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 끝까지 들어 봐. 난 가끔 생각해. 모든 요일의 병을 앓는 것보다 월요일 하루만 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월요일도 화요일도... 심지어 금요일도...
이 여든의 노인에게는 너무나 똑같아서 말이지.. 삶에 기복이 없다는 것도 때론 병이 아닐까. 요샌 다시 잠도 잘 안 와.
며칠 전 이런 대화를 카지노 게임와 나눈 게 천하의 실수였다. 그 실수가 화근이 되어 그 뒤로 나는 보름 동안 현재 아주 빡세게 카지노 게임의 뒤를 따라다닌다. 아니 아주 나를 퍽퍽하게 굴리는 카지노 게임다.
월: 노인일자리 면접
화: 초등학교 안전지킴이 봉사 지워
수: 노노케어 1:3연계 신청
목: 문화센터 초급 요가 1일 클래스
금: 노인복지관 바리스타 체험
토: 요즘 연락 뜸했던 조카손주 육아 자처하기
....
(카지노 게임야, 나 좀 쉬자...)
-아니, 이건 좀.. 2주 내내싸돌아다니니내 시간이란 게 없잖아.
-자, 여든. 이제 좀직장인들의 월요병 심정을알겠어?
-아니 월요일이고 나발이고 일주일 내내 바빠.
-그거야 바로. 직장인들은 월요병을 앓는 게 아니라 월화수목병을 앓는 거야.그걸 여든이 여태 모르는 것 같길래 내가 몸소 가르쳐 준 거야.
카지노 게임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나, 월요병은 분명 사라졌다. 일주일 내내 월요일처럼 바쁘면 월요병이 사라지는.. 마법...직장인들처럼 나도 월화수목, 아니 월화수목금병이 걸려 버렸다. 게다가 매일매일 피곤해서 월요병이고 뭐고 그냥 요즘은방바닥에 코만 대면 꿈나라 직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