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을 보니 하니가 만들고 비니가 치우기 전담인 듯하다. 나와 아내의 관계와 꼭 같다. 비니가 만들기를 시도하려면 하니가 만들겠다고 거부(?)하는 것도 꼭 같다. 성 역할의 당위성이 아니라공정성과 자율성이 서로간에 작동하는 것 같아 좋다.
그런데 하니가 직접 만들어 먹는 카지노 게임들을 보면 익숙하다.바로 요천이 아내 덕분에 자주 먹어 본 카지노 게임들이다.시각, 미각, 후각이 가지고 있는 기억에 촉각을 더하고 카지노 게임를 위한 마음을 시즈닝 삼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분명하다.
표현을 잘하지 않는 비니가 '이건 지금껏 먹어 본 것 중에서 좀 최고'라는 표현에 귀가 걸려 새벽에 자주톡을 보낸다.하니가 보낸 사진을 보고 또 보면 너무 기특하고 고맙고 대단하다. 집에서 제대로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더욱 그렇다.결핍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 주는가 보다는 너스레조차 감사할 뿐이다.
어쩌면 '뭐 먹을까?'가 만큼 살아가면서 중요한 이슈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어린 하니가 보내주는 사진 속 카지노 게임들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비니는 물론 우리 둘에게'오늘도 잘 지내요'라며보내는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이다.
'뭐 해 먹을까?'라고 엄마한테 하는 고민이 '우리 어떻게 더 사랑을 나눌까?'라고 들리는 이유다.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챙기는 마음.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매일 새벽 가슴이 뭉클해진다.
꾸준히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의외로 많은 게 담겨 있다. 친밀하고 유대감이 만들어지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서로 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카지노 게임은 갈등을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법을 서로 제안하고 받는 비유적 장치이다.바로 내지르지 않고 음식을 삼키면서 삭히면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허락하고, 사과하고 용서하고 기대하고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매개다. '당신을 언제나 기다린다'는 희망과 사랑의 시간을 내어 주겠다는 선언이다.
"당신은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싶으신가요? 그 카지노 게임에 어떤 마음을 담아내고 싶으신가요?"
하니 덕분에매일 내가 나에게 하게 된질문이다. 한 끼를 나눠 먹더라도 습관처럼 먹지 않고, 항상 마음으로 먹기. 맛있지 않은 카지노 게임이 없는 진짜 이유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끼니마다 더 크게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