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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 Mar 20. 2025

카지노 가입 쿠폰고 알아가는 것들

[ 잘 놀 줄 아는 사람 ] 06

또 날렸다. 두 번째다.


재작년 어느 날. 이유도 모르게 꼬깃꼬깃 모아 둔 300페이지가 넘는 파일 하나를 날렸었다. 2017년 이후 책을 읽다 만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모아 둔 한글 파일이었다. 오래된 노트북이 문제였었다.하루 정도는 허탈하고, 또 하루 더바보스럽고, 세상 쓸모없는인간처럼 느껴졌지만, 갑자기 '다행'이란 카지노 가입 쿠폰이 번뜩 들었었다.


그때 날린 파일에는 정말 '카지노 가입 쿠폰만' 가득했기 때문이다.그 사건으로 배운 게 '카지노 가입 쿠폰만' 수집해 두는 게 무슨 의미지? 였다. 그러면서 묘한 카지노 가입 쿠폰이 올라왔다. 읽고 싶은 책은 넘쳐 나지만, 결국 나에게 남을 책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은 것이라고.우연이 스치다 인연이 되듯 이런저런이유로 손에 들려 있는 책 속에서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얻을 있다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던 거다. 인생은 결국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는 확신이!


그 이후 여전히 나에게 들어와 박히는, 넘쳐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에 내 생각을 달기 시작했다. 파일을 날린 덕분에 생긴 버릇이다. 왜 읽기만 했을까 하고 처음으로 내게 물어본 거였다. 이유는 단박에, 간단했다. '빨리, 더 많이'읽어내려고.그러다 한 순간에 긁어모은 카지노 가입 쿠폰마저 사라지자 알게 된 거다. 나에게 들어와 박혔다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정말 내 것이 된 건 없었구나.


그 이후 조금 천천히 읽으면서 내 생각을 나에게 달기 시작했다. 그것을 한글 파일에 옮겨 기록하고 저장해 왔다. 그렇게 쌓인 게 300쪽짜리 하나, 200쪽을 막 넘긴 파일 하나. 두 개가 노란 폴더 안에 있(었)다.요즘 들어 유독 읽는 속도가 더느려진가장 이유다. 나 혼자 내 생각을 달고, 지우고, 다시 써보는 놀이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지난주 주말 오후. 집을 다시 비울 듯 분리수거를 신나게 했다. 노트북을 켜 둔 채 원래 자리에서 커피 몇 모금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읽다 만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파일에 옮겨 적고 바로 아래에 내 생각을 기록했다. 그러기를 몇 번.중간에 노란 톡을 몰아 보고, 메일필요한 파일을 드래그에서 답장들을 보내 놓고, 아내와 늦은 점심도 먹고, usb에 옮겨 저장도 하고. 원래 그랬듯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한참 보냈다.


'진리가 사상체계의 으뜸 덕목이라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으뜸 덕목'(주1)이라며 정의에 어긋날 경우 '시민 불복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롤스의 이야기를 옮겨 적으려는 순간. 문득 하얀 화면에서 깜박이던 커서가 사라진 사실을 알았다.여기저기 마우스를 움직이다 한글 창을 닫았나 싶어 usb 폴더에 들어가 봤다. 바탕화면에도, 휴지통에도. 악몽이었는지, 길몽이었는지도 모를 정도로꿈을 파일이 카지노 가입 쿠폰졌다.

주1 홍승기, 철학자의 조언, 2016, 카지노 가입 쿠폰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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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을 막 넘긴 최근 파일이다. 분명 원래 하던 대로 한 게 다였다. 어쩌다타닥, 두 번의 키보드 자판을 누른 후마우스 클릭을 딸깍 한 번했을 뿐인데...이번에는 마음이 지난번 사고(?) 보다 훨씬 아프다. 카지노 가입 쿠폰보다 (보잘것없더라도) 덧붙여진 내 카지노 가입 쿠폰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 하지만 이번에진짜 다행인 건파일은 카지노 가입 쿠폰졌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은 여전히 남아 있긴 있다. 흩어져 있어서 그렇지. 브런치에, 블로그에, 머릿속에.



울창한 숲 어디서나 곰이나 순록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곧 나는 이 고요한 숲에 엄청난 훼방꾼이 있음을 깨닫는다. 다름 아닌 모기, 핀란드의 숲은 호수가 되려다 미쳐 꿈을 이루지 못한 많은 웅덩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웅덩이들이 모기들이 번식하게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요한 정적은 깨지고 그렇게 난데없이 모기떼의 공격이 시작된다. 모기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 수직으로 뻗은 빼곡한 나무들,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귓가에 맴도는 모기 소리.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름다운 숲의 주인은 모기인 듯하다.(주2)

주2 윤나리 외, 우리 딱 한 달 동안만, 2012, 홍시


↳내 마음은 여행지를 잘 따라다니지 못한다. 여행지의 냄새, 소리, 풍경에 나를 제대로 담아 두지 못한다. 이런저런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자꾸 내 마음을 여행지에서 집으로 데려가려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웅덩이에 열중하는모기가 훨씬 더 자기 여행을 잘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기 등에라도 올라타 생각 없이 여행하고 싶다.

_2023년 2월 19일 기록 중에서



조금 전에새벽 양치를 하면서 거울 속에다 혀를 날름 거려 봤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게 선홍빛이다. 아주 건강해 보여 기분이 좋다. 혓바늘이 수시로 나는 것도 내 혀, 선홍빛이 찰랑거리는 것도 내 혀다. 좋을 때를 잘 담아두는 법을 알아야, 좋지 못할 때를 얼른 지나칠 힘이 길러지는 건 분명하다.


이제 곧 모기철이다.혼자 놀다 또 날리고 비싸게 배운다.



https://blog.naver.com/ji_da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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