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 1
5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카지노 게임가 생겼다. 분명우리 집엔 카지노 게임가 필요 없을 것 같다고거절했다. 그러나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의뒷자리 좌석이 접히고 그 안에 쏙 들어와 있다가 거실 가운데 딱 자리 잡았다. 검정 브라운관의존재감은대단하다. 검고 깊은 화면이켜지는 순간사람을 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유선 연결 해줄 마음이 없어 그저 받아온 채로 있을 줄 알았는데, 카지노 게임 안에 넷플과 유튜브의 구독까지 선물로 받았다. 이들은모두 계획이 있었다.어쩐지 내 거절에도 너무 싱글벙글 하드라니...
아이들은 신나게 유튜브를 본다. 아빠는 넷플릭스를 본다. 나는 그들을 구경한다. 계속 구경하다가 구경하다가 화를 낸다. 그만 보라고 이자식들아.
2년쯤 되었을 때 카지노 게임를 선물해 준 분께서 이제 유튜브는 직접 구독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조카들 때문에 콘텐츠 하나하나 자기 검열이 심해졌다며 거기에 조카들의 게임 알고리즘 덕에 너무 피곤하다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했다. 알고리즘은취향에 깊이를 준다. 깊이깊이 더 깊이. 그 끝은 어딘가 모르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즐거움과 정보를 준비해 둔다.편협해진다 해도 내가 사랑하는 것들 사이에서 유영할 수 있는 즐거움의 바다.오염된 알고리즘 속에 사는 그가 안쓰러워서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내입장에서도 갑자기 5초 10초 15초의 없던 광고를 보는 일역시 피곤한 일이다. 수많은 광고를 접하는 것보단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서 구독 신청을 했다. 이젠 아빠가 자기 검열이 심해졌다며 속상한 마음을 토로한다. 토닥토닥. 그러니까 나처럼 유튜브를 지워.라고 조언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언제나 나 하나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게임설명들을 들으며 게임을 한다. 아빠는 넷플릭스를 본다.보다 잔다. 나는 타이머를 맞추고 그들을 구경한다. 타이머가 울려도 그 누구도 듣지 못한다. 야 이 자식들아 끄라고!!! 일어나라고!!!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유튜브를 한도 없이 본다. 어느 날은 공유기를가방에 넣고 외출을 할까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협박도 해보았다. 울면서 그럴 거냐고 애원도 설득도 해보고 당근을 주는 보상안도 다 해보았으나뜻하는 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카지노 게임가 수명을 다했다.검은 화면이 심해와 같이 깊고 고요하다.새 카지노 게임를 살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두 번 다시이야기를않는다. 저마다 대안을 찾을 뿐. 한 아이는 컴퓨터로 한 아이는 패드로 정착하는 듯하다. 나도 카지노 게임와 작별인사를한다.안 볼 거처럼 해놓고 나도 열심히 보았다. 세상 사는이야기와 알리레오 북스, 건축탐구 집과 라라랜드,홈트 선생님들 그리고 유튜브뮤직! 보여주고 들려줘서 고마웠고수고했다고깊이 마음을 전달한다.곁에 있던 때처럼앞 뒤를 잘 닦아주었다.
폐가전수거를신청해 두었고,아저씨 두 분이 잘 수거해 주셨다. 쓰임을 다한 물건을 안전하게 수거까지 해주시니 너무 감사하다. 안녕카지노 게임.
조금은 허전하고 조금은 어색하다. 이 또한 익숙해질 것이다.
좋아하는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틀어놓고 뜨거운 물 한잔을 마시며카지노 게임가사라진자리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다음엔 카지노 게임다이 네 차례일까? 나의 쓰임은? 나는 모두와 헤어짐의 순간 어떠할까? 많은생각들이 머릿속에 닿았다가 흩어진다.
*티브이라고 계속 수정 빨간 불이 켜지지만
카지노 게임가 편해서 맘대로 카지노 게임라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