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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양희 Dec 26. 2024

카지노 쿠폰 아프다

행복한 가정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된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카지노 쿠폰는 갑작스레 그것도 순식간에 약해졌다. 이전에 한국에 갔을 때만 해도 카지노 쿠폰는 고추를 따다가 시장에 내다 판다며 고함을 지르고, 엄마가 사둔 감자까지 봉지에 싸서 팔겠다며 모든 것을 이고 지는데 문제가 없었던 고집세고 힘센 노인이었다. 그랬던 카지노 쿠폰가 내가 미국에 오고 며칠 되지 않아서부터 평소 먹는 밥양의 1/3만 드신다거나, 밭일을 손에서 놓아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엄마는 어른들이 사그라드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자연적 죽음은 노인성 질환으로 병원에서 꽤나 긴 시간을 머무르다 돌아가시는 것인데, 엄마 주변 친구들의 시어머니나, 친정엄마들은 건강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하지만 우리 카지노 쿠폰는 당최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평생을 살아오시며 엄마와 손녀들 심지어 자신의 아들에게 까지 못됐게 굴고, 늘 불평불만만 토해낸 카지노 쿠폰가 언제나 돌아가시려나 하는 부정한 생각을 품고 있기까지 했다. 그랬던 카지노 쿠폰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엄마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고, 깨를 털어 타작해야 하는 시기가 왔음에도 본인이 손수 지은 농사를 거두지 않았다.

"진아, 아무리 못됐게 했어도, 자그마한 노인네가 힘없이 홀로 앉아있는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아. 불쌍하고 안 됐어."

엄마는 그렇게도 자신을 구박하고 못살게 굴던 시어머니가 한없이 작아지자 가여운 마음이 솟구쳤나 보다. 죽음을 앞둔 노인이 되면 평생에 저지른 모든 잘못을 용서해야 하는 것인가?

악인 까진 아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지 못한 카지노 쿠폰는 사랑받지 못해 늘 쓸쓸했다.

그 모습에 나 역시도 마음이 쓰여 집에 내려갈 때마다 카지노 쿠폰를 모시고 여기저기 다녔지만 그러한 나의 행동들은 사랑의 마음이 아닌 연민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93세의 조그마한 노인의 기운 없는 모습에 엄마는 평소에 카지노 쿠폰 당신이 주삿바늘이 무서워서 결단코 가지 않겠다는 병원에 모시고가 링거를 맞췄고, 카지노 쿠폰는 이내 다시 생생한 모습으로 거실에 떡 하고 앉아 TV를 보셨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카지노 쿠폰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안 좋아져 다시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동네 병원에서 지역에 있는 2급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고, 그곳에서 카지노 쿠폰가 폐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카지노 쿠폰는 폐에 물이차 ‘색색’ 소리를 내며 숨을 쉬었고, 폐에서 빼낸 물에서 암 성분이 나왔다는 건 폐암 중에서도 말기라는 것이 그곳 의사의 말이었다.

아빠는 그 말에 엄청 울었다고 한다. 평소에 카지노 쿠폰와 드센 성격이 똑같이 닮아서 둘이 소리를 지르고 싸웠다는 사실은 잊어버렸는지, 자신의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안 돼서 펑펑 울었다.

아빠의 아빠, 그러니깐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할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뜬 게 아빠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고 했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며 돌아가시는 모습을 모두 봤다고 했다. 카지노 쿠폰의 암은 93세가 되어 언제 돌아가셔도 괜찮을 것 같은 나이에 진단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를 향한 아빠의 얼음 같은 심장마저도 망치로 부스러뜨리는 것과 같았다. 싸울까 봐 카지노 쿠폰와 말을 섞지도 않는 아빠는 어느덧 카지노 쿠폰의 가장 가까운 간병인이 되어 한 달 동안 병원에 머물며 카지노 쿠폰의 병간호를 했다.

입원 후 첫 열흘간은 폐결핵일까 봐 일인실에 머물던 카지노 쿠폰가 전염성이 없는 병임을 확인했을 때, 8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카지노 쿠폰와 단 둘이 열흘동안 24시간 내내 붙어 있었던 아빠는 어느덧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사람들이 북적 거리는 병실은 서로를 돌봐주는 눈들이 있어 보다 생기가 있었다. 사람이 외로우면 더 빨리 늙고, 더 빨리 쇠약해지나 보다.

밤낮으로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병원 측의 말에 아빠가 카지노 쿠폰 옆에서 간병을 했지만 체력이 달려 2주를 넘기지 못했고, 밤에는 간병인을 불렀다. 하루 10만 원의 간병비가 들어갔다. 30일을 꼬박 채우면 300만 원이 되는 돈이었다. 무시무시한 간병비 소식에, 나와 동생들은 엄마와 아빠의 만약에 대비해 우리도 간병비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각자의 일을 하고 있을 때 만약 엄마, 아빠가 아프다면, 아빠처럼 몸과 시간을 갈아 간병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니 말이다.


아빠가 작은엄마와, 작은 아빠와 함께 카지노 쿠폰를 모시고 대구의 3차 병원에 정밀검사를 마치고 입원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 한국을 방문했고, 향후 카지노 쿠폰의 거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선, 요양병원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뇌까지 퍼져버린 암에 대한 항암이나 수술적 치료는 완치 가능성이 없을뿐더러, 이미 93세인 카지노 쿠폰에게 시술해 봤자 통증만 동반 할 뿐이 없었고 일반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치료가 더 이상 없었다. 입원해 있으면 계속해서 간병비가 나가기도 했고 속이 울렁거리는 증상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났을 때 긴급하게 손을 쓰려면 요양 병원이 제격이란 게 내 의견이었다.

“그리고 엄마도 생각해야지. 36년이나 모셨으면 엄마도 좀 살자. 엄마 지금 62살이야. 그만큼 고생했으면 됐잖아. 어떻게 카지노 쿠폰를 더 데리고 살라고 하는 거야?“

집에서 카지노 쿠폰를 모시겠다고 하는 아빠의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어이가 없어 마음의 소리가 툭 하고 터져 나왔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의 마지막에 발동한 아빠의 뒤늦은 효심은 꺾이지 않았고, 그 잘난 효심 탓에 애꿎은 우리 엄마는 카지노 쿠폰를 목욕시키고 똥을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카지노 쿠폰는 복도 많지. 자신 마음대로 늘 당당하고 못됐게 굴며 살았어도, 93세까지 건강하다 이제야 쇠락해서 처음 병원신세를 지고, 그 후 집에서 엄마와 아빠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니 말이다. 그렇게 집에서 눈감는 것은 내가 기대하는 내 죽음의 최상의 시나리오다. 외카지노 쿠폰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요양원과 병원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거쳤고, 가까운 고모카지노 쿠폰도 9년간 요양원에 계시다 질긴 숨이 다 하셨다. 어른들이 계시던 병원과 시설들, 그곳에 갈 때마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건강하게 살다 잠시 아프고 집에서 죽는 죽음이 얼마나 귀한지 알고 있었고, 귀한 죽음의 축복이 우리 카지노 쿠폰에게 간 것 같아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배가 아프다. 그 축복은 엄마를 갈아 만든 축복이니 말이다.


엄마는 처음 며칠간 오히려 카지노 쿠폰가 와서 좋다고 했지만, 그 반응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연하겠지. 일하고 와서 편히 쉬어야 할 공간에 또다시 카지노 쿠폰라는 ‘일’이 존재하고 있으니. 지치고 힘들 거다. 아빠는 카지노 쿠폰를 챙긴다고는 하지만 그저 마음만 안달복달하고, 하루 두 끼 엄마가 만들어 둔 죽을 카지노 쿠폰께 챙겨 드리는 것 밖에 없는데 그 공로를 인정해 달라고 하며 자신의 감정과 신체를 갉아먹고 있다. 아빠만큼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없지만 남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자신의 마음속에 생긴 감정의 공명 때문에 남의 마음이 들어갈 곳이 없는 듯, 아빠는 자신이 택한 길에서 당연히 해야 할 자신의 엄마를 챙기며 마치 훌륭한 일을 하는 듯하는 그 모든 모습이 꼴사납다.


엄마, 아빠도 나중에 아플 텐데. 나는 그때 어떻게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나마 형제가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착하고 사랑스런 내 동생들은 어려운 순간에도 늘 곁에 있어 줄 테니. 아이가 없는 나와 남편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죽음 뒤에 우리를 돌봐 줄 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아이를 낳아야 할까? 부양의 의무를 지게 하기 위해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사랑을 주고 나누는 대상을 만들고 싶어 아이를 갖고 싶지만 그 뒤에 따라올 여러 인생사의 고통과 수난을 생각하면 그것도 새 생명에게 따라올 축복이라 할 수 있을까?


작은 아빠가 말했다. 카지노 쿠폰가 아프시고 병원비나, 간병 문제로 여러 갈등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뜻을 모아 카지노 쿠폰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잘 지내는 것이라고. 너무나 맞는 말씀이었지만 그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결국 고된 일을 도맡아야 하는 엄마를 앞에 두고, 나는 그저 작은 아빠에게 눈을 흘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파탄 나는 가정은 모두가 양보하지 않아서이고, 화목한 가정은 사실 그 구성원 중 누구 하나가 희생하고 양보해서 꾸역꾸역 굴러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 엄마의 인생은 카르마가 되어 나에게도 반복될 것만 같아 너무 무섭다. 사랑하지 않는 이를 돌봐야 하는 것. 내가 과연 그걸 할 수 있을까?


엄마가 샌프란시스코에왔을 적에 작은 소파에 둘이 나란히 앉아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못 말리는 언니들’이라는 제목이었고, 세명의 카지노 쿠폰들이 50여 년간 서울 한 귀퉁이의 판자촌에서 아픈 사람들 돌보며 살아온 이야기였다.

“정말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야. 그렇지?”

엄마와 나는 손을 잡고 울면서 이야기했다.

“어떻게 저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어, 엄마. 남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잖아. 정말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분들이야.“

“그러니깐 말이야. 엄마 주변에도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그런데 생각해 보니깐, 자기 시어머니는 쳐다도 안 보면서 바깥에서 국수 만들어 주고 그러네. 자기 시어머니한테 잘하는 게 더 중요하지. 가족인데. 엄마는 카지노 쿠폰한테 사랑을 줘야겠다.“

엄마의 말에 나는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무 감정 없는 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쉽지만, 늘 나에게 못됐게 해온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카지노 쿠폰가 아픈 이 시점에도 그녀에게 사랑을 줄 수 없는데, 우리 엄마는 어디서 그런 사랑이 나오는 걸까.


훌륭한 엄마를 둔 못난 딸은 나에게 사랑을 준 이들만을 그리워하고 있다. 과연 카지노 쿠폰는 내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죽으면 누가 나를 그리워나 할까?

모든 질문들이 꼬이고 엉켜 해답 없이 눈물만 흐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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