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차:3.6. 목요일, 흐린 후 맑음.
Alcuescar ~ Valdesalor 26km, 누적 거리 276km
Valdesalor로 들어오는 길은 아름다웠다. 마을을 앞둔 3km가량 되는 지점부터 길 가에 노랗고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길 저 끝에 하얀 벽과 어우러지는 빨간 황토색 지붕들이 피곤한 순례자들을 활짝 웃으며맞이해 주는 모양새다. 덕분에 나도 젊은이들처럼 공중 부양을 해봤다.
100km도 더 떨어져 보이는 먼 데 산, 푸르른 들판에 배경이 된다. 아마도 저 들판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저 산이 배경을 이루어 주는 덕분일지 모른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친구 부부가 준 쌍화차 두 잔을 타서 로리아노와 마신다. 차 맛이 어떻냐고 물으니 두 손으로 엄지 척을 한다. 쌍화차 특유의 향이나 맛에 저항감 없이 마셔주는 로리아노가 고마웠다.
7시 반에 알베르게를 나서자 로리아노가 역시 앞에 있는 바르에 들러 커피 한 잔 하자고 한다. 클레멘스도 따라 들어온다. 클레멘스는 오늘로 일단 카미노를 떠나 마드리드로 갔다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 고맙다며 내가 커피값을 냈다. 지난 열흘 동안 저녁을 같이 지어먹을 때마다 총무 역할을 했다. 물론 공동으로 장을 보면서 클레멘스가 먼저 돈을 지불하고 개인별 비용을 갹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것이다. 고마운 친구니 카미노에서 다시 만나면 무척 반갑겠지.
곧 비가 올 것처럼 잿빛 구름이 낮게 깔렸다. 제발 참아주기를 빌며 걸음을 내디딘다. 어제보다 발이 편하다. 오른발 새끼발가락에 잡혔던 물집이 그새 진정되어 감사하다. 상큼한 공기가 바람과 함께 코를 통해 가슴으로 들어온다. 밤새 비가 내려 길이 질퍽해 한 동안 카미노 루트와 비슷하게 난 도로를 따라 걷는다. 팍팍해도 흙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Casas don Antonio를 지나면서 본래 카미노 길로 들어섰다. 역시 길은 미끄럽고 풀에 물기가 많아 신발이 젖어든다. 어쩔 수 없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찍찍 소리를 내는 게 꼭 어린아이들삑삑이신발에서 나는 소리를 빼닮았다.
12km 지점에 고대 로마시대 때 놓은 다리 Puente de Santiago de Bencáliz 앞에 휴식처가 있다. 사과 한 개로 목을 축이고 로리아노와 다리 위에서 기념 촬영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사진을 대충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장소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 부럽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들, 들, 들... 우리나라가 산, 산, 산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대조적인 자연환경이다. 저 너른 들에서는 3월 초인데도 갖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소와 양과 염소들, 말들이 그것들을 뜯는다. 아니 꽃밭에서 마음껏 놀면서 꽃을 뜯어먹는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 게다. 동물 복지라고 할까. 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들은 저렇게 사육한 소나 양들의 젖을 마시고, 고기를 먹는다. 동물들도 사람들도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다.
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깨끗하고 맑은 공기는 허구한 날 미세 먼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이 부럽기 그지없다. 공기가 깨끗하니 꽃들의 색깔도 제 빛을 발한다. 그 아름다움도 더 하고... 그러나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미세먼지만 없다면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이런 기회를 통해서 체감한다.
모든 게 흡족한 하루였다. 뭉게구름이 흘러가지만 사이사이로 비치는 햇살 따뜻한 이곳 알베르게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다. 루이스는 하루 걸은 것으로 부족한지 풀밭에서 푸시업을 하고 이런저런 동작으로 바꿔가면서 몸풀기를 계속한다.
저녁식사는 로리아노, 루이스, 지오, 나, 그리고 클레멘스가 빠진 대신 31살 독일 청년 도미니크 Dominik가 함께 했다. 로리아노가 요리한 스파게티 가운데 그중 오늘 제일 맛있었다. 로리아노에 대한 보답은 엄지 척으로 했다. 나의 양손 엄지 척에 로리아노 입은 활짝 벌어져 다물어지질 않을 정도였다.(5명이 5유로씩 분담)
♡독일 31살 청년 도미니크 도도 Dominik Dodo 배낭 무게 엄청나 내가 메어 보다가 주저앉았다. 실제 무게는 저울에 재 보지 않아서 몰라도 내 느낌으로는 25kg는 될 것 같았다.(15kg가량인 루이스 배낭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탈리아노 지오가 마사지를 해 줬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쉬는 마을에 들어오기 전부터 왼쪽 장딴지에 근육통이 왔었는데 지오가 마사지를 해주겠다기에 사양하지 않았다. 자기가 마사지를 할 줄 안다며 먼저 제의를 해 온 것이다. 마사지 크림과 마사지 봉을 가지고 제대로 해서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