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스 트루에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너와 더불어 나를 찾은 여정
호나스 트루에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 - 너와 더불어나를 찾은 여정
최근 극장에서 여러 차원을 자유롭게 오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르가 판타지라는 게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의 현실’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다른 차원’ 등 여러 매체와 시공간을 오가는 입체적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로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시공간이나 매체에 덜 얽매이기에 진정 ‘자유롭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만, 반대로 현실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보이지 않을 것들이 두 차원이 치열하게 대비되면서 드러난다. 호나스 트루에바의 신작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현실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치열하게 교차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또한 각 차원이 상징하는 무언가가 나타나고, 한 차원에만 얽매여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경험이 닥쳐온다.
1991년 마드리드 태생의 호나스 트루에바는 스페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감독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조예가 있는 팬들이라면 아마도 트루에바의 작품을 봤을 때 자연스레 연상되는 시네아스트가 있을 것이다. 바로 에릭 로메르다. 많은 부분에서 트루에바는 로메르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늘 일상을 떠나 휴가를 떠난다. 거기선 마냥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하고 관계를 맺으며 무언가를 깨우친다. 그 깨우침은 이미지보다는 말이 주를 이룬다. 로메르처럼 트루에바 역시 ‘지적인 수다’를 선호한다. 그래서 여행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감각의 새로움보다는 인식의 전환과 삶의 방향성을 주로 환기한다. 트루에바는 그 '유레카!'를 번쩍이게 연출하지 않는다. 비전문 배우들이 많이 참여하긴 하지만, 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내리 캐스팅되어 기성 배우화된 인물들 역시 일상의 누군가인 것처럼 아주 담담하게 포착한다.
다만 차이라 한다면 주인공의 정서를 환기하기 위해서 음악이 자주 사용된다는 것, 또 그의 여행은 공간에만 얽매이지 않고 시간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꿈과 과거로…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는 이들의 동기는 욕망이다. 여행과 계획 모두 욕망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선택하고 이를 미래에 기투한다. 하지만 나의 욕망과 달리 상대방의 마음은, 또 과거가 가능했던 모든 조건과 맥락은 현재와 미래에 달라졌다. 그래서 여행하는 그들은 끝끝내 자신이 생각한 어떤 핵심이나 본질이 아니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실존을 깨우친다. 다만 이 실존은, 곧 우연이나 즉흥을 처음부터 받아들이고자 다짐하진 않았다. 그저 인간 스스로가, 또한 세계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타협한 것뿐이다.
그래서 그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초반에 부각되던 언어와 자아는 점차 흐려지고 무뎌진다. 본디 자아도 강했던 그들이다. 그렇게 완고한 이들은 언어에 자아를 이루는 데 중추적인 생각과 사상을 깊숙하게 새기고 고정시키려 한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며 점차 조용해진다. 여행은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배신하게 만들기 때문에 말을 삼간다. 고요히, 그저 흐르는 변화 속에 자신을 맡길 뿐이다. 그렇기에 트루에바의 실존 여행에선 매 순간 새로운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버진'과 같은 마음가짐,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한데, 이를 헤어짐을 앞둔 15년차 커플이 등장하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에서 재차 고찰한다.
두 커플이 침대 위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시작된다. 그들이 이별을 앞둬서 그런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밤중으로 아주 어둡다. 커플로서 그들의 형체가 흐릿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입부는 영영 희미하지는 않다. 시각은 애매할지언정 청각은 귀에 아주 쏙쏙 박힌다. 알렉스는 알레한드라 아버지가 얘기해준, “이별을 할 시,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어야 한다”는 이론을 넌지시 상대에게 제안한다. 마찬가지로 권태를 느끼는 알레한드라 또한 그 의견에 동조하는 눈치다. 커플로서 이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이 상황이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주 확고하다. 그러나 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이별을 택한다는 선택지는 아직 망설이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까진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더더욱 시각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교착 상태도 싫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도 상상하기 싫은 게 연인들의 심정이다. 하지만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들은 끝끝내 다짐한다, 여름이 끝나는 날 9월 22일에 성대한 이별 파티를 열자고. 이때 그 길고긴 롱테이크가 막을 내린다. 쭉 이어진 지루한 연속이 '잘려' 나가고, 똑같은 시공간임에도 컷이 발생하며 다른 숏을 이어 붙인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며 번개가 친다. 폭풍이 올 것만 같다. 그 폭풍, 곧 변화가 이들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그 변화를 즐기려는 알레한드라의 얼굴은 도입에서 처음으로 잘 보인다. 그들은 이별함으로써 자신을 되찾으려는 것이다.
이후 잠이 깬 커플이 아침을 맞이하는 시퀀스로 이어진다. 이들의 행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 무언가를 ‘연다.’ 창문, 커튼, 커피포트, 노트북 등 닫혀 있거나 접혀 있던 것을 열어젖힌다. 단순히 아침의 시작일까? 하지만 권태기의 연인으로서 그 행위에 주목한다면 그 바깥으로 가고자 하는 몸부림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직후 이어지는 이들의 행위가 마치 '미로'에 갇힌 사람 같기 때문이다. 몇 년을 살아온 그 공간이 낯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진짜로 생경한 게 아니라 낯선 척, 길을 못 찾는 척, 어지러운 척 연기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목적지도, 나 자신의 목적지도 어디인지 안다. 그러나 그 목적지로 향하면 서로 필시 마주쳐야만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길을 못 찾는 척 방향을 틀고 시선을 회피한다. 이들이 필사적으로 창구를 찾아 헤맨 이유, 상대방을 안 볼 수 있는 선택지가 더 많아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본 시퀀스에서 알레한드라와 알렉스는 늘 교차 편집된다. 단순히 교차하다 못해 분할 스크린으로 아예 공간을 분리해버린다.
그러다가 둘은 프레임에 공존한다. 물론 공존은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다. 알렉스가 알레한드라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알레한드라는 현재 아무 생각도 없다고 답하고, 역으로 질문을 알렉스에게 토스한다. 알렉스도 답할게 없어서 왜 질문은 내가 했는데 답을 피하느냐는 투로 빈정거린다. 그러다가 지금 생각이 아니라, '미래 생각'을 말하며 이 둘의 입은 마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막혀 있던 배수구가 뻥 뚫리듯 청산유수로 말문이 터진다. 누구를 초대하고 장소는 어디로 할까, 그 모든 미래를 말하는 이들의 표정은 들떠있다. 이후 바로 전화를 걸어 파티에서 공연 해줄 수 있는 친구를 섭외한다. 그 친구는 둘이 이해되지 않는다. 장난치는 것 같고, 진지하다는 것을 깨달으니 내심 더 사귀었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나 '알레 커플'은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어떻게든 친구를 설득하고 초대하고야 만다. 이렇게 마음이 같아진 그들은 같은 프레임에 공존함을 넘어서, 컷이 아주 잦고 숏이 빠르게 지나가던 편집을 뒤집는다. 따분한 지금을 말하던 순간을 중단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숏을 이어 붙이는데, 그 숏은 롱테이크다. 이젠 길게 참여해도 지루하지 않다.
이는 트루에바의 이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경향이다. 특히 20대 때 연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도드라진다. 20대에 연출한 작품에서 여행의 동기는 '만남'이다. 그것도 새로운 만남이 아니라, 짧았던 과거의 아쉬움에서 촉발된 '재회'다. 어렸을 땐 경험하지 못한 게 많았고, 경험한 것도 자신이 온전히 주체적이지 못해서 즐길 만큼 즐기지 못했다. 20대 때는 맛만 본 경험에 대한 전망이 더 간절했다. 그러나 30대는 다르다. 15년을 사귄 그들이기에 볼 장 다 봤고 남은 경험은 그저 싱거울 것이라 간주될 뿐이다. 미래에 뭘 할지 정확히는 모른다. 집을 보러 다니고, 또 친구들을 초대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전망한 미래가 "과연 이게 맞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30대의 여행은 일단 과거를 탈출하는 게 목적이다.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20대 때는 관계란 게 그리 깊지 않았다. 하지만 30대는 다르다. 그냥 만났다가 헤어져도 되는 가벼운 관계보다는, 서로의 삶 속에 깊이 침투하여 값싼 월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제작에 도움을 주는 등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가 더 많다. 당장 서로의 짐을 분리할 때, 뭐가 내 거고 뭐가 네 거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타인의 시선은 강화된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타인이 나를 만족스럽게 쳐다본다면 안심하는 반면, 이상한 눈초리로 응시한다면 뭐라도 묻었는지 스스로를 검열한다. 아마도 그것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무리를 짓는 메커니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이나 공동체가 내게 중요하지 않다면, 또 시선의 무의식적인 힘을 인지한다면 뿌리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시선이 마땅한 권위를 가졌을 땐 차마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30대의 시선이 그렇다. 이젠 그 시선이 기대하는 방향에 나를 맡겨야 한다. 그래야만 일궈놓은 내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도미니크 부부는 알레 커플에게 방을 싸게 내준 은인이다. 그래서 이제 막 휴가를 다녀온 그들이 기분을 그르칠까봐, 차마 발랄하게 "저희 헤어져요!"라고 고백을 못하겠다. 이는 단지 그들의 기분을 그르치지 않기 위함이 아니다. 교회 앞에서 알레한드라는 나는 안 해봤지만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결혼한다고 대화한다. 어쩌면 남들도 많이 하기에 결혼을 해야만 하고, 아니라면 연인 관계라도 길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랴. 그 시선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쉽지 않고, 사회에 깊게 참여하는 30대에 고독을 택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장 알레 커플보다 하비가 더 침울해하고, 이별 파티를 결정한 권위도 알레한드라 아버지의 이론과 베리만과 울만의 이야기에서, 곧 타인의 시선이 허락한 결정에서 비롯한다.
이 시선의 관점에서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의 특징 중 하나인 메타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 성격을 고찰해야 한다. 알레 커플 둘 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찍기에 아마 이 이야기가 호나스 트루에바(=알레한드로)와 잇사소 아리나(=알레한드라)의 자전적인 경험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둘 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연출하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본 작품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현실’은 이 작품의 자양분이 된 실제 경험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이를 바탕으로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해를 제작하는 과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해보이지 않다.
이들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단순히 기록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아 보인다. 이들의 일상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현실일 수도 있고, 동시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일수도 있다는 사실이 둘이 함께 집을 둘러보고 헤어지는 장면에서 드러났다. 이때 알레한드라가 모니터로 바라보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좁다란 모니터를 넘어 프레임 온 전체로 확장되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내 현실’을 대체한다. 이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미에 알레한드라는 발코니에서 통화를 하고 동시에 알렉스가 노래를 트는 숏 역시 마찬가지다. 외에도 알레한드라는 페로가 '여기까지는 현실, 여기부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촬영 현장'이라고 그어둔 선을 넘는다. 그리고 치열하게 자신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위치시킨다. 즉 단순히 다시 보거나 보존을 위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찍는 게 아니라 ‘참여’하고자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세계는 불안정하다. 알레한드라는 자신이 연출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상영회를 가진다. 아마도 알레 커플의 이별 이야기를 호의적으로 담았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모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세계에서 탈출하길 바라고 관습적인 세계로 돌아가 잉꼬 커플인 알레들이 계속 사귀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빠져나오기도, 깨지기도 쉬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속하려고 한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이들이 배우로서 참여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타인이 감독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감독이기 때문이다. 다른 감독의 시선에 의해 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눈에 의해서 내가 존재하고 관계도 결정하는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애초에 도입에서도 이별 파티가 현실에서 ‘글쎄’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는 충분히 괜찮다고 말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바로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 곧 그 세계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 자신을 내 시선의 관할에 두고 싶어 한다는 의지의 결과라는 사실은 본 작품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티'를 팍팍 내는 장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작품에선 아주 의아하게도 공간은 달라지지 않고, 또 소요된 시간 역시 짧아서 그냥 원테이크로 처리하면 그만일 장면들을 이따금 무수한 컷을 동원해 시퀀스화한다. 알렉스가 어머니를 설득하는 장면, 또 알렉스가 사이먼과 함께 술집에 방문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때 알렉스는 "커플은 좋은 것이고 이별은 나쁜 것이다"라는 생각 아래 놓여 있는 이들을 설득하는데 아주 큰 애를 먹는다. 그래서 그 현실을 계속 중단, 곧 컷하고 자신의 발화, 이에 더불어 "이별은 좋은 것이다"라는 영향력을 쏟아 붓는 자신의 시선에 의한 상대방을 이어 붙인다. 알레한드라가 아버지에게 방문한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이별 파티 이론이 그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졌을 뿐, 그리 진지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당황한 기색이다. 하지만 이에 물러서지 않는 알레한드라에 의해 골똘히 고심에 잠긴 아버지를, 촬영한다는 티가 팍팍 나는 카메라 워킹으로 담아낸다. 이처럼 구도를 정돈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촬영은 본 작품에서 자주 반복된다. 또 막상 이별을 앞둔 알레한드라가 심란한 마음을 보이며 우는 장면 역시, 촬영을 한다는 사실이 자명한 카메라에 담긴다.
뿐만 아니라 알렉스가 방문하는 미술 교실에서도 트루에바가 생각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론,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깃든 인간 시선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알렉스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러자 강사가 사진을 뒤집어서, 생각이나 감정을 제거하고 그저 보이는 데로, 물질로서 대상을 그리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그림의 주관성을 극복하려던 카메라의 탄생이다. 그 카메라는 냉정하고도 묵묵하게 피사체의 외관을 객관적이고도 중립적으로 재현할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객관적으로 촬영해놓은 결과물을 두고 알렉스와 알레한드라의 견해가 엇갈리고, 친구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카메라 배후의 주관적인 시선에 의해서, 또 아무리 객관적으로 촬영되었다고 하여도 이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알렉스는 결국에는 그림을 뒤집고야 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속 이들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트루에바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지다. 즉 이들은 자신의 시선에 의해서 존재하고 싶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까지도 상대의 시선이 아니라 내 시선의 관할에 있었으면 싶다. 그래서 내 시선이 주인이 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라는 세계를 창조한다. 그 세계가 완성되면 완성될수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편집이 더 잦은, 곧 현실과 차별화된 온라인 카지노 게임적인 모습을 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뿐만 아니라 내게서 우러나온 언어 역시 내 시선 하에 타인이 머물도록 만든다. 본 작품에서 아주 치열하게 오가는 토론들은 대부분 "이별은 파티할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알레 커플의 소신을 지키는 용도로 사용되고, 특히 사미의 교습에선 스페인어와 영어가 교차한다. 그래서 '번역'이 필요한데, 내 눈이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나 바라보는 것을 타인에게 통역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이다. 문제는 언어와 현실은 늘 불일치한다. 도입부에서 알레 커플의 발화는 명확하지만 시각은 어두워서 뭐가 뭔지 하나도 안 보였다. 그 언어를 구체화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현실을 대체할 만큼의 완전한 세계가 아니다. 심지어 이별을 축복하려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전혀 다른 전개로 흘러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언어의 불변을 보장하며 재현하기보단, 알레한드라가 알렉스를 촬영할 때 빛의 변화를 좇는다. 운동을 담아내기 위해 탄생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변화에 관심이 있지,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것엔 따분함을 느끼는 법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나 이들의 확신은 정녕 찾아오지 않고, 대신 의심 곧 흔들림이 찾아온다.
먼저 '기억'이다. 지금 당장은 권태로웠을지언정 좋았으니까 15년을 사귀었고, 지금 이 아파트도 떠나려고 보니 싼값이 아쉽기만 하다. 중고장터에 내놓으려던 골동품들도 마찬가지다. 본디 과거를 계속 지속하고 있을 때는 그 기억의 값짐이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는 늘 과거와 동행하고 있는 셈인데도, 기억은 과거와 유사성을 갖는 특정 조건의 현재에서만 이따금 출몰하여 내게 감흥을 남기기도 하고 지혜로운 선택을 인도하기도 한다. 즉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선 촉매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게 바로 이별 파티다. 이별 파티를 하고 싶은 알레한드라는 그 과정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찍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화할만한 내용이자 나중에 지금을 떠올려보기 위함일 테다. 제작 과정에서 촬영본을 되감기해본다. 그 되감기에서 영감을 받아 이들의 현실에서도 플래시백이 잦아진다. 내가 좋아하던 상대방의 모습을, 내 삶에 중요했던 환경들을 말이다.
좋았기에 상대방과의 시간을 반복하고 또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이젠 그 순환에서 이탈해야만 한다. 그러니 반복의 중요도도 환기된다. 본디 우리는 어떤 행동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 이를 습관으로 각인한다. 습관의 처음에는 분명 어떤 동기를 자명하게 기억했을 것이다. 이게 효율적이라더라, 이게 건강하다더라, 이게 내 기분에 좋더라 등… 문제는 알레 커플처럼 15년간 되풀이되다보면 습관의 출발점, 곧 중요도가 기억나지 않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그 반복을 중단할 때 알레한드라는 처음이 기억난 것인지 눈물을 흘린다. 또 항상 함께여서 두 세트를 살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한 쌍의 제품은 구매할 수가 없다. 악몽을 꾸는 알레한드라를 달래는 알렉스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습관화된 둘의 관계는 많은 부분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자 사소하다지만 아쉽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클라이맥스에 재결합한다. 그렇다면 이별 파티는 이별 파티가 아니고, 이들의 계획도 실패한 것이기에 여정은 무의미해지는가? 아니다, 일단 이별 파티는 맞다. 바로 권태로움에 빠진 나 자신과의 이별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들은 이별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내게 값진 기억, 내게 중요했던 습관을 깨우쳤다. 또한 현실이 아니라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속해서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을 '대본' 형태로 중요하게 외워서 발화해봤다. 이때 나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별하려고 물건을 나누고 공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대방의 것이 내 것으로 호도됐는지 확인한다. 이별은 나로 착각한 너를 분리하고, 그래서 혼탁해지고 타자화된 감정과의 안녕이다. 그리고 조우한다. 진정으로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그게 이별 파티의 목적이었기에 이들이 재결합했다고 해서 계획이 실패한 게 아니란 거다. 그렇게 알레한드라와 알렉스는 재결합하지만, 이는 둘만의 재결합이 아니다. 상대방을 좋아하는 내 감정과 내 시선이 비로소 나 자신과 다시 결합한 것이다. 30대에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써 여행을 떠나는 트루에바, 그리고 나를 찾는 트루에바, 하지만 그 나는 다르다. 20대는 잠재된 나라면, 30대의 나는 잊힌 나다. 이러나저러나 우리는 여행을 택해야 한다. 나를 찾기 위해서, 클라이맥스에 울려 퍼지는 음악처럼 그 음악이 건드리는 나 자신의 정서를 되찾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