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8일 : 그날 이후, 나란 무엇인가
1.
『카지노 게임. 나야.』(난다)는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모들의 간절하고 절박한 바람에서 출발한다. 시인들은 세월호 참사로 떠난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아이들의 생일에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를 부탁받았고. 진은영 시인은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이 되어 ‘그날 이후’를 썼다.
아빠 미안
2킬로그램 조금 넘게, 너무 조그맣게 태어나서 미안
스무 살도 못 되게, 너무 조금 곁에 머물러서 미안
'그날 이후'는 진은영 시인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에도 실렸다. 두번째 묶음 '한 아이에게'에 세 번째로 실린 시다. 이 시집의 해설에서 신형철 평론가는 ‘발언권을 부여받지 못한 모든 생명과 사물을 대변카지노 게임 것이 시인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대답할 때의 어조는 불안하게 떨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어서다.
무엇보다 고인의 승인 없이 고인의 목소리를 빌리는 게 온당한 일인가 묻는다. 하지만 또 누군가의 내부에 예은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라고 자답한다. 신형철 평론가는 그렇게 생각카지노 게임 법을 히라노 게이치로의 『나란 무엇인가』(이영미 옮김, 12세기북스)에서 배웠다 적었다.
‘우리는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고 또 소통하면서 그를 자기 안에 들인다. ... 설사 상대방이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때 내가 하는 말은 나를 통해 그가 하는 말이고, 이제 그는 나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히라노 게이치로의 『나란 무엇인가』는 ‘분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더는 나눌 수 없는 존재가 ‘개인’일 텐데, 그건 사회적 시각이고 실은 우리 안에는 다양한 분인(分人)들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진정한 나'는
하나일 수 없고 각각의 분인은 상대와 관계 맺으므로 존재하고 생겨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나란 무엇인가?』의 해설도 썼는데 히라노 게이치로의 아래 문장을 인용한다.
‘분인은 상대와의 반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자기의 내부에 형성되어 가는 패턴으로서의 인격이다....한 명의 인간은 여러 분인의 네트워크이며, 거기에 ‘진정한 나’라는 중심 같은 것은 없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 책 속에서 그러므로 ‘영혼을 통해 저세상의 지인과 계속 교신카지노 게임 것은 실은 이따금 그 죽은 자와의 분인으로 살아보는카지노 게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당신의 존재는 당신이 죽은 후에도
타자와의 분인을 통해 이 세상에 살아남는다.
우리를 이루는 것은 '나'라는 한 개인일 것 같지만 우리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고, 그 가운데 어떤 모습은 누군가와 소통하므로 생겨난 그와 나의 새로운 일부다. 그러므로 예은의 카지노 게임와 아빠의 여러 분인 가운데는, 예은이와 연결된 분인이 있고 그것은 곧 예은이기도 해서 시인에게 예은의 목소리로 말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내 안에는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방이 여러 개 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개념을 빌리면 분인들의 방이겠다. 아내와 사는 방이 있고, 친구와 함께카지노 게임 방이 있고, 또 누군가를 새롭게 만날 때는 내 안에 새로운 방이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 죽는다고 그의 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카지노 게임의 방은 내 안에 여전히 텅빈 채로 남겨져 있다.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텅빈 방은 텅빈 채로 남겨진다. 그럼에도 그 슬픔을 견딜 수 있게 된 건, 그 텅빈 방에 더는 혼자 머물지 않게 되면서 일 거다.
처음 카지노 게임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나는 그 방 안에 혼자 남겨 있었다. 창과 문이 없는, 온통 벽으로 둘러싸인 방은 바깥의 어떤 소리도 허락하지 않았다. 고요한 방에 가득한 건 공기와 슬픔뿐이라서 숨 쉬는 건 곧 살아있는 슬픔과 맞닥뜨리는 일이었다.
그 방의 문을 처음 두드린 사람은, 쉴새없이 두드린 사람은 아내였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울림를 찾아 움직였을 때, 그 텅빈 방과 세상을 연결카지노 게임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을 열자 내 앞에 나와 똑같은 모습의 아내가 서 있었다.
그날 나만큼 슬퍼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아내의 슬픔은 카지노 게임를 잃는 나를 슬퍼하는 것이었을 테지만 그날 그 텅빈 방안에는 비로소 두사람이 함께 들어와 앉게 되었다. 그리고 차츰 시간이 지나며 그 방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와 카지노 게임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 텅빈 방 안을 같이 거닐고 있다. ‘그날 이후’를 읽으면서는 예은의 가족과 내 카지노 게임의 방에 같이 머물렀다. 내 카지노 게임의 방이 있어, 나는 그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알아챌 수 있었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렇게 나는 슬픔을 다르게 읽는 방법을 배운다.
그 방이 텅비어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텅빈 방의 문이 열리고 벽이 사라지고 그곳은 방과 방 사이의 어떤 통로처럼 존재한다. 내 안의 분인은, 나와 관계 맺은 그들과 텅빈 카지노 게임의 방을 거닐곤 한다. 그 방은 이제 내 안의 많은 방들을 연결하며 강물처럼 흘러 나의 세계를 적시고 있다.
카지노 게임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카지노 게임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서 고마워
...
‘미안해’로 시작한 진은영 시인의 ‘그날 이후’는 ‘고마워’로 끝을 맺는다. 이 시를 단숨에 읽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멎지 않는 딸꾹질처럼 자꾸만 울대가 복받쳐 몇 번씩 숨을 참으며 읽어나갈 수밖에 없다. 나는 나만의 이유를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는데, 내 카지노 게임가 병원의 차가운 침대 위에서 마지막 남긴 두 마디는 ‘미안해, 고마워’였다.
나와 내 카지노 게임를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시인은 내 카지노 게임의 마지막 말이 ‘미안해’와 ‘고마워’였다는 걸 어떻게 알 았을까? 예은이를 잃은 카지노 게임와 아빠 그리고 예은이 가족에게 필요한 말이 '미안해'와 '고마워'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그러니 ‘발언권을 부여받지 못한 모든 생명과 사물을 대변하는’ 시인은, 시는 우리에게 얼마나 다행한 위로인가. ‘그러니까 시는’, 그래서 여기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