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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참아야 할 상황에슬픈 음악이 흐를때,눈물도같이 흐르는 징크스가 있다. 첫 교생실습마지막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교생 실습 마지막 날, 2주간 함께한 학생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함께 실습을 한실습생 둘이 먼저 인사를 하고, 내 차례가 왔다.
"잠시만요."
슬픔 바이브 조성한다고 BGM으로 산울림의 <안녕을 깔았다. 스마튼폰이 없을 때라 음악은 아마 교실 컴퓨터로 틀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여러분과 지난 2주간 함께 했던 교생...어...어...그러니까..."
지도교사 둥절, 학생 둥절, 실습생 둥절. 모두가 어리둥절한둥절 모먼트. <안녕의 첫 가사인 '안녕, 귀여운 내 친구야'를 듣자마자눈물이 폭포같이 쏟아진것이다. 결국 인사는 끝맺지도 못했다. 나와 같이 실습을 받았던동기 형이 잘수습해줘서 겨우 인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형이 나에게 다가와말했다.
"너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어. 진짜 의외다."
사건 이후로 다짐했다. 슬픔이 예정된 상황에서는 절대 슬픈 음악은 피하자고. 두 딸이 언젠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두 딸에게도 신신당부할 예정이다. 부모에게인사하는 순서에서 슬픈 음악 깔면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펑펑 울어버릴 거고결혼식 분위기 싸해질 거라고.댄스 음악 틀던지 아니면 부모님에게인사하는 순서는 빼라고.
문제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BGM이 흐를때 터진다. 둘째 다온이의 어린이날 졸업식이 딱그런 경우였다. 다온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다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문자 그대로 만 가지 감정이 일순간에 스쳐 지나간다는 뜻인데, 그도 그럴것이 다온이는 감정의 결이 워낙 섬세해서육아의 순간순간이 쉽지 않았던 아이였다. 쪼그만 꼬마아이와의 감정싸움에 지쳐서 '에휴, 다온이 키우는 게 참 쉽지 않구나. 다온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테 한 번쯤은 져줄 때도 됐잖아?'라고 말하면 '아버님, 낳으셨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셔야죠?'라고 입꼬리 올리며 말하는 일곱 살 꼬마 아이를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평소엔 카지노 게임 사이트라고 부르다가도이럴 땐꼭'아버님'이라고 호칭했다.)
그런 다온이가 어린이집 졸업을 하다니!그때까지도 다온이는 집에서 금쪽이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었다.어린이집에 다온이를 데리러 들릴 때마다 어린이집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걱정돼서 선생님께여쭤보면,반에서 우주반 에이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이게 립서비스인지, 진실인지, 그렇다면 집에서의 금쪽이 행동들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궁금했던 차, 설렘 반 의구심 반으로 졸업식에 참여한 터였다.
우주반 아이들의 축하공연으로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반주에 맞춰 우주반 아이들의우주 바이브단체 율동이 펼쳐졌다.
사랑에는 시선의 초점을 한 곳으로 모으게 만드는 아웃포커싱 기능이 있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빵모자를 비스듬히 걸친 다온이는, 주위까지 환하게 만드는 특유의 발그레한 얼굴로 율동을 참 귀엽게 소화해 냈다. 다음엔 졸업장 수여식이 있었던 것 같고, 여느 어린이집 졸업식처럼 순조롭게 흘러간다 했을 때,어린이집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여기 계신 부모님 한 분씩만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하아... 이거 살짝 불안한데? 아내에게 올라가라고 말했지만, 아내는 나보고 올라가라고 했다. 다온이 때문에 마음고생더많이 한 건 나라면서.틀린 말은아니어서 내가 무대 위로 올라갔다.
"자, 이제 우주반 친구들은 각자 부모님 앞으로 갈게요. 이번 순서는 아이들이 그동안 키워주신 데 보답하는 의미로 부모님께직접 쓴편지를 읽어드리는 시간입니다.우주반 친구들, 준비됐나요?"
"네!!!!!!!"
"그럼 다온이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한테 편지를 읽어볼까요?"
OMG. 이거 분위기가 슬슬... 아니나 다를까, 뒤로 BGM이 깔렸다. 안 돼, 안 돼, 안 돼!!!그다음은... 예상 그대로다. 폭풍 눈물 엔딩. 그동안 다온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기억들이 뇌리를 타고 소용돌이치더니 정신을 차렸을 땐 턱 밑을 흐르는 액체가 감지되었다. 무대 위에는 열명 넘는 부모님이 있었는데,나만 고개 푹 숙이고 사연 있는 사람처럼 울고있었다. 다온이의 졸업식에는 다온이를 끔찍이도사랑하는 다온이의 이모도 왔는데, 부모 중나혼자 울고 있는모습을 보며아내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언니, 형부왜 혼자 우는 거야? 무슨 사연이라도 있어?"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몰라. 그냥 눈물이 많아.타고난 거야."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졸업하게 됐다. 마지막 송별회는 내 교실에서 열렸다. 송별회를 교실에서 여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 솔직히 눈치를 까진 했다. 선생님들이 뭔가 준비했나 보다. 그러나 그 이후 벌어질 일을 예측하는 데까지내 상상력이 미치지 못했다.
교무실에먼저 마지막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교무선생님께서 잠시 어디가지 말고 교무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 후 교무선생님이 전화를 받더니 나를교실로 인도했다. 내 교실로 가는데 다른 사람의 인도를 받다니, 하는 생각에피식 웃고는 교실로 들어섰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전 교직원, 그러니까 학교의 모든 선생님뿐만아니라 조리사, 유치원 방과후교사, 행정실무원 할 거 없이 정말모든 직원이 1열로 서서 나에게 박수를 쳐줬다. 이게 말로만 듣던 퇴임식? 퇴임식은 이제 다 사라진 걸로 아는데? 그렇다. 오직 나를 위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깜짝 퇴임식이 열린 것이었다. 심지어 정년퇴임도 아니고 명예퇴직인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깜짝 퇴임식은 다음순서로 진행됐다.
1. 감사패 증정
2. 신규교사(내 옆반 쌤)의 꽃다발 증정
: 이제 막 교실에서 1년을 보낸 신규 교사가 교실을 떠나는 20년차 교사에게...
3. 토크쇼
...???????
네? 토크쇼? 토크쇼를 하라고요? 갑자기 여기서? 그러고 보니 책상 구조가책상 하나를 둘러싼 ㄷ자 구조였다. 토크쇼를 위한 빌드업 무엇. 무슨 얘기를 하면 되냐고 여쭤봤더니, 교실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 다 풀고 가면 된다고 했다. 물론... 나는 했다. 마치 준비해 온 것처럼.
이미 눈물이 핑 돌고 있어서 한 선생님이 크리넥슈를 갖다 놓았다ㅠㅠ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 어쩔ㅠㅠ"T초등학교 여러분, 제가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잖습니까? 학교 업무를 줄여야 한다고, 교육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렇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했더니, 다들 진심으로 즐겁게 일해서 오히려 재밌었다고 대답해줘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하고자 드립 장인다운 찰진 드립도 날렸다.
"제 이름(한빛)이 나이가 들수록 안 어울리는 이름이잖아요? 한빛 어린이는 잘 어울리는데, 한빛 할아버지? 뭔가 안 어울리잖습니까? 이제 퇴직하면 평소 꿈대로 '한량'처럼 살 거여서 제이름도 '한량'으로 개명했습니다.정한량. 앞으로는 이렇게 불러주세요! 정! 한! 량!"
이렇게 드립을 날렸는데...이거 누가 봐도 드립아닌가?선생님들이 예능을 다큐로 받아서 '그래. 너라면 그러고도 남아. 한량이라는 이름도 잘 어울리네' 하는 표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날 보고있어서혼자 빵 터졌다.
토크쇼 다음 순서는영상편지였다. 담임선생님들의 영상편지가 이어지는 동안 감사함에 어쩔 줄 몰라 몸을 비비꼬다보니 오징어가 된 채 영상이 끝났다. 그때 화면이 전환되더니카지노 게임 사이트 아침에도 봤던얼굴들이 등장하는게 아닌가?'그리고 한빛샘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세 여자'라는 자막과 함께...아내. 단비, 다온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단비와 다온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개사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단비와 다온이가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좀 쉬라며 안방카지노 게임 사이트 몰아넣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 영상을 찍고 있었구나. 영상을 찍은 건 아내였고, 아내와 T초등학교의 합작으로 또 하나의 레전드 영상이 탄생했다. 이렇게 신나는 노래에 가사가 이리 뭉클할 건 또 뭐람.'행복한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한 번쯤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지'
이 가사 쓰신 분, 혹시 절 위해 가사를 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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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당당하게 우뚝 서.
맑고 아름다운 향기로
모두에게 사랑받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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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고 자신 있게 펼쳐봐
행복한 세상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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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초록초록 푸른 잎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잎
겨울에는 하얀 눈
이 세상에 태어나 벚꽃 잎, 푸른 잎, 단풍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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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고 자신 있게 펼쳐봐
행복한 세상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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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며 2년 전다온이의어린이집 졸업식장면이 오버랩된 건 물론이다. 다행히(?) 이미 앞순서에서 눈물을 흘려놔서 폭풍 눈물 엔딩은피했고눈물이핑도는 선에서 눈물과 합의를 봤는데,이번 눈물은 환희의 눈물이란게 다행이라면 참 다행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맑고 아름다운 향기로 모두에게 사랑받을 거야'라는 가사가 오래도록 귀에 남았다. 그것은 아마도, 모두에게 사랑받는 건 불가능하기에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할 필요없다는 그동안의 신념이,가끔은 틀릴수도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