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메리토크라시)의 함정에 관하여
뭐? 아직도 카지노 게임 못 했다고?
야야, 지금 21세기야. 농사지어서 먹고살던 시대 아니거든?
와, 너 진짜 무능하다. 게으르고, 책임감도 없네…
현대 사회는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카지노 게임할 수 있다’는 신화를 강요한다.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 믿음은 이제 상식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진짜, 순도 100퍼센트 개인의 능력만으로 인생이 결정된다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우리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이클 샌델, 알랭 드 보통, 유발 하라리—그들은 이 빌어먹을 놈의능력주의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능력주의가 자리 잡으면서 ‘카지노 게임은 오직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믿음이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이 논리는 곧바로 한 가지 불편한 결론으로 귀결되는데.
"지금 21세기임. 아직도 카지노 게임 못 함? 야... 더럽게 무능력하네 ㅋㅋ"
"조또 노력을 안 했네. ㅉㅉ"
이건 단순한 평가가 아니다.
낙인이다.
한 번 찍히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끝나지 않는 악몽과도 같은 불안에 시달리게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은 『지위 불안(Status Anxiety)』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과거 계급 사회에서는 신분 상승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오히려 개인의 실패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나 노력하면 카지노 게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서, 카지노 게임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실패를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떠안게 되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불안과 우울이 퍼졌다.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이라면, 실패는 곧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 되니까.
아니.
내가 재미있게 읽었고, 여러분도 어쩌면 흥미롭게 봤을지도 모를 산경 작가의 원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선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은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구기일."
우리는 평생 동안 "노력하면 카지노 게임할 수 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 중 90% 이상은 단순히 운이 좋았을 뿐이다.
노력은 필수지만, 결국 운이 게임의 판을 좌우한다는 것.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것이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현실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거리만큼 달린다고 해도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교육, 경제,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경쟁하는 것은 애초에 공정하지 않다.
누군가는 이미 마라톤 코스의 마지막 구간에서 출발하는 반면, 누군가는 출발선조차 찾지 못하고 허덕이는 것이다.
이 불균형한 현실을 외면한 채 "노력만 하면 카지노 게임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환상이 아니라 기만 아닌가?
"승자들이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순전히 노력과 실력의 결과라고 믿게 되면, 패자들은 그들의 실패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압도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능력주의가 만들어내는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는 승자에게 오만을, 패자에게 굴욕과 분노를 남긴다”라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능력주의의 또 다른 위험은 ‘카지노 게임한 사람 = 능력 있는 사람 = 훌륭한 사람’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현대 사회는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을 "본받아야 할 모범적인 인간"으로 규정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카지노 게임의 공식처럼 소비되고,
그들이 걸어온 길은 곧 정답처럼 여겨진다.
반면, 실패한 사람은?
'타산지석' 삼는다 운운하며 "게으르고, 무능하며,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받는다.
질책당하고,
폄하당한다.
낙인치고 꽤 잔인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며,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주의는 이를 무시한 채 "카지노 게임하지 못한 것은 너의 잘못"이라는 가혹한 결론을 강요한다.
존나왜곡된 인식이다.
현실에서 카지노 게임과 도덕성은 별개의 문제이며,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 중에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운이 나빠서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말하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능력주의는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에게 오만을, 실패한 사람들에게 굴욕을 강요한다. 능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실패한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사회적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결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김주환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 한국의 공교육은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에 집중하지만, 이제는 ‘강점을 키우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고. 그게 바로 한 개인을 더 큰 존재로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따져보면, 카지노 게임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단점을 고치는 데 매달리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깊이 파고들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래서 결국,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
반대로, 단점을 보완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면?
결국 ‘어중간한 사람’이 될 뿐이다.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부족한 것도 없는.
카지노 게임은 평균을 맞추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는 실패했다고 해서 무능한 것이 아니며, 카지노 게임했다고 해서 반드시 유능한 것도 아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불안에 휩쓸리지 않으며,
조건 없는 행복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삶의 진짜 목표는 ‘카지노 게임’이 아니라 ‘행복’이니까.
이 딴 게 뭐 결론이냐고?
알겠다.
그럼 나보다 훠어어어어얼씬 유명하고 똑똑한 마이클 샌델의 말이면 좀 공신력이 있겠지.
"우리는 사회적 카지노 게임이 인생의 목적이라는 믿음을 버려야 한다. 진정한 행복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서 온다." -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
어떤가.
좀 위안이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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