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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나무 Mar 04. 2025

누가 카지노 게임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김재혁 옮김/ 이레

카지노 게임

우리는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랑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까?


15살, 한국식 나이 계산으로 해도 17살! 피 끓는 청춘이다. 아직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육체적 성적 감수성과 호기심은 가장 민감한 시기다. 36살 성숙한 여자와의 강렬한 성적 교감은 그의 전 존재 구석구석에 강한 흔적을 남겼다. 15살 미성년자와의 육체적인 관계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랑은 독자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관계라고 인정해 주기엔 불편하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 읽어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있기는 만남의 의식이 되었고 함께 나눈 기쁨의 순간들이었다. 배반과 갈증과 상실의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그 치명적인 사랑은 정신적 트라우마가 된다. 결혼한 아내와도, 이후 만난 사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젊은 시절뿐만 아니라 이후 내면적인 고통의 근원이 된 그녀와의 깊은 인연은 놀라운 형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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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열병처럼 사랑했던 사람이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있었다면?

그 혹은 카지노 게임가 치명적인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면?


말도 없이 떠나간 한나를 8년 후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된 남자 주인공 미하엘의 마음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얼마나 황당하고 놀랍고 당황스러울까?

한나는 제3제국 나치시절에 악명 높은 수용소의 감시원이었다. 약한 사람들을 골라 가스처형실로 보내고, 채찍으로 강제 노동을 독려했다. 도망가는 길에 잠시 머문 교회에 불이 났을 때 문을 열지 않았다.


“당신은 수감자들이 도망칠 경우 체포되어 실형을 선고받고 총살될까 봐 두려웠나요?”
“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간단하게 도망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수용소 안에서건 행군할 때건 줄곧 감시해 왔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그들을 감시해야 하고 또 그들을 도망치도록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또 우리는 그 여자들 중 앞으로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도 몰랐습니다. 벌써 많은 여자들이 죽었고, 살아 있는 사람들도 이미 몹시 허약한 상태였습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더 리더 김재혁 옮김. 이레. 137쪽)

한나의 입장만 보면 카지노 게임의 처지가 딱하다. 충직한 개처럼 우직할 정도로 단순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로 많은 유대인들이 무고하게 죽었다. 그럼 카지노 게임에게 얼마만큼의 죄를 물어야 할까?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저지른 행동은 죄가 아닌가? 무지는 죄를 상쇄할 수 있는가?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판사를 향해 되묻는 한나의 질문은 오늘 나에게 돌아온다. 내가 그 시대를 살았으면, 내가 한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문맹의 고통! 문명사회에서 글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고통은 얼마나 가혹한지...

한나는 몸으로 먹고 살 방도만을 찾아야 했고, 자신의 무지를 감추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다. 지멘스에서 나왔던 것도, 전차 차장을 그만둔 것도, 수용소의 감시원을 선택했던 것도, 미하엘과 수용소 내 어린 소녀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던 것도, 누구보다 사랑했던 미하엘을 떠나야 했던 큰 이유 중 하나도 글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나는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는 걸 가장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얼마나 큰 수치와 치욕이었기에 글을 모른다는 걸 드러내느니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했다고 인정하는 걸까? 그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나는 글을 알지 못하는 막막함과 수치심, 남들이 알아볼까 두려워서 감추고자 더 어려운 상황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다. 본래 카지노 게임의 잘못이 아니지만 오롯이 카지노 게임의 무거운 짐이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했기에 살인 동조자 혹은 방조자가 되어야 했다. 카지노 게임의 문맹은 세상의 이기에 물들지 않았다. 법정에서 감추려 하지 않고 순수하고 단순하게 대응한다. 꾸미거나 감추거나 허위 뒤로 숨지 않는다. 종신형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미하엘은 10년간 감옥으로 녹음테이프를 보내고, 한나는 힘겨운 각고의 노력 끝에 글을 깨우친다. 그토록 수치스럽게 감추려 했던 문맹을 벗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문맹은 미성년 상태를 의미한다. 한나는 읽고 쓰기를 배우겠다는 용기를 발휘함으로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첫걸음을.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었다. 나는 한나의 글씨체를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쓰느라고 카지노 게임가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하였으며 또 얼마나 투쟁을 해야 했을지 깨달았다. 나는 카지노 게임가 자랑스러웠다. 동시에 나는 카지노 게임가 불쌍했다. 너무나 지연되고 실패한 카지노 게임의 인생이 불쌍했고, 카지노 게임 인생 전체의 지연과 실패가 가엾게 여겨졌다.
(<더 리더 김재혁 옮김. 이레. 199쪽)

문학을 통해 세상을 깊게 경험한 한나는 강제수용소에 대한 책들을 빌려 읽었다. 나치 부역자로 일한 자신의 행위를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된 것이다. 미하엘과의 미래를 꿈꿀 수도 없고, 평안한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18년간의 모범수 생활을 마치고 퇴소하기 직전 자살로 생을 마친다. 카지노 게임의 자발적인 선택은 안쓰럽지만 자신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는, 글을 배운 자로서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누가 진정한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1945년 이후 독일의 전후 세대는 부모 세대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가해자의 후손이라는 수치심을 떨쳐버리고 싶어 한다. 부모 세대는 제3제국에 적극 동조했거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거나 소극적으로 방관하는 선택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남았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대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수치의 판결을 내렸다.
우리가 그들을 고발한 내용은,
그들이 1945년 이후에도 주변에 있는 범죄자들의 존재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더 리더 김재혁 옮김. 이레. 99쪽)

인류 역사에서 전범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진짜 잘못을 저지른 나치 정책의 주도자들이나 권력을 쥔 자들은 거짓말로 합리화하며 빠져나가고, 새로운 세상에서 기회를 잡아 오히려 잘 나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피해자는 많으나 가해자는 발뺌하고 도피하고 합리화한다. 재판정에 함께 선 다른 피의자들도 자신의 죄는 최소화하고 한나를 몰아가기에 바쁘다.

한나는 나치 세대의 말단 가해자를 대표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하다. 전후 세대를 대표하는 미하엘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알면서도 밝히지 않는 것도, 한나의 투옥 기간 동안 편지 한 장 보내지 않는 것도,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것도 가해의 한 형태다. 그녀와의 사랑을 통해, 그 사랑으로 인해 그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다. 미하엘에게 있어 한나는강렬한 애증의 존재이자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나는 내가 그녀를 배반하고 부정했기 때문에 그녀가 내게서 떠나버렸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단지 전차 회사에서 자신의 약점이 노출될까 봐 두려워 도망친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쫓아버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그녀를 배반했다는 사실을 바꾸어놓지는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유죄였다. 그리고 범죄자를 배반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않으므로 내가 유죄가 아니라고 해도, 나는 범죄자를 사랑한 까닭에 유죄였다.
(<더 리더 김재혁 옮김. 이레.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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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법학을 전공해서 법대 교수이자 판사이다. 첫 부분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는 유대인 학살 가해자로서의 독일인들의 숙명적인 고뇌를 내포하고 있는 상징처럼 읽힌다.그만큼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광기로 가득한 격동기를 살다 간 한나와 그녀를 사랑한 미하엘의 이야기가 보여준 불편한 진실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잘 보여준다.이 책은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스티븐 달드리 감독, 케이트 윈슬릿 주연의 영화도 호평을 받았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나의 입장에서, 미하엘의 입장에서 여러 생각이 오가고,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많아진다.


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감추기 위해서 늘 싸워왔고 또 싸웠다. 그것은 실제로는 힘찬 후퇴일 수밖에 없는 전진과 실제로는 은폐된 패배일 수밖에 없는 승리로 이루어진 삶이었다." (<더 리더 김재혁 옮김. 이레.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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