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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마닐 Apr 11. 2025

‘진짜’가 나타났다

마주칠 용기만 있다면

얼마 전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과 나카 도시하루가 쓴 <탈 주택이라는 책을 읽었다. 두 건축가는 책에서 마을과 로컬공동체와 커뮤니티를 어떻게 공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주민들 사이의 ’마주침‘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집과 집 사이 외부공간에 공용공간(커먼데크)를 만들고, 커먼데크를 면한 사적 공간인 거실로 들어가는 문을 투명한 유리로 만드는 식이다. 그들은 이러한 설계가 노동자 주택(’1가구 1주택‘, ’밀실주택‘이라고도 표현한다)이 아니라 지역사회권을 이루는 커뮤니티 구성원을 위한 주택이라고 한다. 즉, 거실이 사랑방 역할이자 각 주택에 딸린 점포처럼 작동하기를 원한 것이다. 건축가는 주민들 사이의 경제적인 활동을 커뮤니티의 필수적인 요소로 뽑았다. “주택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경제활동에도 참여한다는 구조를 갖추지 않는 한 커뮤니티는 성립될 수 없다(<탈 주택 45쪽).”


이 책을 읽으며 자꾸 ’그거 두모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있는건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심 당산나무 앞 평상, 팜프라촌의 마당, 양아분교의 운동장, 온라인 카지노 게임회관 앞 공터는 ’커먼데크‘의 역할을 한다. 자유롭게 사람들이 드나들며 마주치고 서로 인사하고 교류하는 장이 된다. 각 주택의 마당, 팜프라촌의 라운지, 양아분교의 사무실은 사랑방 역할을 한다. 나의 사무실 공간이기도 한 팜프라촌의 라운지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아침에는 팜프라촌의 숙박객들이 커피나 차를 한 잔 하러 들어오고, 오후에는 이장님이 커피 한 잔 하러 찾아오고, 건축사사무소를 찾은 손님들과 상담을 하기도 하고, 이웃온라인 카지노 게임 학교에 영어를 가르치러 온 원어민 교사 친구가 들러서 수다를 떨다가 가기도 한다. 저녁에는 가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르신들이 찾아와 휴대폰 문자로 사진을 보내는 방법을 물어보고 가기도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봄이 되어 잎이 나기 시작한 두모온라인 카지노 게임 보호수(당산나무)


두모마을은 농업이라는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이며, 크게 보면 남해 전체도 관광업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다. 또 남해군의 규모가 크고 마을끼리의 거리가 생각보다 꽤 멀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커뮤니티도 지역이나 활동 영역이 가까운 이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다. 카카카친구들과 친한 이들은 읍과 서면을 중심으로, 팜프라와 친한 이들은 상주와 미조까지, 청년네트워크는 삼동면을 중심으로 남쪽의 미조와 북쪽의 독일마을까지… 샐러리맨보다 자영업자가 더 흔한 남해군은, 가까운 자영업자들끼리 공동체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념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들의 원본은 농업을 기반으로 한 농촌마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은 ’마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두모’마을‘이다. 논농사, 밭농사의 특성상 서로 도와가며 작물을 키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바로 ’품앗이‘다. 커뮤니티는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수단이다. 두모마을에는 ’이웃사촌‘들이 산다. 손촌, 박촌, 정촌, 김촌으로 이뤄진 집성촌이기에, 이웃한 주민들은 서로 친척 관계에 있다.


도시에서는 마주침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들이 있다. 최신 아파트에는 집 안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나가면 아파트에 사는 그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출근할 수 있다. 덕분에 옆 집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얼굴도 모르고 몇 년을 지낸다. 이러한 장치들은 일견 편리해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다치거나 크게 아프거나 심지어는 사망해서 몇 주 째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모른다. 일자리가 없어 배를 곯아도 누구 하나 도움의 손길을 내밀 사람이 없다. 알바 자리 하나 구하려고 해도 웬 경력직들만 뽑는다. 사람은 너무 흔하고 일자리는 귀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얼마 전 두모온라인 카지노 게임 양아분교 운동장에서 열린 결혼식. 거의 모든 남해 인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남해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남해 토박이인 친구 성주는 최소한 일 년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도 없어도 밖에서 자거나 밥을 못 먹을 일은 없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욱 남해에 지내며 쌓아온 인적 자원 덕분이다. 두모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막 이사 온 나도 마찬가지다. 일 년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장님과 사무장님과 사이좋게 지내는 한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채소가 필요하면 이장님 밭에서 조금씩 뜯어다 먹어도 된다. 오늘도 쪽파를 뜯어다가 파전을 해 먹었다. 허락받은 서리다. 가끔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식사자리에 초대받기도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회관에 놀러 가서 팥죽을 얻어먹기도 하고, 두모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인 ’금산 참능이‘에서 열리는 회식 자리에 초대받기도 한다. 그 자리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르신들이 다 오기도 하고 가끔은 군수님이나 근처 절의 스님께서 합류하기도 하신다. 내가 제일 기대하는 것은 ’농번기 급식‘이다. 원래는 군 예산에서 지원받아서 농사짓는 어르신들만 먹는 급식인데, 우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이장님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재산에서 일부 보태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 주민 모두가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모내기철과 가을걷이철에 각각 보름 정도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회관에서 어머님들이 제철채소로 해주신 맛있는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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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걷다 보면 끊임없이 주민들과 마주친다. 가장 가까이 사는 이장님과 사무장님은 물론이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길을 산책하는 어르신들과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을 만난다. 만나면 식사는 하셨는지 여쭤보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또 제각기 갈 길을 간다. 생각보다 이러한 만남은 자주 일어나는데, 왠지 ’이게 사람 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낀다. 누군가와 마주치고 웃으며 인사 나눌 용기만 있다면, 시골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충분히 살만한 공간이다. 농촌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사는 것이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옵션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얼마 전 읍에 있는 서점 ‘흙기와’에서 우연히 군수님을 마주쳐서 논문과 개업수건을 드린 기회로 식사자리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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