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pr 11. 2025
초감각적 일상을 위하여
[ 문장보관소 ] 14
1960년대 미국의 유명한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였던 벡스터 Cleve Backster. 그는 '범인 찾기' 실험을 했다. 사람이 아니라 식물을 대상으로. 그의 거짓말 탐지기 작동법 수강생 중 실험에 자원한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한 명씩 순서대로 두 개의화분이나란히 있는 방에 들어갔다나오는 게 실험의 전부였다.
단, 들어가기 전에 무작위로 각자에게 나눠준 쪽지 중 한 장에만 식물 하나를 무참히 뿌리째 뽑아 완전히 짓밟으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베테랑 경찰관이었던 수강생들은 물론 벡스터도 누가 그 쪽지를 받은 '범인'인지를 모르는 상태였다.
실험이 끝난 후 진짜 실험이 시작되었다. 원래 모습대로 (살아) 남은 식물에 거짓말 탐지기를 연결하고 한 명씩 실험 참가자들이 화분 앞에 나타난 것이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남은 화분 속 식물은 아무도 모르던 '범인'이 자기 앞에 나타났을 때 탐지기의 바늘을 격렬하게 움직여 댔던 것이다. 이후 과학계에서 '벡스터 효과'라고 불린 식물의 지각 능력 실험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코로나라는 돌림병이 끝나갈 무렵. 고향 친구와 둘이 제주도 숲에 간 적이 있다. 우산을 받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슬비가 내리던 날. 키 큰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우거진 숲 속은 어둑했지만 들어 서자마자 찬란한 기분이 솟구쳤다.
숲 속으로 한참 걸어 들어가다 두 갈래로 갈래지는 길 안쪽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만든 선베드가 주르륵 서너 개 비치되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군데군데 젖어 있었지만 친구와 나는 나란히 누웠다. 크로거를 만나기 전이었지만 그녀가 오래 전 이미 온 몸으로 체험했던 느낌이 전해졌다.
“자연에는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신이 있다. 큰 숲이든 작은 숲이든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은 들어갈 때보다 더 차분해진 상태로 나오게 된다. 그 위엄을 경험하고 나면 절대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거기서 나오면 자기에게 무언가 대단한 일이 일어났음을 깨닫게 된다.”(주1)
주1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대신해 말하기, 2023, 갈라파고스, p.208
빽빽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흔들 흔들 살랑이면서 연신 내게팔을 활짝 펼쳐 손짓을 했다. 그 손짓 끝에서 마스크 사이로 스며드는 풀잎 향, 비에 젖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피어오르는 눅진한 송진 냄새가 들숨때 마다 내 안 가득 들어 찼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서서히 에너지가 차 올라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돌림병 때문에 갇혀 있던 몸과 마음이 뻥 뚫리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그루 한 그루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듯 고맙고 기쁘게 느껴졌다.
친구와 나는 말없이 한참을 하늘만 쳐다봤다. 머리 위로 또각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저 멀리 담벼락 아래에서 친구가 부르는 이명처럼 들려왔다. 그러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머리 바로 뒤에 있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둥 부근에서 '스스슷 스스숫 슷슷 씃'하는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좀 더 눈을 감고 있다가 살짝 떠서 고개를 돌렸다. 지나 간 사람도 다가 온 사람도 없었다. 비가 와서 그랬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기둥에 벌레 한마리도 오르내리지 않았다. 다시 십여분을 더 누워 (일부러)눈을 감고 집중했었지만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그때는 잘못 들었구나 싶었고, 그일 자체를 몇 년 동안을 잊고 지냈고, 돌림병은 공식적으로 끝이 났다. 그러다 한 달 여전부터 조금씩 읽고 있는 <식물의 정신세계를 읽다 보니, (어쩌면)잘못 들은 것만은 아닐 지도 모르겠다 하는 진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이 글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인간은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그것은 영적인 충만감에 젖어 있는 식물들의 심미적 진동을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주2)
주2 피터 톰킨스.크리스토퍼 버드, 식물의 정신세계, 1992, 정신세계사, p.126
가만히 지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숲 속 카지노 게임 사이트뿐만 아니라 고향을 강제로 떠나 공원에 옮겨 심긴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엄마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없이 혼자인 가로수도 서로 낫거나 못하거나가 없다. 다 나름의 방식으로, 형태로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수많은 상처들을 가진 채.
수필가 고다 아야는 여름의 편백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어쨌든 조용하지는(주3)않게 8월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사실 숲은 의외로 시끄럽다. 수많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도 '나도 살아 있어!!'라면서 소리 없이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주3 고다 아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2024, 책사람집, p.47
식물학자 다이애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이 실제로 탄소를 내뿜으며 초저음으로 소통한다(주4)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남매들이 어릴 때 청진기를 가지고 놀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다 가져다 대며 '쿵쾅쿵쾅'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하기도 했었구나 싶다.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청진기를 하나 사고 싶다.
주4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 세계숲, p.107
가만히 올려다보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응원한다. 옆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까이 뻗은 가지끼리 손짓한다. 자그마한 잎 하나하나가 촉수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빛을 감지 해 찾아내는 능력은 기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같이 살자고, 찾은 빛을 옆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공유한다. 가지 위에 가지가 겹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새순이 돋고, 새 가지가 나고, 온몸에 물이 흥건하다, 잎을 떨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의 익숙한 모습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과정과 치밀한 생존 전략을 발휘한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낸다. 한해 한 해 지루할 사이 없이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벤치에 가만히 앉자만 있어도 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 스스로를 키워야겠구나 다짐하게 된다. 감지하고, 나누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처럼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고 놀면서.
위대한 씨앗이 거대한 어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듯, 그렇게. 모든 우거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주5)이었다.
주5 호프 자런, 랩걸, 2017, 알마, p.38
숲을우리를 차분히 위로하는 신이라고 한 다이애나의 말대로라면 숲 속에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그 신의 전령인 게 분명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앞에만 서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둘러 싸이기만 하면 발아하지도 못한 나의 초감각의 씨앗이 살아는 있구나 싶어진다.
이게 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덕이다. 그래서 확신하게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분명 나를 초감각적으로 이끌려고 곳곳에서 도와주는 영매임이 틀림없다. 요즘 자꾸 산책길에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보면.
https://blog.naver.com/ji_da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