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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Jan 31. 2025

prologue. 할아버지, 엄마가 카지노 게임 안 산대요.


결혼과 이혼은 습자지 한장 차이





우리는 대한민국 평범한 부부다. 남자가 30대 초반, 여자가 20대 후반일 때 광화문에 있는 결혼식장에서 하객 300여명을 모시고 성혼선언을 했다. 둘 다 사회초년생이라 모은 돈이 많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집을 구해 자리를 잡고 연애하듯 신혼생활을 보냈다.


결혼하고 만 2년이 되기 조금 전 카지노 게임를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났다.남자는 초록색 강보에 싸인 카지노 게임를 보자마자 ‘이 카지노 게임를 위해 목숨도 내놓겠다’고 했다. 마취에 덜 깬 여자는 남자의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이라는 물음이 떠올랐고 기분이 상한 채 잠이 들었다.


2주 간의 산후조리원 기간을 거쳐 카지노 게임가 신혼집에 왔다. 화이트&블루의 노르딕 감성으로 가득했던 신혼집은 알록달록한 아기용품으로 메워졌다. 신혼집을 새로 채우는 것은 물건 만은 아니었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애정과 이해로 가득했던 집은 서로에 대한 불만과 질타로 채워지고 있었다.부풀어 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에 비하면 고막을 찢는 듯한 카지노 게임 울음소리는 그저 양념에 불과했다.


카지노 게임가 태어난 후 결혼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남편과의 전쟁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남편과 소소한 싸움을 했다. 싸움의 이유는 프리즘의 빛 만큼 다채롭고 웬만한 초등학생 싸움보다 찌질해서 차마 성인들이 읽는 곳에 글로 담을 수 없는 수준이다. 싸움이 큰일로 번지지 않았던 건 원인 제공자인 카지노 게임가 너무 사랑스러워 결국 카지노 게임를 보며 둘 다 화를 누그러트렸기 때문이다. 마치 자기가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돌 멤버가 더 낫다고 싸우다가 말미에 모두 같은 그룹이라는 걸 깨달은 카지노 게임돌 팬덤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살던 어느 날, 시댁행사를 앞두고 언성을 높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MBTI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을 놀리듯 말했는데 남편이 갑자기 발작버튼이 눌린 사람처럼 날뛰었다. 고작 MBTI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로 흥분하는 인간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아카지노 게임와 남편만 시댁에 보내버렸다.


기분이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간만에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라 음악을 틀고 커피를 한잔 내렸다. 그래, 앞으로 전략적으로 한번씩 싸워볼까? 그럼 이렇게 혼자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까. 재즈피아노로 연주되는 디즈니 OST를 들으며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처럼 빙글빙글 턴을 도는데 전화기가 불나듯 울린다.


내가 커피를 내리고 있을 시간, 집에 혼자 외롭게 있는 엄마가 너무 걱정된 7살 카지노 게임가 시아버지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 엄마가 이제 카지노 게임 안 산대요.”

그날 전화기가 얼마나 불이 났는지는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부다.


이렇게까지만 설명하면 내가 남편을 매우 증오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나는 항상 이 인간이 그립고 보고 싶다. 나라는 인간은 남편에게 상시 화가 나있는 상태인데 요상망측하게도 그가 같이 있었으면 한다.앉아있으면 만두같고 누워있으면 넙치 같은 저 늙은 아저씨가 뭐가 좋은걸까.


남편은 말주변이 좋고 유머가 내 스타일이다. 태어나서 많은 남자사람을 봤지만 남편만큼 재밌는 남자는 못봤다. 특유의 시크함과 톡쏘는 말투에서 나오는 비판적인 언어가 감정보다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나의 유머감성에 들어맞는달까. 남편과 둘이 대화를 하다보면 항상 먼저 쓰러지는 것은 내쪽이다.


출근길 그의 퉁명스런 말투에 일단 벼락같이 화는 냈지만 (참고로 그는 타격이 0이다) 퇴근할 시간이 되면 남편과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방어회에 하이볼을 타먹을 생각에 신이 난다.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남편에게 방어회가 맛있는 맛집 리스트를 보내는데 드디어 톡을 읽은 그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한다.

“여보, 지난번에 업무 도와주신 상사분이 오늘 회식하자네. 어떡하지?”


습습후후.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솟지만 나는 교양있고 쿨한 맞벌이녀성이니 웃으며 다녀오라고 한다. 직장생활을 잘 해낼려면 그런 자리도 가끔 가야한다(?)는 맘에 없는 덕담까지 건네면서. 요즘 날씨가 춥고 길도 미끄러우니 10시 정도되면 어디쯤에 있는지 언제쯤 귀가 가능한지 연락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 방어회는 뭐 내일 먹지뭐.


퇴근하고 집에 가니 카지노 게임를 축소 시켜놓은 귀여운 아이가 나를 반겨준다. 흥, 나도 이 애를 위해서 목숨도 아깝지 않거든.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가 먼저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기분이 나쁜 채로 잠이 들었던 건 내 모성애가 그의 부성에게 지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만큼 우리 둘은 이 아이를 넘넘 사랑한다. 서로의 존재는 완전히 잊어버릴 만큼.


사랑스러운 카지노 게임가 폭탄으로 만들어둔 집을 정리하고 밀린 숙제를 시키고 씻기고 잠들 준비를 한다. 카지노 게임는 독서습관이 잘된 카지노 게임라 씻고나면 바로 책을 꺼내와서 침대위에서 스스로 읽는다. 밤독서하는 카지노 게임 옆에서 같이 다이어리를 정리하거나 노트북으로 글을 쓰곤하는데 이날따라 글이 쓸 기분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브런치 앱을 켰다.


브런치 인기글을 쭉 살피는데 공통적인 키워드가 보인다. 바로 이혼.처한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혼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느껴진다. 이혼을 이겨내고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존경스럽다. 건물사이에 피어난 장미들 같다고나 할까. 내용을 읽다보면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배우자에 대한 감정은 엇비슷한다. 결혼과 이혼의 공통점은 희생하는 쪽이 항상 분노한다는 것.


브런치 어플을 끄고 불도 끄려고 하는데 핸드폰 화면 속 카톡 카지노 게임콘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 귀여운 카지노 게임콘과 달리 머리에 쥐가 내리듯 분노가 차오른다.이 인간이 왜 연락이 없지?남편과 대화하는 카톡방에다 장문으로 다다다 쏘아붙인 글을 쓰다지우다 하다 그냥 한마디만 한다.


“살아있니?”


아직 망자의 길에 들어서지 않은 자는 카톡을 바로 확인한다. 그나마 정상참작 가능한 건 이 인간이 톡을 매우 빨리보고 답장을 바로 한다는 거다. 카톡을 읽은 그가 말한다.


“여보, 잠들지 말고 기다려.”


비상사태다. 안돼. 안돼!! 카지노 게임가 들고 있던 책을 거의 던지다시피하고 재빨리 불을 끈다.


제발, 남편이 오기 전에 렘수면에 들길 바라며.




- 계속 -



배우자의 조건
- 안 보이면 보고 싶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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