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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아영 May 01. 2025

5. 수맥이 흐르는 카지노 게임

<청소, 생각

카페에서 일 년 반 동안 일해본 결과, 나는 풍수지리를 어느 정도 믿게 됐다. 작년에 영화 <파묘를 본 것도 있지만, 확실히 수맥이 흐르는 카지노 게임, 즉 기운이 안 좋은 카지노 게임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페의 몇몇 카지노 게임가 그렇다. 이를테면 창가 쪽 왼쪽에서 다섯 번째 카지노 게임라든지, 중앙정원 쪽 중간 카지노 게임라든지, 브런치 파트의 오른쪽 통로 카지노 게임라든지. 그 카지노 게임에 앉은 손님은 꼭 음료를 쏟거나, 아무튼 대단한 뭔가를 흘린다.


나의 청소 데이터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창가 왼쪽에서 다섯 번째 카지노 게임는 손님으로 하여금 ‘스무디를 흘리게끔’ 한다. 중앙정원 쪽 중간 카지노 게임는 손님이 ‘빵을 많이 떨어트리도록’ 유도한다. 브런치의 오른쪽 통로 카지노 게임는 손님이 ‘소스를 쏟을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전문 풍수지리 학자가 본다면 웃을 일이겠지만, 나는 알 수 있다. 특정 카지노 게임가 뿜는 기운을 느낀다.


잠깐, 그럼 기운이 좋은 카지노 게임는 어디지? 내 생각에 기운이 좋은 카지노 게임는 물론 깨끗한 카지노 게임다. 딱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마치 갯벌이 자연정화 작용을 하듯 스스로 깔끔한 그런 곳. 그런데 그런 카지노 게임는 당연하게도 손님들이 잘 앉지 않는 곳에 있다. 그럼 "카페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운이 안 좋은 카지노 게임 아닌가? 나에게 매달 월급을 주는 회장님에게 미안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어쩔 수 없는 걸, 아리송한 마음이 든다. 이쯤 생각하니 사실 기운이 좋고 나쁘고 가 있나? 싶기도 하다. 과연..


오후 시간, 행주를 들고 홀을 돌 때면 좀 전에 했던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린다.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료를 마시고 빵을 먹는 모습이 꽤 즐거워 보여서, 사실 기운이 좋고 나쁘고는 별 상관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깨끗한 테이블도 한번 쓱 닦고, 지저분한 테이블은 여러 번 쓱쓱 닦아내면 곧 새로운 손님들이 그 카지노 게임를 채운다. 그럼 손님도 좋고, 뿌듯한 나도 좋고. 만약 매장이 너무 깨끗하기만 하다면, "내 입장에서는" 그건 그것대로 슬픈 일이 될 것이다.


이 글의 시작은 당돌하게 '수맥이 흐르는 카지노 게임'로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그런 건 없을 수도'라고 매듭지어야겠다. 그런 건 없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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