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넘어지고, 잘 떨어뜨리고, 쏟는 속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에 한해서 남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긴장감이 달라서 그렇다. 걷고 있다. 쥐고 있다. 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은 쉽게 그 범위를 벗어나 버린다.
요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주 무딘 작은 과도를 쓴다. 당근이나 고구마를 썰기에 무리가 있지만 손이 썰리지 않으니 만족한다. 그러다 이게 내 용기의축소판이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보지 못한 세상이 있다. 한 번만 스쳐도 피가 줄줄 나겠지만 크림 스튜는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그럼 지금 나는 어떤 리스크 속으로 돌진해야 할까. 적당히 가혹한 하루를 바라도 기어코 머리끝까지 적셔야 할 바다에 던져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