 그간 온라인으로 소통하던 놀벤과 발레리를 일 년 만에 다시 만나 수다를 떨면서 하루 종일 걸려 작품을 설치했습니다. 각자 작업해 온 작품들을 펼쳐 놓고 서로의 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참 행복했습니다. 리셉션(vernissage) 때는 예순 명은 족히 되는 사람들이 찾아와 와인과 안주를 즐기며 작품들을 보고 실컷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손님들이 내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나는 짜릿함을 느끼며 응대했습니다. 질문과 답 사이마다, 오가는 눈빛 사이마다, 새롭게 열리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전시 리셉션 날,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아 함께하였습니다.


내 그림 속 카지노 가입 쿠폰는 눈 주위에 작은 꽃들을 달고 있습니다. 천상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카지노 가입 쿠폰가 걱정 많은 이 땅에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그리고 그 눈물방울들이 향기로운 꽃이 되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눈가에 달려 있는 겁니다. 누군가를 위해 쏟는 눈물은 꽃이 됩니다. 그 작은 꽃들의 향기가 퍼져 마음 아픈 사람들에게 힘을 줍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어디에선가 그 작은 꽃들의 향기를 맡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카지노 가입 쿠폰의 눈물방울인 줄은 알지 못한 채로 그 향기의 기운에 힘을 얻어 다시금 살아갈 수 있었을 겁니다.

또한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누군가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로 존재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로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힘겨워하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가 진심으로 눈물 흘릴 때, 우리의 눈물방울은 작고 향긋한 꽃이 되어 그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만져 줍니다. 그 사람은 어쩌면 자신이 누구에게 어떠한 도움을 받았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는 채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힘을 발휘하면서.

카지노 가입 쿠폰[카지노 가입 쿠폰 24, 수채화 용지에 혼합 재료, 26x38.5cm, 2025] “내 그림 속 카지노 가입 쿠폰는 눈 주위에 작은 꽃들을 달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를 ‘종교적 신화에서, 천국에서 인간 세계에 파견되어 신과 인간의 중간에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기원을 신에게 전하는 사자(使者)’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천국에서 인간 세계에 파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천국에 있으면 먹고 살 걱정도 없고 더러운 꼴 볼 일도 없고 스스로가 더러워질 일도 없이 깨끗하고 티 없는 삶을 살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인간 세계로 온 존재가 카지노 가입 쿠폰입니다. 먹고 살 걱정도 하고 더러운 꼴도 보고 옷에 몸에 더러운 것 묻혀 가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고상한 사람들이라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때론 화를 내고 때론 비열하고 자주 어리석은, 그냥 보통 사람들과 함께,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자신의 청결하고 안락하고 도덕적이며 영적인 울타리를 뛰어넘어(franchir), 진흙탕 같은 이 세상에 발을 담그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다면, 우리는 바로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나는 오래 전, 이렇게 생활했습니다. 새벽이면 일찍 일어나 기도하고 묵상하고 성경을 읽었습니다. 직장에서 여러 갈등이나 쟁점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내 일을 성실히 했습니다. 술도 담배도 가공식품도 멀리하고 아주 정결히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게 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정치는 멀리해야 할 주제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안온했습니다. 광우병 문제로 촛불집회가 열리고 명박산성이 세워지고 물대포가 쏘아질 때, 나는 완벽하게 평화로웠습니다. 내가 만든 편협한 천국 안에서 나는 지복(至福)을 누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삽니다. 기도도 묵상도 성경 읽기도 옛날에 비하면 아주 조금밖에 못 합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고 가공식품도 맛있게 먹습니다. 내가 한때 속되고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던 이들과 내가 다를 바 없다는 걸 아주 잘 압니다. 내가 한때 속되고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했던 이들과 친구가 되어 기쁩니다. 내게 정치는 중요합니다. 죽은 후의 천국을 기다리는 것보다 이 땅에 정의를 세우는 데 털끝만큼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내겐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집회에 참여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동료들 사이의 갈등과 쟁점에 뛰어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정치 활동들을 챙겨서 합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 마음을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는 많은 일들에 기꺼이 개입합니다. 매우 자주, 아니 거의 항상, 당신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따라서 바로 나의 문제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내가 감히 나 자신을 카지노 가입 쿠폰에 빗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지만, ‘편협한 천국’의 틀을 깨부수고 진흙탕 인간 세계에 풍덩 빠져들기로 결심을 했기에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믿기에 용기를 내어 적어 보았습니다. 같은 용기로 나는 나 자신을 카지노 가입 쿠폰로 표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이번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서라도 널 여기에 데려오고 싶었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내게 속삭여 줍니다. 모두가 너에게 신뢰를 잃더라도 네가 네 자신을 신뢰하면 된다고, 모두가 너에게 실망하더라도 네가 네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으면 된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 내게 속삭여 줍니다. 작은 꽃들의 향기가 나를 다시 살리고, 나도 누군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카지노 가입 쿠폰가 됩니다.

카지노 가입 쿠폰[카지노 가입 쿠폰 6, 수채화 용지에 혼합 재료, 102x65cm, 2024] “나는 나 자신을 카지노 가입 쿠폰로 표현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이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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