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친구와 약속을 잡고 나가는 길이었다.
길가에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봄이라는 게 실감이나 마음이 방방 뜨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자마자 꽃이 핀 거 봤냐고, 이런 날 카페에서 움츠리고 있을 게 아니라 드라이브라도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신나게 떠들어 댔다.
친구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대뜸 꽃이 피어있는 쪽을 가리켰다.
“저 꽃 카지노 게임이 뭔데?”
“벚꽃이잖아!”
“아니, 그건 나도 알아. 밑에 있는 저 꽃말이야.”
“밑에? 저 푸른색 꽃?”
“그래, 저 꽃 카지노 게임이 뭔데?”
“잠시만... 그러니까 저 꽃이...”
친구가 가리킨 꽃은 푸른색을 띤 작고 앙증맞은 꽃이었다.
돌아다니면서 많이 봤던 꽃인데 막상 카지노 게임을 물으니 말문이 막혔다.
나팔꽃이라기엔 너무 작고, 방울꽃이라기엔 너무 다르게 생겼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머릿속에 데이터가 없었다.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 앞으로 봄이 왔답시고 떠들어 대지 마라! 꽃 카지노 게임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넌 아냐?”
“나도 모르지. 대신 너처럼 봄봄 거리면서 떠들진 않지!”
자기도 꽃 카지노 게임을 모르는 주제에 나에게 면박을 주는 친구 녀석이 얄미웠다.
하지만 반박하기엔 맞는 말이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 꽃의 카지노 게임을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봄까치꽃이었다. 흔히 알고 있을 만한 꽃 카지노 게임은 아니었지만, 길가에 피어 자주 보던 꽃인데 카지노 게임도 몰랐던 내가 무심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피어나는 꽃이 무슨 꽃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봄이 오면 꽃이 피어 보기 좋다는 생각만 했지, 정작 피어나는 꽃에 관해서는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다.
길가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의 이름도 모른 채 카지노 게임 만끽할 자격이 있을까?
봄이 왔다고 들뜨기 전에, 피어난 꽃 한 송이마다의 카지노 게임부터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